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부문 부진 속 면세·방판 구조 조정 가속
이선주 체제, 글로벌 브랜드 중심 재정비 시동
【투데이신문 강현민 기자】LG생활건강 뷰티 부문이 혹한기를 맞고 있다. 한때 회사 매출 1위를 지켰던 뷰티 부문은 올해 3분기, 다른 부문에 자리를 내주며 회사 전체 실적을 끌어내렸다. 회사는 해외사업 확대 발판을 쌓기 위해 올해 4분기까지 고강도 체질 개선을 이어갈 계획이다.
14일 LG생활건강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연결 매출은 1조5800억원, 영업이익은 46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8%, 56.5% 감소했다. 생활용품(HDB)과 음료(리프레시먼트) 부문은 각각 4.1%, 2.4% 성장했지만, 뷰티 부문 매출은 26.5% 줄어든 4710억원에 그쳤다. 영업이익은 –588억원로 전 부문 중 나홀로 적자를 냈다. 한때 LG생활건강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책임졌던 주력 사업이 이제는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코로나19 이후 . 팬데믹 시기 중국 소비가 급감하자, 회사는 국내 면세점을 통한 다이공 판매로 매출을 방어했다. 당시 다이공들은 국내에서 물량을 대량 구매해 중국 내로 유통하며 사실상 ‘비공식 판매망’ 역할을 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끝난 뒤, 이 구조는 오히려 부담으로 돌아왔다. 이중 유통망이 생성되며 중국 현지 가격이 외곡되고, 브랜드 이미지 관리가 회사 통제를 벗어나며 현지 시장 확대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회사는 결국 면세와 방문판매 중심의 유통 구조를 손보기로 했다. “주력 브랜드의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물량을 조절하면서 면세 비중이 8%까지 축소됐다”는 설명이다. 단기 매출 감소는 불가피하지만, 중국 내 직접판매 비중을 늘리고 브랜드 질서를 바로 세우기 위한 조정이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면세 채널 비중은 지난해 1분기 23%에 달했는데 이번 3분기 8%로 떨어졌다.
뷰티 부문은 한때 분기 매출 1조원, 영업이익 2000억원을 올리던 회사의 대표 수익원이었지만, 2021년 연간 매출 4조4000억원에서 2023년 2조8000억원으로 줄었다. 올해 들어서는 4000억원대 분기 매출에 머물렀다. 회사는 면세 의존도를 낮추는 대신, ‘가격보다 가치’를 앞세운 브랜드 중심 구조로 전환 중이다.
해외 시장에서는 회복의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3분기 해외 매출은 4930억원으로 전년 대비 6.6% 증가했고, 전체의 31%를 차지했다. 북미 매출은 21.1% 늘며 성장세를 이끌었고, 중국 비중은 9%로 낮아졌다. LG생활건강은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지역 다변화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 10일 취임한 이선주 사장 선임 배경도 뷰티사업 회복과 해외 시장 확장 병행의 수로 읽힌다. 글로벌 화장품 기업 로레알 출신의 이 사장은 글로벌 브랜드 전문가로 키엘, 입생로랑, AHC 등 다양한 브랜드를 성장시킨 마케팅 전문가다. 회사 관계자는 “뷰티 사업의 재정비는 새로운 도약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면서 “새로운 리더십과 함께 사업 경쟁력 제고와 중장기 실적 회복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주요기획 : [OLDs⑧] 코로나19 백신 피해자는 아직 터널 안에 있다
좌우명 : 진실에 가까이 다른기사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