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보험 손익 악화…보험료 인상 카드 ‘만지작’
필요성 커지지만…물가 부담에 조정 여부 ‘난기류’
【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자동차보험료가 5년 만에 인상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동결·인하 기조가 이어졌지만, 올해 들어 손해율이 급등하고 대형 손해보험사들의 자동차보험 손익이 줄줄이 적자로 돌아서면서다. 폭우·이상기후로 인한 침수·파손 증가, 공임·부품비 상승 등 비용 부담이 누적되면서 “현행 요율로는 손실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업계 기류가 뚜렷해지고 있다.
다만 자동차보험은 의무보험이자 소비자물가지수 항목인 만큼, 인상 필요성과 물가 부담이라는 상반된 변수 사이에서 업계와 당국의 셈법이 복잡해지는 모양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 등 주요 손보사 4곳의 3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4% 감소했다. 보험료 수입 증가에도 불구하고 손해율 상승과 보험영업손익 악화가 실적을 압박한 것으로 분석된다.
개별 회사의 3분기 실적을 보면 부진이 더 뚜렷하다. 삼성화재는 5385억원으로 전년 대비 2.9% 감소했다. DB손보는 2930억원으로 35.4%, KB손보는 2088억원으로 14.7%, 현대해상은 1832억원으로 14.2% 각각 줄었다.
업계에서는 “손보사 실적 둔화의 핵심 원인이 자동차보험 손익 악화”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제 자동차보험 부문에서는 대부분의 대형사가 적자 흐름을 피하지 못했다. 삼성화재는 올해 3분기 자동차보험 보험손익이 648억원 적자로 돌아섰고, 현대해상 역시 553억원의 자동차보험 손실을 내며 5년 만에 적자전환했다. DB손보와 KB손보도 각각 558억원, 442억원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 같은 수익성 저하는 ‘보험료 인하와 비용 급등의 엇갈림’에서 비롯된 구조적 문제라는 분석이 많다.
자동차보험료는 2022년 1.2%포인트, 2023년 1.9%포인트, 2024년 2.5%포인트 인하된 데 이어, 올해도 일부 보험사가 1% 미만의 추가 인하를 실시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이상기후로 인한 침수·파손 사고가 급증했고, 정비·부품 단가, 진료비 부담 등이 꾸준히 오르면서 사고 1건당 평균 지급보험금이 크게 확대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료 인하의 누적 효과가 올해 비용 급등과 겹치며 수익성을 급격히 갉아먹었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손보사들은 내년 갱신 시즌(2~3월)을 앞두고 보험료 조정 여부를 내부적으로 검토하는 분위기다. 특히 삼성화재는 3분기 실적 발표 자리에서 “지난 4년간 요율 인하로 손해율이 악화돼 내년 자동차보험료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자동차보험료 인상이 곧바로 실행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자동차보험은 의무 가입 상품이자 물가 민감도가 높은 품목으로, 보험료 변동이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금융당국은 민생 부담을 이유로 인상 폭·시기를 조율해온 바 있다.
업계는 올해 연말 손해율이 87~88%, 합산비율이 103~104%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인상 필요성의 근거로 작용하지만, 동시에 물가 부담을 고려해 ‘최소 조정’ 또는 ‘부분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한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손해율이 손익분기점을 크게 웃도는 상황에서 보험료 조정 필요성은 분명해지고 있다”면서도 “자동차보험은 물가와 직결되는 상품인 만큼, 인상 시기와 폭은 금융당국과의 조율을 거쳐 매우 신중하게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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