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아리 텍사스촌 성노동자 이주대책 위원회와 성매매 종사자 여성들이 지난 20일 오전 9시 서울 성북구청 앞에서 실질적인 이주대책을 요구하며 집회를 이어나가고 있다. [사진제공=텍사스촌 성노동자 이주대책 위원회]
미아리 텍사스촌 성노동자 이주대책 위원회와 성매매 종사자 여성들이 지난 20일 오전 9시 서울 성북구청 앞에서 실질적인 이주대책을 요구하며 집회를 이어나가고 있다. [사진제공=텍사스촌 성노동자 이주대책 위원회]

【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일대 ‘미아리 텍사스’ 성매매집결지가 거주민 이주 절차를 마지고 본격 철거 수순에 들어간 가운데, 성매매집결지에서 성노동자로 종사하고 있던 여성들은 여전히 거리로 나와 생존권을 위한 집회를 이어나가고 있다.

25일 성북구에 따르면 신월곡1구역 재개발 구역의 철거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돼 내년까지 순차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해당 지역에 대해 성북구는 지난 4월 주택과 상가 철거를 시작했으며 철거가 마무리되면 지하 영향성 검토 등 후속 절차를 밟을 전망이다.

하월곡동 일대는 한국전쟁 이후 형성된 국내 최대 성매매집결지로 한때 수백 개 업소가 밀집했다. 성북구는 해당 지역을 대규모 아파트단지와 근린생활시설, 교통인프라를 갖춘 ‘미아뉴타운’으로 개발할 방침이다.

성북구는 관계 기관과 사업 시행자와 협력해 주거지·일반 영업소·성매매 업소의 이주를 추진해 왔다. 구는 철거와 함께 생계 기반을 잃은 성매매 여성들의 자립을 돕기 위한 지원도 병행하고 있다. 지난 10월부터는 1인당 최대 210만 원의 자활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그 결과 전체 115개 업소 중 4곳만 남았으며 이 중 3곳은 연말까지 영업을 종료할 예정이다. 그러나 1곳은 여전히 이주를 거부하고 있다.

미아리 텍사스촌 성노동자 이주대책 위원회(이하 성노동자이주대책위원회)는 성북구에 실질적인 이주대책을 요구하며 지난해 9월부터 지난 20일까지 매주 목요일 오전 9시 성북구청 앞에서 집회를 이어나가고 있다. 

‘여성인권센터 보다’ 상담소가 지난 4월 실시한 ‘미아리 성매매집결지 폐쇄에 따른 여성인권 보호 대책 마련 설문조사’를 보면 조사에 응답한 42명의 성매매 종사자 가운데 40대가 59.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부양가족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61.9%에 달했다. 

집결지 안에서 먹고 자며 생활하는 형태의 거주 비율은 47.6%로 절반에 달했으며, 미아리에서 10년 이상 머물러온 여성도 33.3%에 이르렀다. 

폐쇄 이후 가장 시급한 문제로는 ‘생계’가 꼽혔다. 응답자의 45.2%가 “수입이 끊기면 당장 거주할 곳이 없다”고 답했으며, 폐쇄 시 우려되는 점으로도 본인 생계비(40%)와 부양가족 생계비(16.9%)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막막하다’(16.9%), ‘채무 변제가 어렵다’(9.2%)는 답변도 뒤를 이었다.

한편 성노동자이주대책위원회는 재개발 진행 과정에서 여성 주거자가 기거하고 있는 장소 근처의 통행로에 펜스를 설치해 통행을 통제하고 옷과 신발을 신지 않은 주거자를 강제로 끌어내는 등 인권침해행위가 있었다고도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이 같은 강제퇴거 행위를 규탄하는 연서명을 받아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을 넣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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