에이비엘바이오, 4조 계약에 전날 약 30% 급등 마감
트럼프 악재에 코스피·코스닥 5%대 급락에도 존재감
알테오젠·리가켐바이오 등 플랫폼 기술이 빅딜 근원
【투데이신문 강현민 기자】 에이비엘바이오가 글로벌 제약사와 4조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며 침체된 국내 증시에 반전을 꾀했다. 국내 증시가 대외 악재로 흔들리는 가운데 플랫폼 기술을 앞세운 바이오 기업들이 기술력 하나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8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에이비엘바이오는 영국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퇴행성뇌질환 치료제 개발을 위해 최대 20억6300만파운드(약 3조9623억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고 지난 7일 밝혔다. 계약금 739억원과 단기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 1480억원, 복수 파이프라인에 대한 개발·허가·상업화 마일스톤 및 순매출 기반 로열티 수익이 포함된 대형 계약이다.
기술이전 대상은 BBB(뇌혈관장벽) 셔틀 플랫폼 ‘그랩바디-B’다. 이 기술은 약물이 뇌혈관장벽을 통과해 효과적으로 뇌에 도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에이비엘바이오는 해당 플랫폼으로 IGF1R(인슐린 유사 성장인자 수용체)을 타깃, 기존 약물의 한계를 극복한다는 전략이다.
이번 계약의 일환으로 에이비엘바이오는 그랩바디-B 관련 기술 및 노하우 등의 이전을, GSK는 전임상 및 임상 개발, 제조, 상업화를 담당할 예정이다.
지난 7일 대규모 계약 소식이 뜨자 에이비엘바이오의 주가는 전일 대비 29.96% 급등한 4만4250원에 마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부과 여파로 같은 날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나란히 5%대 하락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날 오전 9시 2분 기준 5만1200원까지 치솟으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플랫폼 하나로 다수 파이프라인 확보…글로벌 제약사 ‘러브콜’
잘 만든 플랫폼 기술 하나가 흔들리는 증시 속에서도 바이오 기업들의 구명줄이 되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과의 대규모 기술이전 계약이 잇따르며, 투자심리가 위축된 시장 분위기 속에서도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국내 바이오 기업들은 기술력만으로 존재감을 키우며 역주행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플랫폼 기술이란 특정 치료제가 아닌, 다양한 신약 개발에 적용할 수 있는 범용 기술을 의미한다. 기술 하나로 복수의 파이프라인을 구성할 수 있어 사업성과 확장성이 높다는 점에서 글로벌 제약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알테오젠도 최근 아스트라제네카의 자회사 미드이뮨과 SC(피하주사) 제형 전환 플랫폼 ‘ALT-B4’의 대규모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최대 13억달러(약 1조9000억원)에 달한다.
SC 제형은 기존 정맥주사(IV)에 비해 투여 시간 단축과 자가 투약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환자 편의성 개선은 물론, 제약사 입장에서는 특허 기간 연장을 기대할 수 있어, 최근 노바티스, 사노피 등 글로벌 제약사들도 SC 플랫폼 개발에 가세하고 있다.
앞서 알테오젠은 머크, 다이이찌산쿄 등과도 유사한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머크는 해당 기술을 자사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SC’에 적용, 독점 개발 중이다.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도 항체약물접합체(ADC) 플랫폼 ‘콘쥬올(ConjuAll)’을 통해 암젠, 다케다 등과 대규모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다만 이런 흐름이 국내 바이오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기술이전 이후 임상 성공과 상용화까지 이어지는 완성된 결과가 뒤따라야 한다. 한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기술이전은 출발점일 뿐이고, 진정한 가치는 개발이 성공된 뒤 입증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보여준 최근 행보는 글로벌 무대에서 한국 바이오산업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신호”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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