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민주당 한창민 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HIV 포함 면역장애 신설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사회민주당 한창민 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HIV 포함 면역장애 신설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병원 진료 거부 등 일상적인 차별을 겪으며 사회적 사각지대에 놓인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인을 장애로 인정해 법적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HIV장애인정을위한전국연대(이하 연대)는 11일 오전 국회 소통관 및 본청 앞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유엔(UN) 장애인권리위원회의 권고를 이행해 HIV 감염인을 장애로 인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대학교병원 N 의학정보에 따르면 HIV는 에이즈(AIDS)의 원인 바이러스로 알려져 있으며, 감염될 경우 면역기능을 담당하는 CD4 양성 T-림프구의 숫자가 감소하고 기능이 떨어져 다양한 감염병이 발생하는 질환을 의미한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2일 ‘장애인복지법 시행령 개정안’을 확정 및 입법예고하면서 ‘췌장 장애’를 신설했다. 이에 연대는 췌장 장애의 1형 당뇨병이 자가면역질환인 것처럼 HIV도 완치가 힘든 면역결핍 질환이라는 점에서 장애 유형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미국, 일본 등 여러 국가에서는 HIV를 장애로 인정하고 있으며 UN 장애인권리위원회도 2022년 한국 정부에 HIV 감염인을 포함한 모든 장애를 아우르는 개념을 채택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연대는 전날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국내 HIV 감염인은 장애 등록조차 할 수 없어 복지·돌봄·의료 제도권에서 철저히 배제돼 있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HIV 감염인은 병원 진료 거부, 수술 거부, 노동·결혼·출산 제약 등 일상적 차별을 겪으며 사회적 고립과 경제적 궁핍에 내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HIV 감염인의 장애 경험을 제도적으로 인정하려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9년 한국장애인개발원 보고서에서는 “AIDS를 가진 사람들에 대한 장애 인정 필요성”이 언급됐고 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차 장애인정기준 개선 연구’에서도 관련 필요성이 연구됐다.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HIV 감염인 차별 사건을 장애인차별금지법상 차별로 세 차례 인정했다. 지난해에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HIV 감염인 장애인등록 반려처분 취소 소송’이 제기됐으며, 지난달에도 같은 취지의 소송이 거듭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행정소송 과정에서 HIV 감염인의 장애 등록 반려가 이어지며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연대는 “이는 단순한 행정절차 문제가 아니라 헌법이 보장한 인간다운 생활 권리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장애인복지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HIV 감염인을 장애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연대와 참여 단체들은 △HIV를 포함한 면역장애 신설 △장애 등록 및 보장 정책 확대 △소수자 장애 정책 예외인정 절차 시행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 △UN 권고 이행 등을 5대 요구안으로 제시했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