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화제 드라마 <폭군의 셰프> 주인공, 배우 이채민
나의 길 지키며 꾸준히 연기하는 배우 되고 싶어
연산군 ‘이헌’... 사실은 솔직한 감정 가진 캐릭터
결말에 대한 반응 예상 못해, 시청자로서 결말 봐
드라마 통해 단단해지고 성숙한 스스로 느끼기도
【투데이신문 전세라 기자】 사극 로맨스의 역사를 다시 쓴 <폭군의 셰프>의 이채민 배우가 드라마에 대한 생각을 직접 밝혔다.
OTT 전성시대에서 최고 시청률 20%대를 기록한 <폭군의 셰프>의 흥행과 함께 주인공 ‘이헌’을 연기한 이채민 배우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졌다. 촬영 단 10일 전에 급히 합류했음에도 섬세한 감정 연기로 단숨에 주목받은 이채민 배우는 날카로운 폭군이자 음식을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이헌’ 캐릭터를 완벽히 소화하며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투데이신문은 서울 강남구에서 열린 라운드 인터뷰에서 이채민 배우를 직접 만나 드라마 종영 소감과 함께 배우로서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Q. 드라마 흥행으로 인한 인기를 실감하나.
주변에서 ‘드라마 잘 봤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있다. 함께 작업하자는 제안도 이전보다 늘어 감사한 마음이 크다. 실제로 작품 이후 SNS 팔로워 수도 크게 늘었지만 직접 체감하지는 못했다. 앞으로 팬 미팅 등의 활동을 통해 더 체감할 수 있지 않나 싶다.
Q. ‘제2의 변우석’이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하는데.
같은 소속사라 과분한 수식어가 붙은 것 같다. 그런 평가를 받을 만큼의 큰 관심이 감사할 따름이다. 다만 그만큼 더 잘해야겠다는 책임감과 동기부여로 받아들이고 있다. 앞으로도 스스로의 색깔을 지키며 나의 길을 꾸준히 가는 배우가 되고 싶다.
Q. <폭군의 셰프> 촬영 10일 전에 급박하게 합류했는데 부담감은 없었나.
작품에 함께하게 됐다는 소식은 10일 전에 전해졌지만, 전작 촬영과 겹쳐 실제 투입은 1~2주 후에 합류했다. 감독님의 배려로 준비 기간은 약 2주 남짓 됐지만 선배 배우들 사이에서 신인인 내가 누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많이 됐다. 시간적 여유가 부족해 부담이 컸지만 그만큼 더 열심히 준비했다. 감독님과 동료 배우들이 여러 부분에서 도와줬기에 좋은 결과를 보여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Q. 처음으로 사극 장르를 연기한 소감이 어떤가.
사극 영화나 드라마를 많이 보며 사극과 친숙해지려고 노력했고 캐릭터에 대한 말투와 톤을 연구했다. 사극 안에서도 캐릭터마다 말투가 다르기 때문에 ‘사극체’로 고정하기보다는 내가 표현할 수 있는 ‘이헌’을 찾으려고 했다. 작품 캐릭터의 원형이 연산군이긴 하지만 이름이 다른 것처럼 이헌이라는 캐릭터는 다양한 특징과 매력을 가진 입체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이헌은 ‘폭군’처럼 보이지만 음식 앞에서는 소년이 되거나,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는 미숙함을 보이기도 한다. 이헌의 폭군성은 내면 성격이라기보다 주변 정치 환경이 만든 결과로 해석하며 오히려 이 캐릭터의 솔직함을 주목했다. 대신들의 반발에 맞서거나 음식을 즐기는 모습,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의 서툼 등을 한 인물 안에서 설득력 있게 묶는 것이 과제라고 생각하며 연기를 준비했다. 또한 사극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다 보니 승마·서예·무술·춤 등 배울 게 많았다. 학원에 다니기도 했지만 촬영장이 곧 연습장이 됐다. 현장에서 계속 반복하고 연습하며 익혀나갔다.
Q. ‘이헌’이라는 캐릭터와 어떤 점이 가장 닮았다고 생각하나.
이헌의 솔직함이 나와 가장 닮은 것 같다. 스스로도 어느 자리에서나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한다. 그리고 이헌처럼 맛있는 음식을 정말 좋아한다. 그래서 <폭군의 셰프> 촬영 때도 맛있는 음식을 먹어볼 수 있어서 즐겁게 임했다.
