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률 하락 68%는 ‘쉬었음’ 인구 증가 등 구조적 요인
KDI “청년 노동시장 이탈, 사회통합 위협 될 수 있어”
【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최근 경기 둔화에도 낮은 실업률이 지속되는 주요 원인으로 청년층의 구직 포기와 노동시장 구조적 문제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전문가들은 이중구조 완화와 노동시장 참여 유인 강화를 촉구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6일 국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 유행 이후 경제성장률 저하에도 실업률이 2% 중후반으로 낮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가장 주요한 원인 중 하나로 20대의 구직 포기를 꼽았다.
보통 경제 성장률이 떨어지면 기업들이 생산과 투자, 고용을 줄이기 때문에 실업률이 상승하는 게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경제 성장이 둔화했는데 실업률도 낮게 나타나 경기와 실업률이 괴리됐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KDI는 이에 대한 주된 원인으로 ‘쉬었음’ 인구 증가를 지목했다. ‘쉬었음’은 특별한 이유 없이 일도, 구직활동도 하지 않는 비경제활동 인구를 뜻한다. 이 집단에는 사실상 ‘구직을 포기한 잠재적 실업자’가 상당수 포함돼 있다. 경제가 부진하거나 원하는 일자리가 없다고 느낄 때, 구직을 중단한 사람들은 통계상 실업자로 잡히지 않는다.
KDI는 20대의 ‘쉬었음’ 인구가 2015년 수준(4.4%)을 유지했거나 증가세가 완만했다면 올해 실업률은 실제보다 0.4~0.7%p 높았을 것으로 추정했다.
실제로 ‘쉬었음’ 인구 비중은 꾸준히 늘고 있다. 2005년 생산가능인구의 3.2%(123만명)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5.6%(254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비경제활동 및 비임금근로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쉬었음’ 인구는 264만1000명으로 지난해보다 7만3000명 늘었다. 8월 기준으로는 역대 최고치다.
특히 2030 청년 세대의 쉬었음 인구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30대 쉬었음 인구는 지난해보다 1만9000명이 늘어난 32만8000명(12.4%)으로 집계됐다. 20대 ‘쉬었음’ 인구는 전년보다 3000명 줄었지만, 43만5000명(16.5%)으로 60대(95만1000명·36%)에 이어 두번째로 많다.
KDI가 청년 ‘쉬었음’이 늘어나는 이유를 조사한 결과, ‘원하는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서’라는 응답이 34.1%로 가장 많았다. 이는 전년보다 3.4%p 늘어난 수치로, KDI는 이 같은 쉬었음 수치 증가에 대해 구직 포기 인구 증가와 노동시장의 ‘매치효율성’ 증가 문제를 원인으로 지적했다.
구직자와 구인 기업이 얼마나 잘 연결되는지를 뜻하는 매칭효율성은 구인·구직 정보에의 접근성 및 공공·민간 고용서비스 수준 등을 반영한다. 매칭효율성이 높아질 경우 구직자 수와 구인공고 수가 동일하더라도 더 많은 매칭이 발생하므로 실업률이 하락할 수 있다.
매칭효율성 개선 속도가 절반에 그쳤다고 가정했을 때, KDI는 국내 실업률이 0.2~0.4%p 높아졌을 것으로 분석했다. 해당 두 요인(쉬었음·매칭효율성)을 더해 봤을 때 2015년부터 올해까지 관찰된 실업률 하락폭의 68% 이상이 구조적 변화에서 비롯됐다는 결론이다. 이 밖에도, 코로나19 이후 노동수요가 급격히 증가한 것도 실업률 급락의 구조적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KDI 측은 “실업률 하락의 상당 부분이 청년층의 노동시장 이탈에 원인을 두고 있다는 것은 기업의 일자리 창출 여력이 감소하고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심화되며 양질의 정규직 취업 가능성에 회의적인 청년층이 구직을 포기하는 비중이 늘어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짚었다.
이어 “청년층의 구직 의욕을 약화시키는 경제구조가 고착화될 경우, 이미 축소되고 있는 인적 자원의 활용도마저 감소할 수 있으며 사회통합에도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매칭효율성 제고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는 한편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완화하기 위한 노력을 병행해 노동시장 참여 유인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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