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한국방송(KBS) 노동조합이 장기간 이어진 협상 난항과 경영진에 대한 불신을 배경으로 단체행동 여부를 묻는 투표에 돌입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이하 KBS본부)가 전날 발표한 입장문에 따르면 조합원들은 내달 3일까지 쟁의행위 여부에 대한 찬반투표 절차에 돌입했다. 해당 투표에서 찬성 표가 과반이 될 경우 KBS본부는 파업을 비롯한 법적 쟁의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이들은 “오전 9시부로 ‘무능 경영 박장범 심판! 단협 쟁취와 공영방송 KBS 사수’를 목표로 투표를 진행한다”며 “이번 투표는 단순히 박장범 사장에 대한 평가를 넘어 구성원들이 스스로 쇄신의 방향을 선택할 것인지, 현 경영진의 방치 속에 조직을 방관할 것인지에 대한 중대한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노조는 특히 박 사장의 교섭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KBS본부는 “‘파우치 박 사장’은 단체협약 협상 과정에서 배우자 건강검진 폐지, 방송의 날 등 유급휴일의 무급 전환, 근속휴가 삭제, 연차촉진 의무 100% 시행, 간부 임명동의제 축소, 중간평가제와 공정방송위원회 의무 개최 폐지 등 많은 개악안을 내놓았다”며 “자신의 무능을 가리기 위해 구성원에게 일방적 희생을 요구하고 단협 체결을 의도적으로 미뤄왔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박 사장의 이름 앞에 ‘파우치’를 붙이는 까닭은 그가 지난해 2월 앵커 시절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신년 대담 중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을 언급하며 ‘파우치, 조그마한 백’이라고 표현했기 때문이다. 당시 사회 각계에서는 박 사장의 해당 발언이 ‘뇌물 수수 의혹을 축소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며 비판이 쏟아졌다.
지난해 12월 박 사장이 신임 사장으로 임기를 시작했을 때에도 KBS본부 조합원 약 700여명은 박 사장이 취임식 장소에 입장할 수 없도록 본관을 점거하고 퇴진 요구 농성을 진행한 바 있다.
하지만 박 사장의 취임과는 별개로 KBS는 전임 박민 사장 시절부터 단체협약이 체결되지 못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 8월 KBS본부는 사측과의 단체협약 교섭이 1년 넘게 진전 없이 이어진 끝에 결렬됐다며, 사측이 공정방송 제도 축소와 복리후생 후퇴 등 수용하기 어려운 안을 고집하고 성의 없이 교섭에 임해 사실상 단협 체결 의지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KBS본부는 단협 실효 이후 공정방송 유지와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해 왔으나 논의는 지지부진했고, 이에 노동위원회 조정을 신청하며 향후 강력한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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