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청년플러스포럼, 솔라스탤지어 시대:청년의 생존 코드 ‘기후스펙’》
[인터뷰] 국민대 글로벌융합학부 김선애 연구교수
기후위기, 다학적 접근 요구되는 복합 문제
과학기술과 인문사회 융합적 시각 필요해
끊임없는 업데이트 필요한 기후환경 교육
개인·교육·시민단체가 먼저 적극 행동해야
투데이신문은 청년의 관점에서 도출되는 다양한 대안적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매년 두차례 청년플러스포럼을 개최한다. 올해로 제7회차를 맞이한 청년플러스포럼의 주제는 ‘기후 불안(솔라스탤지어)’과 ‘기후 스펙(기후위기 대응 역량)’이다. 오는 5월 21일 오후 2시 페럼타워 페럼홀에서 열리는 이번 포럼에서는 기후위기와 기후불안에 대해 논의하며 미래 세대의 주역인 청년들이 기후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이 무엇인지 모색할 예정이다. 포럼 개최에 앞서 이번 포럼의 연사들과의 관련 분야 인터뷰를 통해 기후위기 전략·정책·산업·예술·교육·행동은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투데이신문 전세라 기자】기후위기는 과학, 정책, 윤리 등 다양한 영역이 서로 얽혀 있는 복잡한 문제이다. 기후위기라는 피할 수 없는 문제 앞에서, 교육은 기후위기의 본질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개인과 사회가 실질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교육부 산하 인문사회 융합인재 양성 사업(HUSS)의 일환으로 출범된 기후변화대응사업단은 ‘기후 위기 시대의 공존과 상생’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대학과 전공의 경계를 허문 융합 교육을 통해, 기후변화와 환경 문제를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해결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을 배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투데이신문>은 국민대학교 글로벌기후환경융합학부의 김선애 연구 교수를 만나 기후위기의 시대에서 교육 분야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 나눴다. 오는 5월 21일 열리는 제7회 청년플러스포럼에서 김 교수는 ‘기후위기 시대,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융합적 접근’을 주제로 강연에 나설 예정이다.
Q. 간단한 소개 부탁드린다.
현재 국민대학교 글로벌기후환경융합학부 소속 연구 교수로 재직 중이며, 학부생을 대상으로 ‘기후위기와 ESG 경영’과 ‘기후위기와 에너지산업동향’ 등의 강의를 맡고 있다.
Q. 기후에 관심을 가지고 교육자의 길로 들어서게 된 과정이 궁금하다.
유럽 문화에 호기심으로 불어를 전공했고, 프랑스 유학 경험을 계기로 유럽연합과 국제통상에 점차 관심을 갖게 됐다. 이후 유럽연합 경제 석사 학위를 받고 외교통상부에서 EU 통상 협상 업무를 맡으며 국제통상과 환경의 연결에 흥미를 느꼈다.
기후변화 논의가 본격화되던 시점에 기후변화 협상 부서로 자리를 옮겼고, 이후 영국에서 기후변화법 석사(LLM)를 취득해 기후 분야의 전문성을 쌓았다. 파리협정 체결 당시에는 국회에서 통상장관 출신 국회의원의 보좌관으로 활동하면서, 기업이 기후 대응의 핵심 주체가 될 것임을 현장에서 실감했다.
정책 중심의 경력 속에서 비즈니스 관점의 중요성을 깨달아 지속가능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고, 현재는 ESG 경영, 기후변화, 에너지 관련 강의와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불어에서 시작된 진로는 EU, 국제통상, 기후변화, 지속가능경영으로 자연스럽게 확장됐고, 변화의 흐름 속에서 능동적으로 대응하고자 했던 태도가 지금의 길을 만들었다.
