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금희 지음 | 224쪽 | 124 x 182 | 무제 | 1만5300원
“열매는 하루에도 수백 번 마주치는 타인들 모두가 궁금했다. 운동화를 왜 그렇게 구겨 신었는지 어디를 가고 있는지 가면 환영받을 수 있는지 들여다보고 있는 휴대전화에서는 무슨 얘기가 오가는지 혹시 ‘ㅎㅎㅎ’이나 ‘ㅋㅋㅋ’만 찍혀 있지 않는지. 그렇게 묻고 싶은 충동은 열매의 외로움과 관련 있다는 걸 이제는 알았다. 그런 질문은 결국 자기 자신이 원하는 것이었음을.”_152쪽
【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첫 여름, 완주’는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오디오북을 염두에 두고 집필돼 라디오 드라마처럼 대사와 지문이 교차한다. 종이책으로 출간되기 전 오디오북 형태로 국립장애인도서관에 기증돼 시각장애인 독자들에게 먼저 공개됐다. 종이책은 2025년 4월 30일부터 전국 서점에서 정식 판매된다.
오디오북에는 두 명의 뮤지션(구름, 윤마치)이 음악을 삽입하고 적재적소에 효과음을 배치해 높은 생동감을 자랑한다. 고민시, 김도훈, 염정아, 최양락, 김의성 등 다양한 실제 배우들이 참여했으며 따뜻하고 유려한 문장은 덤이다.
주된 내용은 주인공 손열매가 자신의 돈을 들고 사라진 절친 고수미를 찾아가는 여정 중 여러 사람과 존재를 만나면서 변화와 성장을 겪게 되는 이야기다. 손열매는 수미의 고향 ‘완주’를 찾아가게 되는데, 그곳에서 수미의 엄마, 이장, 버릇없는 옆집 중학생, 귀농한 배우, 재개발 빌런, 외계인 등을 마주치게 된다.
저자 김금희 작가는 2009년 한국문예 신춘문예에 ‘너의 도큐먼트’가 당선돼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대표작으로는 ‘센티멘털도 하루 이틀(2014)’, ‘너무 한낮의 연애(2016)’, ‘경애의 마음(2018)’, ‘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2018)’ 등이 있다.
해당 서적을 읽고 추천사를 전한 신형철 문학평론가와 가수 아이유는 ‘첫 여름, 완주’가 지닌 다층적인 정서와 문학적 깊이를 설득력 있게 드러냈다. 신형철 문학평론가는 “제목 그대로 이 소설이 다루는 건 여름이지만 독자는 사계절을 다 경험한 것 같다고 느낀다”면서 “사계절, 그러니까 인생이라는 다면체의 다른 이름 말이다”고 평가했다.
아이유는 “나뭇잎 한 장에도,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고(故) 신해철 선배의 유쾌한 대사 한 줄에도 필연 같은 슬픔이 서려 있지만 희한하게도 자꾸 ‘흥흥’ 웃음이 난다”고 했다.
신생 출판사 무제는 2020년 출간한 ‘살리는 일’을 시작으로 세 번째 책을 내는 작업에 돌입했다. 오디오북을 기획한 배우이자 무제 출판사 대표인 박정민은 “‘첫 여름, 완주’를 시작으로 듣는 소설 프로젝트를 앞으로도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며 “현재 두 번째, 세 번째 작가까지 계약돼 있고, 열심히 집필 중에 있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주요기획: 식물해방일지, 벼랑 끝 경찰들, 벼랑 끝 소방관
좌우명: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해 쓰겠습니다 다른기사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