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0분, 오늘의 주요 이슈를 사실-맥락-관점의 세 축으로 풀어드립니다. 음악에서 ‘피처링’은 협업과 도움을 뜻하고, 저널리즘의 Feature는 단순 속보가 아닌 깊이 있는 맥락과 스토리를 다룹니다. 〈뉴스 피처링〉은 이 두 가지 의미를 담아 뉴스의 본질과 함의를 알기 쉽게 풀어내 여러분의 뉴스 생활을 입체적으로 피처링 해드리겠습니다. 

전직 통일교 간부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1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전직 통일교 간부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1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성기노 기자】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이 16일 구속됐습니다. 권성동이 누구입니까. 그는, 국회 본회의장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체리 따봉’ 문자가 공개돼 큰 화제를 모았던 집권여당의 실세였습니다. 

지난 2022년 7월 26일 일어난 ‘체리 따봉 사건’은 윤석열 정권의 권력 생리를 가장 상징적으로 말해주는 것이었습니다. 일각에서는 권성동 의원이 의도적으로 ‘흘렸다’는 이 따봉 문자 메시지는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윤석열 충성 경쟁의 신호탄이었습니다. 

‘권성동이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따봉 아이콘 하나 때문에 감읍했다’는 말들이 퍼져 나간 이후 국민의힘은 급격하게 ‘윤심(尹心) 정치’로 빨려 들어갔습니다. 당시 체리따봉도 화제였지만 문자의 내용도 상당히 민감했습니다.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가 바뀌니 달라졌다’는 내용은 사석에서나 나올 법한 충격적인 것이었습니다. 당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위상은 윤석열의 ‘저격’ 한방에 완전히 무너졌고 의원들이 이준석을 멀리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그 후 이준석 당시 대표는 ‘성상납 의혹’ 등으로 당 윤리위의 중징계를 받았고 당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한 뒤 결국 대표직에서 쫓겨났습니다. 보수정당이 집권에 성공한 직후 대선 승리의 공신이었던 여당의 대표가 졸지에 내침 당한 걸 목도한 여당 의원들은 바짝 쫄았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격노’ 대통령으로 불리던 윤석열에게 누구 하나 쓴소리를 하는 정치인이 없었고, 이는 윤석열이 ‘비상대권’을 자기 멋대로 쓰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습니다. 권성동을 위시한 ‘친윤계’들은 민심보다 윤석열의 입맛에 맞는 의사결정을 내리면서 스스로를 국민들로부터 가둬버렸습니다. 

권성동은 오늘의 ‘비상계엄 윤석열’을 잉태한 결정적 장본인 중 한명입니다. 그가 ‘친구’를 진정으로 위했다면, 윤석열이 비상계엄과 같은 터무니없는 짓을 저지르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 권성동이 구속되면서 국민의힘은 윤석열의 ‘파면’과 함께 또 다른 전환점을 맞게 됐습니다. 

지난 2022년 7월 권성동 의원과 윤석열 대통령이 나눈 휴대전화 메시지 대화가 공개돼 파문이 일었다. [사진제공=국회사진기자단]<br>
지난 2022년 7월 권성동 의원과 윤석열 대통령이 나눈 휴대전화 메시지 대화가 공개돼 파문이 일었다. [사진제공=국회사진기자단]

권성동의 구속은 단순히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이 불법을 저지른 정도의 사건이 아닙니다. 권성동 구속은 ‘꼭짓점’ 윤석열의 파멸에 이어 당을 지탱하던 또 다른 한 축의 붕괴를 의미합니다. 결국, 그의 구속은 국민의힘이 위헌정당 해산으로 가는 정치 도미노의 첫 번째 조각이 무너진 것입니다. 

현재 국민의힘 당내엔 당혹감을 넘어 짙은 위기감이 감돌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한 보좌관은 이에 대해 “권성동 의원은 통일교로부터 받은 불법자금이 너무도 명확하게 나와 구속까지 간 것이다. 그런데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현재 3대 특검으로 수사선상에 올라와 있는 의원만 해도 추경호 이철규 윤상현 윤한홍 김선교 임종득 의원 등이 있다. 이 외에 특검이 아닌 별건으로도 걸려 있는 중진 의원들도 있는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습니다. 

