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0억대 비리 혐의에도 불구속 기소…박정희 기념관 설립 추진 때문?

   
▲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투데이신문 이수형 기자】검찰이 거액의 회삿돈을 빼돌리고 세금을 탈루하는 등 8000억원대 비리를 적발해 조석래(79) 효성그룹 회장을 재판에 넘겼다. 

검찰이 밝혀낸 조 회장의 범죄 액수는 회계분식 5010억원, 조세포탈 1506억원, 횡령 690억원, 위법배당 500억원 등 무려 7939억원에 달한다.

장남인 조현준(46) ㈜효성 사장도 조 회장으로부터 해외 비자금을 증여받아 70억원의 증여세를 포탈한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됐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부자(父子)가 동시에 기소된 것은 조 회장 일가가 처음이다.

조 회장, 탈세·횡령·배임·비자금 조성 등 8000억대 비리 혐의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윤대진)는 9일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9일 밝혔다. 
 
또한 검찰은 조 회장의 장남인 조현준(46) ㈜효성 사장과 이상운(62) 부회장, 김모 전략본부 임원, 노모 지원본부장 등 4명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조 회장은 지난 10여년 동안 8900억원의 분식회계를 통해 법인세 1237억원을 포탈하고 배당가능 이익이 없음에도 1270억원의 이익배당을 취하는 수법으로 500억원 상당의 배당이익을 챙긴 혐의다.
 
또 국내외에서 임직원이나 해외 페이퍼컴퍼니 명의로 수천억원대의 효성 및 화학섬유 제조업체인 카프로 주식을 사고팔아 1318억원의 주식 양도차익을 얻고 소득세 268억원을 포탈한 혐의도 받고 있다.
 
아울러 조 회장은 해외 법인 자금 690억원을 횡령해 개인 채무나 차명으로 소유한 회사 채무 변제 등에 사용했고, 자신이 관리하던 페이퍼컴퍼니가 효성 싱가포르 법인에 갚아야 할 채무를 전액 면제토록 지시해 회사측에 233억원 상당의 손실을 끼친 배임 혐의도 있다.
 
장남 조현준(46) 사장은 ㈜효성 법인자금 16억원을 횡령하고, 조 회장으로부터 해외 비자금 157억원을 증여받아 증여세 70억원을 포탈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 회장은 지난 2011년 해외 페이퍼컴퍼니 CTI와 LF 명의로 보유하던 카프로 주식을 차명으로 사고 팔아 세금 110억원 상당을 탈루했으며, 같은해에도 또다른 해외 페이퍼컴퍼니인 아시아마이너(Asia minor) 등을 통해 ㈜효성 주식을 거래해 21억원 상당의 세금을 포탈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2004년부터 2005년까지 3개 해외법인의 자금 6500만달러(약 690억원)을 페이퍼컴퍼니 PF 및 RI 명의 계좌로 빼돌린 뒤 개인채무 변제나 자신이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미국, 일본의 차명회사 채무를 변제하는데 쓴 것으로 드러났다.
 
조 사장은 아버지인 조 회장으로부터 해외 비자금 157억원을 미국과 홍콩의 페이퍼컴퍼니 명의로 증여받아 미국의 고가 부동산을 구입하는 등 70억원의 증여세를 포탈했다. 
 
조 회장 일가는 국내에서도 주식을 차명 거래하거나 법인 자금을 횡령하는 등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도 확인됐다. 
 
게다가 조 회장은 국내 차명 증권계좌를 이용해 ㈜효성, 카프로 주식 등을 매매하면서 137억원 상당의 세금을 포탈했고, 조 사장은 사적으로 쓴 신용카드대금 16억원을 법인자금으로 대신 결제한 것으로 밝혀졌다.
 
더불어 수천억원대 회계분식을 통해 법인세 납부를 회피한 사실도 드러났다.
 