Q. 국민대학교 글로벌기후환경융합학부는 어떤 이유로 설립됐는가.
기후위기에 대한 담론은 이제 인식의 확산을 넘어 구체적인 대응 방법을 요구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기술과 과학 분야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는 자연스러운 방향이기도 하다. 그러나 기후변화는 과학이나 기술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복합적인 문제로, 연대와 협력이 필수적이다. 기술 중심의 접근은 가치 지향적 시각을 놓치기 쉽고, 인문사회적 접근만으로는 실질적 해결책을 제시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
이러한 간극을 메우기 위해 ‘인문사회 중심의 융합 인재 양성’을 목표로 글로벌기후환경융합학부가 설립됐다. 본 학부는 교육부의 인문사회융합 인재양성사업인 HUSS(Humanities-Utmost-Sharing System)의 일환으로 출범했다. HUSS는 디지털, 환경, 위험사회, 인구구조, 글로벌·문화 등 5개 분야의 컨소시엄(협력단)으로 2023년에 시작했으나 현재는 10개의 컨소시엄으로 구성돼 있으며, 환경 분야에는 국민대학교, 덕성여자대학교, 인하대학교, 울산대학교, 조선대학교 5개 대학이 참가하고 있다. 지역 안배로 시작된 대학 구성은 각 대학의 특성과 강점에 따라 자연스럽게 역할이 분화됐으며, 울산대는 산업, 인하대는 국제통상, 국민대는 그린디자인, AI 빅데이터와 글로벌 거버넌스에 집중하고 있다. 이처럼 각 대학은 고유한 색깔과 역량을 기반으로 기후 관련 교육과 연구를 차별화해 나가고 있다. HUSS는 과학기술 중심의 솔루션에 인문사회적 관점을 융합하면서 인문사회 분야 전반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과 육성이라는 교육적 의의에 있다.
Q. 기후변화 대응에서 인문사회 기반의 융합 인재 양성이 필요한 이유는.
창의력과 지속 가능한 문제 해결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는 인문사회가 든든한 기반이 돼야 한다. 나 역시 인문사회에서 출발해 현재는 ESG, 경영, 에너지, 기술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해가고 있다. 특히, 인문학과 사회과학을 바탕으로 한 교육에서는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여러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시도나 노력이 더 필요한 것 같다.
미국의 경우 인공지능(AI)과 같은 첨단 기술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있으며, 동시에 인문사회 분야에 대한 투자와 지원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실제로 세계 유수의 대학들 다수가 인문사회에 강점을 갖고 있는 것도 그 방증이다. 가치 지향적 접근, 연대와 협력 같은 요소는 과학기술과 산업계가 주도하는 기후변화 대응에서 종종 간과되기 쉽다. 인문사회 기반의 융합 교육은 사회과학적 분석과 글로벌 거버넌스 협력, 기후 감수성 등을 강조하기에 여러 보완점을 가지고 있다. 글로벌기후환경융합학부는 인문사회 분야에 대한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지원을 통해 과학기술과 가치 지향적 관점이 공존하는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 핵심 취지다.
Q. 글로벌기후환경융합학부에는 어떤 학생들이 들어오며, 학부 분위기와 활동은 어떠한지.
학부 신설 초기에는 러시아·유라시아학, 중국 정경, 일본학, 영어영문, 디자인, AI 빅데이터융합경영 중심의 학생들이 들어왔다. 시간이 지나자 점차 이공계 학생들도 유입되면서, 다른 전공 지식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이 서로를 보며 배우고 협력하는 분위기이다.
글로벌기후환경융합학부 수업은 막연히 알고 있던 기후변화를 체계적으로 배우고 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지속가능성에 대한 대학 내 관심과 실천을 확산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특히, 발표와 토론에 강한 인문사회계열과 데이터 처리에 능한 이공계열이 팀 프로젝트(PBL)에서 시너지를 내고 있다. 대표적으로, ‘기후위기와 ESG 경영’ 수업에서 작성한 대학의 지속가능보고서가 교무위원회에 보고돼 캠퍼스 내에 작은 반향을 일으키는 등 배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실질적인 성과를 도출했다. 이러한 경험이 학생들에게는 성취감과 자신감을 안겨주며, 더 나아가서는 사회 전체의 변화로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Q. 글로벌기후환경융합학부 졸업 후 진로는 어떻게 되는지.