국민의힘은 당장 개헌 저지선(100석)을 걱정해야 할 판입니다. 권성동 의원 구속으로 107석에서 106석으로 내려앉은 국민의힘은 앞으로 상당수 의원들이 줄줄이 구속 대기 상태가 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의원 불체포 특권마저도 민주당의 압도적 의석 우세로 기대할 수 없는 처지입니다. 

문제는 3대 특검에 국민의힘 의원들이 줄줄이 연루될 경우, 더불어민주당이 이를 위헌정당 해산으로 가는 결정적인 명분으로 삼고 그것을 본격 추진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정청래 당대표가 공공연하게 위헌정당 해소를 떠들고 다니는 것도, ‘민주당은 다 계획이 있구나’ 하며 당원들이 반기는 징후가 됩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특검 수사 과정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내란에 가담했다는 정황 증거가 구체적으로 나올 경우 여론이 다시 한번 요동칠 것이다. 국민의힘은 현재 그들 스스로 쇄신하거나 자정할 능력이 없는 상황이다. 여론의 압박에 의한 외부 변수가 위헌정당 해산까지 이르게 하는 결정적 힘이 될 것이다”라고 예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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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2년 8월 25일 윤석열 대통령이 충남 천안시 동남구 재능교육연수원에서 열린 2022 국민의힘 연찬회에서 권성동 원내대표의 안내를 받아 이동하고 있다. [사진제공=공동취재사진단]

권성동의 구속이 국민의힘에 미치는 임팩트는 엄청납니다. 그럼에도 그 충격을 흡수할 ‘안전판’은 너무도 허약합니다. 장동혁 신임 당대표는 1.5선의 신인 정치인입니다. 정치권에서는 장 대표의 목사식 화법이 국민의힘 전당대회 판세를 ‘하드캐리’ 했다는 자조 섞인 말까지 나왔습니다. 

장 대표에 대한 당내 분위기는 차갑습니다. 그는 한때 강성 보수 유튜버 방송에 출연해 윤석열 전 대통령 면회 발언과 부정선거론 공론화 발언을 쏟아내며 “극우 면접 방송에 참여했다”는 비판을 자초했습니다. 당대표 경선의 결선 승리도 고작 0.54%포인트 차이에 불과했는데 이는 당내 중도 세력의 확고한 지지가 아니라 ‘최악보다는 차악’이라는 인식 속에서 얻게 된 승리였습니다. 장 대표의 불안정한 리더십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정치적 지표’인 것입니다. 

당 일각에서는 장동혁 대표 체제가 오히려 분열을 확대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민주당 등 야권에서는 이미 ‘내분 수습은커녕 스스로 무너지는 당 대표’라는 비아냥을 쏟아냈고 보수 언론 사설조차 ‘경험 부족, 극우 성향, 내홍 수습 능력 부재’를 지적했습니다. 그의 당선은 강성 지지층의 결집으로 ‘하드캐리’된 결과일 뿐 당 대다수의 동의를 이끌어낸 성과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 내부 평가입니다.

이런 장동혁 대표 체제의 불안정성은, 권성동 구속으로 촉발된 당의 위기를 수습하고 탈출할 아무런 동력이 되지 못한다는 게 뼈아픕니다. 특히 장 대표가 외곽의 ‘극우 세력’과 손을 잡으려는 기대를 안고 있는 한 위기 탈출은 더욱 요원합니다. 오히려 민주당의 위헌정당 해산 작전을 더 용이하게 만들어주는 ‘이적행위’가 될 뿐입니다. 

국민의힘은 권성동의 구속으로 장외투쟁에 돌입한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당 방어선의 주력부대가 극우세력이라는 점은 그들의 미래를 더욱 어둡게 합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장동혁에게 표를 찍지 않았던 당내 중도세력은 여전히 장동혁 체제가 극우와 손을 잡는 것에 상당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습니다. 차라리 위헌정당 해산 절차로 국민의힘이 완전히 붕괴된 뒤 새로운 집을 짓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당원들도 많습니다. 

권성동의 구속은 윤석열 정권의 완전한 파멸과 함께 국민의힘이 위헌정당 해산으로 가는 첫 번째 도미노 조각이 쓰러진 것에 불과합니다. 앞으로 닥쳐올 거대한 ‘정당 해산’의 파도를 극우와 함께 넘으려는 시도는 더 깊은 바다 속으로 당을 밀어 넣는 결과만을 낳을 것입니다. 권성동 체리따봉의 나비효과는 이제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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