검찰에 따르면 조 회장과 이 부회장은 1998부터 2008년까지 총 8900억원 상당의 회계분식을 통해 2003년부터 5년간 1237억원의 법인세를 포탈했다. 다만 1999년부터 2002년까지 회계분식 및 법인세 포탈은 공소시효(10년)가 지난 점을 고려, 기소대상에서 제외했다.
 
조 회장은 IMF 직후 효성물산의 3000억원대 부실이 드러나자 파산을 막기 위해 재무상태가 우량한 효성티앤씨(동양나일론), 효성생활산업(동양폴리에스터), 효성중공업을 통합해 ㈜효성으로 합병한 뒤 부실채권을 변제받은 자금으로 고가의 기계장치를 구입해 공장에 설치한 것처럼 관련 장부를 조작했다.
 
이후 매년 실제 존재하지 않는 가공의 기계장치에 대해 감가상각을 하는 등 이 같은 회계분식을 통해 ㈜효성은 재무제표상 가공이익을 만들어 낸 후 주주들에게 불법으로 1270억원의 이익을 배당했고, 조 회장 일가는 배당금 명목으로 500억원을 수령했다.
 
이 과정에서 조 회장과 이 부회장은 수천억원을 분식회계한 허위 재무제표를 공시하고, 사업보고서와 감사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하는 등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사실도 공소사실에 포함됐다.
 
검찰은 조 회장이 해외 비자금을 조성하기 위해 조세피난처 등에 총 33개의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고 스위스와 홍콩, 일본 등에 위치한 외국계 금융기관에 페이퍼컴퍼니 명의의 차명계좌를 개설한 사실도 밝혀냈다. 
 
조 회장은 자신이 효성그룹 계열사 및 카프로의 대주주임을 숨긴 채 마치 외국인이나 외국법인이 주식을 매매한 것처럼 가장해 납세의무를 회피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비자금 조성이 용이한 해외법인을 이용해 1억500만달러에 달하는 해외 비자금을 조성해 개인 채무 변제나 차명 보유한 해외 페이퍼컴퍼니에 대한 유상증자 자금, 손실보전 등의 용도로 쓴 것으로 드러났다.
 
이밖에 검찰은 효성그룹 노 지원본부장이 수사를 방해할 목적으로 압수수색 전 170여대의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파기하거나 은닉하는 등 증거인멸한 사실을 적발했다.
 
검찰은 국세청에 조 회장 등 관련자들의 포탈세액을 추징토록 관련 자료를 통보했다. 
 
중죄에도 구속 피한 조 회장...검찰 편파수사 논란
배경엔 과거 박정희 기념관 설립 추진 영향?
 
대법원 양형기준에 따르면 200억원 이상의 조세포탈 범죄의 기본형은 5~9년이며, 300억원 이상의 횡령·배임 범죄는 5~8년으로 모두 중죄에 해당한다.
 
CJ 이재현 회장의 경우 2078억원을 탈세·횡령한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반면 범죄 액수만 무려 8000억원 상당인 조 회장의 경우 구속을 피해 검찰의 편파 수사가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조 회장이 2009년 전경련 회장을 맡아 추진한 박정희 기념관 설립에 대기업과 금융기관 등에 협조공문을 보내 적극적인 모금활동을 벌인 것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박정희 기념관의 초대 이사장은 김기춘 현 청와대 비서실장이다.
 
하지만 검찰 측은 "원칙대로 수사했다"며 논란을 일축했다.
 
검찰 측은 이미 조 회장에 대해 한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고령의 나이, 건강 등을 이유로 기각한 만큼 영장을 재청구하더라도 발부가능성이 떨어졌을 것으로 예상되는 등 영장 재청구했을 때 발생할 발부실익을 고려해 재청구 불구속 기소했다는 것이다.
 
수사팀은 조 회장이 입원한 병원 주치의 의견과 진료 차트, 간호일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했으며, 검찰 내부의 전문의 출신 검사에게까지 자문을 구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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