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최근 조국혁신당을 중심으로 차별금지법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진보당 손솔 의원이 22대 국회 첫 차별금지법 발의 추진을 공식화했다. 손 의원의 법안은 21대 국회에서 제출된 차별금지법안을 보완하는 형태로 마련됐다.
진보당 손솔 의원이 20일 22대 국회 최초로 ‘차별금지법안’ 공동발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전날 국회의원들에게 차별금지법 공동발의를 요청하는 손글씨 친서를 전달했다.
이번 법안은 제21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발의한 기존의 차별금지법을 5가지 영역에서 수정·보완한 내용을 담고 있다.
차별금지법은 성별·장애·나이·인종·종교·성적지향 등을 이유로 한 차별을 정치·경제·사회·문화적으로 금지하고 불합리한 차별로 인한 피해자의 구제 조치를 규정한 법이다.
차별금지법은 인권단체와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꾸준히 논의돼 왔으나 국회에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2007년부터 지난 18년간 발의와 폐기를 반복해 온 법안이다. 제22대 국회에서 차별금지법은 한 건도 발의된 적 없었다.
손 의원이 발의를 추진하는 이번 법안은 ‘노동과 일’ 영역에서의 차별금지법이 넓게 적용될 수 있도록 금지대상 차별의 범위를 ‘근로계약’에서 ‘노무제공계약’으로 넓히고 차별시정과 관련한 사항도 단체교섭 대상에 포함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차별시정정책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을 정비했다. 기존안은 정부가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의 의견을 들어 차별시정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있었으나 이번 안은 기본계획 수립시 차별시정정책위원회를 설치해 다양한 집단의 참여를 보장하고 지자체 차원의 기본계획도 수립하도록 했다.
법안에는 피해 구제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도 포함됐다. 기존에는 차별 피해를 입은 피해자에 대한 소송 지원에 한정해 피해 구제를 지원했지만 이번 법안에는 인권위가 피해자를 위해 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했다. 차별 시정과 관련해서는 집단소송을 가능하게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다만 국회법에 따르면 법안을 발의하려면 최소 10명의 국회의원이 필요하다. 이에 손 의원은 원내 진보당 의원 4명을 제외한 나머지 6명의 공동발의 의원을 확보하기 위해 친서를 작성해 전달했다.
손 의원은 친서를 통해 “지금 우리 사회는 혐오가 일상화되고 있다”며 “더 이상 차별과 혐오의 기준, 그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담은 차별금지법에 대한 논의를 미룰 수 없다. 지금이 논의를 시작할 적기”라고 주장했다.
이어 “혐오와 차별에 대해 얘기하지 않을수록 혐오와 차별을 막아내자는 말들은 더 위축된다”며 “이번 정기국회 안에 ‘우리 국회는 차별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최소한의 메시지라도 세상에 내놓을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요청했다.
손 의원이 ‘차별금지’에 대해 논의하고 토론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 7월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국회 공론화위원회 설치를 제안하며 관련 논의에 대한 공론장 마련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측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세 법안 모두 발의까지 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각 의원들이 혐오·차별 대응 필요성을 공통적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봤다. 그는 최근 정부가 ‘혐오 대응’을 강조하는 분위기 속에서 기본법으로서의 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고 강조했다.
입법 통과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여야 합의 여부가 중요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가능성 여부를 판단하기보다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라는 인식으로 운동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조국혁신당에서도 차별금지법과 관련된 입법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지난 19일 성별·종교·장애·민족·인종·사회적 신분 등을 이유로 특정 집단을 향한 차별·적의·폭력을 공개적으로 조장하거나 선동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증오선동죄’ 신설을 골자로 한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신 의원은 해당 개정안을 차별금지법·국가인권위법 개정과 함께 ‘인권개혁 3대 법안’으로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같은 당 정춘생 의원은 지난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18년간 미뤄온 차별금지법을 더는 방치할 수 없다”며 22대 국회 최초로 차별금지법 발의를 선언했다. 그는 차별금지법이 2007년 제출 이후 발의·폐기를 반복해왔다고 지적하며 극우 혐오선동과 여성·성소수자 대상 폭력 증가를 들어 입법 필요성을 강조했다.
조국혁신당 내부에서는 전당대회 일정과 맞물린 정치적 흐름 역시 발의 논의 시점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당내 주요 인사들이 최고위원 선거에 나선 가운데 ‘차별·혐오 대응’이 핵심 정책 의제로 떠오르면서 입법 의지가 강화됐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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