아직 학부 설립 초기 단계이다 보니 구체적인 진로 사례가 많지는 않다. 학부 설립 이후 재학생 대부분이 올해 4학년에 진입한 상황으로, 진로에 대한 고민과 상담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학부 학생들은 국제기구 인턴십, 대학원 진학, 국제 NGO 활동 등 다양한 진로를 모색하고 있으며, ESG 생태계가 확장됨에 따라 관련 컨설팅 회사나 기업 진출 가능성도 열려 있다.
수업에 초청된 특강 연사들이 학부 학생들을 직접 만나보면, 학생들의 발표력과 문제 해결 역량에 놀라움을 표하는 경우가 많다. 인문사회 기반의 기후변화·환경 융합 교육을 제공하는 학부는 국내에서는 아직 드물며, 현재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는 5개 대학이 사실상 선도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앞으로는 학생들의 진로와 취업이 보다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학부 차원에서도 지속적인 지원과 체계적인 진로 연계 노력에 힘쓸 예정이다.
Q. 교육 현장에서 기후·환경을 가르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기후환경 교육에서는 배움에 대한 열망과 성실함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기후 분야는 특히 지난 15년간 빠르게 진화해왔고, 지금도 변화의 폭이 크다. 이처럼 끊임없이 변화하는 분야를 다룰 때는 스스로가 변화에 민감해야 하고 이는 단순히 모든 정보를 쫓는 것이 아니라, 전체 흐름 속에서 핵심을 파악하는 거시적인 안목을 갖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기후 관련 교육은 변화하고 있는 사회·기술 분야와의 상호작용 속에서 끊임없는 업데이트가 필요하다. 이론적 기반이 비교적 안정적인 다른 인문사회 분야와 달리, 기후 분야는 새로운 정책·기술·용어가 계속 등장한다. 따라서 최신 동향을 분석하고, 방향성에 변화를 주는 등 강의의 새로움을 계속해서 추구하고 있다.
Q. 그렇다면 현재 국내외 기후위기 대응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나.
15년 가까이 기후 분야에 몸담으며 변화의 흐름을 지켜본 결과, 단순히 위기의식을 고조시키는 것만으로는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한국 사회에서 기후변화가 정치적 논의의 최우선순위로 다뤄지지 않고 있지만, 젊은 세대와 산업계의 반응은 과거와 비교해 상당히 달라졌다. 교단에 있으면서 학생들이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으며, 산업 역시 기후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소비자들에 맞춰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은 사회 및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를 수반해야 하는 긴 호흡이 필요한 과제로, 상승과 하강의 흐름이 존재한다. 최근 몇 년간은 IPCC 특별보고서로 인한 각국의 2050 탄소 중립 선언과 이에 따른 미국 바이든 행정부와 EU의 정책적 적극성 등으로 기후위기 대응은 상승 국면이었다. 그러나 최근 전 세계적으로 보수 정권의 득세 가능성이나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하강의 시기에 접어들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시민들의 기후위기 인식이 높아졌고, 이에 따른 산업 기반의 변화가 이뤄졌기 때문에 과거로 회귀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다. 단순히 위기감을 조성하는 언어가 아니라, 기후변화의 가치와 그에 대응하기 위한 연대와 협력의 필요성을 진정성 있게 전달해야 한다. 그래야만 다음 상승 국면이 더 빠르게 도래할 수 있다. 기후위기 담론이 무분별하게 소비될 경우, 오히려 피로감과 불신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Q.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 기업, 시민사회, 교육 등의 분야가 각각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
교육 분야는 보다 심화된 콘텐츠를 제공해야 할 시점이다. 한국의 기후변화 관련 교육 수준은 국제적으로도 뒤처지지 않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체계가 잡히면서 더 나은 교육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변화는 시민사회의 역할과도 연결된다. 시민사회는 인식 확산을 이끄는 중요한 주체이다. 과거에는 캠페인 중심의 활동과 콘텐츠의 한계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연구 중심의 시민단체들이 활발히 활동하면서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교육과 시민 인식에 영향을 미치고, 나아가 정책 변화로도 이어질 수 있다.
