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딩·피트니스 일부 업종, 보증보험 포함 보상 수단 표시
소비자 선택권 확대·업계 신뢰 제고 등 긍정적 변화 기대
가입 강제 없는 ‘표시 제도’…소비자 보호 실효성 지적도
【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최근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등 웨딩 관련 업체와 피트니스 회원권 ‘먹튀’ 피해가 반복되면서, 정부가 보증보험 등 보상수단 표시를 의무화했다. 그러나 보험 가입이 강제가 아닌 만큼 피해 구제 실효성은 불투명하며, 선불 결제 특성상 정보 공개만으로는 시장 개선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고시를 개정해 예식장·결혼준비대행업체·요가·필라테스·헬스장 등에서 보증보험·공제·안심결제 등 소비자 피해보상 수단의 가입 여부를 의무적으로 표시하도록 했다.
가입 시에는 보장 기관명·보장 기간·보장 금액 등 구체적인 정보까지 공개해야 하며, 예식업체는 항목별 서비스 요금과 환불·위약 기준도 함께 안내해야 한다. 피트니스 업종 역시 소비자가 보상 체계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해야 하며, 이를 위반하면 법인은 최대 1억원, 개인은 최대 1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번 조치는 최근 몇 년간 늘어난 소비자 피해 사례 대응 중 하나다. 특히 피트니스센터·필라테스 스튜디오에서는 장기 회원권 결제 후 폐업하거나 운영자가 변경되면서 기존 회원권 승계가 거부되는 사례가 빈번했고, 예식·스드메 업계에서도 패키지 계약 후 폐업·연락두절·일방적 일정 변경 등으로 환불 분쟁이 꾸준히 제기됐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상담 유형을 보면 “보증보험 가입이 돼 있지 않아 환급이 불가하다”는 안내를 받는 피해자가 반복적으로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다. 표시 의무화는 이러한 위험을 소비자가 계약 단계에서 미리 확인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일정 부분 긍정적 평가를 받는다.
‘표시’만 있고 가입 의무 없어…실효성 논란 ‘여전’
그러나 시장에서는 “표시만으로 충분한가”라는 의문이 적지 않다. 이번 제도는 어디까지나 ‘가입 여부를 표시하라’는 규정일 뿐, 사업자가 보증보험·공제 등에 실제로 가입할 의무는 없다는 점에서다. 즉, 소비자는 정보를 확인할 수 있지만, 가입률 자체가 오르지 않으면 실질적 보호 강화 효과는 미미한 셈이다.
이는 다른 업종과의 차별성에서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여행업의 경우 ‘관광진흥법’에 따라 보증보험 가입이 영업등록 요건이며 미이행 시 등록이 취소된다. 학원업은 선불 수강료를 받는 학원의 보증보험 또는 공제조합 가입을 법적으로 의무화하고 있고, 전자상거래업자는 일정 금액 이상의 선불금에 대해 소비자피해보상보험 또는 에스크로 사용을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
반면 스드메·피트니스 업종은 ‘표시만 의무’, ‘가입은 선택’이라는 점에서 제도적 단계가 크게 다르다. 여기에 영세 사업자가 많아 심사 문턱이 높고 보험료 부담이 크다는 구조적 문제도 겹친다.
업계 관계자들은 “매출 변동성 때문에 보증보험 심사에서 탈락하거나 보험료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운 사업자가 많다”며 “결과적으로 표시만 하고 실제 가입하지 않는 업체가 등장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선불 결제가 일반화된 업종의 특성 역시 리스크를 키운다. 장기 회원권, 촬영 패키지, 예식 예약금 등 수개월~1년 단위의 계약이 많아 피해 발생 시 소비자가 민사소송을 제외하면 구제 수단이 없는 경우가 적지 않다. 표시 의무 위반 시 과태료 처분은 가능하지만, 보상장치를 갖추지 않은 업체 자체에 대해서는 제재할 수 없는 법적 한계도 남아 있다.
‘실질 보상 체계’ 강화 관건…“표시 넘어 제도 고도화 필요”
전문가들은 이 제도가 의미 있는 첫 단계임을 인정하면서도, 현장의 반복되는 피해 구조를 고려하면 보상 체계 자체를 보강하는 후속 정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예식·스드메 업계에서는 폐업·연락두절로 계약이 무산되고, 필라테스·피트니스 업종에서는 운영권 변경 후 기존 회원권을 인정하지 않는 유형이 꾸준히 반복돼 왔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단순한 정보 공개만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소비자학과 교수는 “표시는 소비자에게 위험을 인지시키는 데 도움을 주지만, 실제 피해를 줄이려면 사업자가 보상수단을 선택할 동기가 있어야 한다”며 “소상공인 보험료 일부 지원, 단기·소액 보증상품 도입, 표준계약서 정비 등 가입 장벽을 낮추는 정책 패키지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경제학과 교수 또한 “영세 업종의 폐업률이 높고 선불 결제가 많아 시장 자율만으로는 구조적 리스크를 줄이기 어렵다”며 “표시만으로 경쟁이 ‘안전성 경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가정도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보증보험·공제·안심결제 등 다양한 보상 장치를 단일 플랫폼에서 비교·조회할 수 있는 통합 보상 인프라 구축, 민간·공공이 함께 참여하는 혼합형 보상기금 도입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반복되는 회원권·예약금 피해 유형을 고려하면 중장기적으로는 ‘표시에서 실질 보상’으로 정책을 확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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