Q. 드라마 촬영 때 가장 맛있게 먹었던 음식이 있나.
원래 돈가스를 무척 좋아한다. 그래서 돈가스와 비슷했던 ‘슈니첼’은 산딸기 잼과 타르타르 소스의 조합이 좋아 진심으로 맛있게 먹었다. 이 작품을 준비하면서 감독, 배우들과 ‘이 작품을 통해 야식을 찾게 만들어보자’는 포부로 음식에 있어서 진심으로 준비하고 촬영했다. 실제로도 방영 이후 드라마에 나왔던 음식을 찾게 됐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게 돼 감사하다.
Q. 결말에 대한 호불호가 많이 나뉜다. 개인적으로는 어떤가.
결말을 촬영할 때까지만 해도 결말에 대해 이렇게 뜨거운 반응이 나올지 예상 못 했다. 사활을 걸고 촬영했던 부분인 것만큼 스스로 모니터링 했을 때도 시청자 입장에서 눈물을 흘리며 몰입해서 봤다.
보는 사람은 어떻게 현대로 왔는지가 궁금할 수 있지만 배우로서는 ‘이헌’의 감정선에 집중하며 감정에 솔직한 인간 이연을 보여주고 싶었다. 다양한 결말의 나레이션을 녹음했는데 결국 여운을 남기는 현재 버전으로 정해졌다. 그러나 결국 이 작품의 결말은 폭군의 몰락이 아닌 사랑을 통해 변화된 인간 이헌의 이야기였다고 생각한다.
Q. 상대 배우인 임윤아와의 호흡은 어땠나.
배우이기 전에 한 사람으로서 본받을 점이 너무 많았다. 촬영 내내 배려심이 깊고 상대를 편하게 만들어주는 여유가 느껴졌다. 드라마 촬영 중간에 합류해 불안과 압박감이 컸는데 선배가 먼저 다가와 긴장을 풀어주고 현장 분위기도 늘 밝게 이끌어줬다. 대본 리딩 때도 의견을 충분히 낼 수 있게 열린 환경을 만들어주신 덕분에 좋은 호흡이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 함께하면서 ‘이런 선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고 기회가 된다면 작품에서 다시 만나 호흡을 맞춰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직접 전하기도 했다.
Q. 이번 작품을 통해 느낀 스스로의 변화가 있다면.
예전보다 확실히 마음의 여유와 균형감이 생긴 것 같다. 작품을 하면서 생기는 부담감이나 두려움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됐고 그 안에서의 역할에도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 감정 표현도 이전보다 훨씬 섬세하게 조절하는 법을 배웠다. 완벽해지려 애쓰기보다 순간에 몰입하며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것을 이번 작품을 통해 깨닫게 됐다. <폭군의 셰프>를 통해 한층 단단해지고 성숙해진 자신을 느낀다.
무엇보다도 이 작품은 내게 선물 같은 시간이었다. 결과나 성과보다는 함께한 사람들 덕분에 더 많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동료, 선배들이 따뜻한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폭군의 셰프>는 내가 연기적으로 한 단계 성장하게 해준 작품이자 좋은 사람들을 만나며 인간적으로도 단단해질 수 있게 해줬다.
Q. 연기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이나 철학이 있나.
어릴 때부터 배우라는 직업에 막연한 동경과 호기심이 있었지만 무대에 서는 게 두려워 쉽게 시작하지 못했다. 그러다 ‘도전하고 후회하자’는 마음으로 연기 학원에 등록하며 연기를 시작하게 됐다. 처음에는 무대에 서는 게 무서웠지만 이제는 즐거움을 느끼게 되며 연기가 인생의 중심이 됐다.
연기는 정답이 없는 과정이기에 늘 고민하고 그 속에서 자신을 새롭게 알아간다. 장면을 완성했을 때 느껴지는 카타르시스를 맛볼 때마다 ‘연기를 선택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다양한 장르에 대한 도전 욕심도 생겼다. 특히 감정의 결을 세밀하게 다루는 절절한 로맨스나 강한 서사 중심의 진지한 누아르에도 욕심이 난다.
Q. 앞으로의 고민이 있다면.
이번 작품이 큰 사랑을 받으면서 행복감과 동시에 큰 책임감을 느꼈다. 그래서 요즘은 선택 하나하나를 더 신중하게 바라보려 하고 있다. 너무 많은 생각이 들면 오히려 선택을 못 하거나 잘못된 결정을 내릴 수도 있기에 가능한 한 단순하게 본질적인 것에 집중하려고 노력 중이다. 복잡한 상황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기 위해 단단한 내면을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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