이익을 창출해야 하는 산업계는 정부의 규제가 없으면 쉽게 후퇴하는 경향이 있다. 정부도 산업을 일정 부분 보호해야 하는 역할이 있으므로 때로는 미온적인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기후위기에 제대로 대응하려면 개인, 교육, 시민단체가 먼저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경고해야 한다. 시민 인식이 퍼지면 정부는 움직일 수밖에 없고, 정부가 정책과 규제를 마련하면 산업계도 따라올 수밖에 없다. 궁극적으로는 기업이 기후 규제에 대응하면서 새로운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인식으로 나아가야 건강한 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다.
Q. 제7회 청년플러스포럼의 주제로 ‘솔라스탤지어(기후 불안)’과 ‘기후스펙(기후위기 대처 역량)’이 선정됐는데, 처음 이 주제를 들으셨을 때 들었던 생각은.
‘기후스펙’과 ‘청년 유스워싱(Youth Washing, 청년을 명목상 참여시켜 실질적 권한은 부여하지 않는 행태)’이라는 개념에 깊이 공감했다. 평소 고민해오던 주제를 청년플러스포럼에서 정면으로 다루며 함께할 기회가 주어져 인연처럼 느껴졌다. 실제로 기후위기 담론은 때로 젊은 세대에게 불안감만을 주는 방향으로 작동하기도 한다. 미래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는 학생 중에는 위축되거나 불안 증세를 겪는 경우를 본다.
학생들의 정책 제안이나 단체 활동이 미흡해 보일 때가 있지만, 이는 역량 부족이 아닌 충분한 학습 기회를 제공하지 못한 구조적 문제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COP29 행사에 기후 컨소시엄 소속 학생 18명과 함께 참석했는데, 미국과 일본 학생들과 함께 진행한 세션에서 한국 학생들의 잠재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기회를 주고 준비할 수 있도록 돕기만 하면, 학생들도 높은 수준의 논의에 충분히 참여할 수 있다. 그렇기에 지금 필요한 것은 학생들을 ‘청년 참여’의 상징적 존재로 세우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기후정책을 이해하고 설계할 수 있도록 깊이 있는 공부와 준비의 기회를 제공하는 일이다. 기후위기를 인식하는 것을 넘어 실질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기후스펙이 필요하다.
Q. 기후위기의 시대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인재와 역량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기후위기 시대에 획기적인 솔루션을 제시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역량은 융합적 사고와 통합적 관점이며, 이를 위해 인문사회적 소양이 한 축이 돼야 한다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궁극적으로는 인문사회 기반의 융합 인재가 전체를 보는 눈과 방향 설정 능력을 갖출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이공계 언어와 사고방식을 이해할 수 있는 기반이 필요하다. 융합 인재는 서로 다른 분야의 언어를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어야 하며, 이를 통해 통합적 시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Q. 기후위기의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국도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후와 자연재해를 점차 실감하고 있지만, 체감이 덜하다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 지금은 기후위기를 현실로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시점이다. 1990년대 초반 유엔기후변화협약 채택 이후 교토의정서, 파리협정 체결을 거치면서 글로벌 기후위기 대응은 서서히 진전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산업과 국가 간의 이견 등으로 대응이 쉽지는 않겠지만, ‘도전할 과제가 있다’는 사실 자체가 행동의 근원이 되기도 한다. 청년 세대는 이 위기를 공동의 도전 과제로 인식하고, 기성세대보다 더 나은 방식으로 연대하고 협력해 해법을 찾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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