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김두희 기자】방송 프로그램에서 이주민 및 외국인에 대한 차별적 표현이 다수 발견돼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이를 방지할 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지난해 5월 5일부터 10월 2일까지 지상파방송 4개사와 종편 4개 채널에서 방송된 35개 텔레비전 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모니터를 실시한 결과, 이주민 및 외국인에 대한 차별적인 표현 등이 다수 발견됐다고 10일 밝혔다.

문제가 된 일부 프로그램들은 증명된 사실에 근거하지 않거나 희화적·비하적·차별적 표현을 사용해 특정 국가와 이주민·외국인이 속한 문화와 인종 등에 편견과 선입견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었다.

인권위에 따르면, A 프로그램은 아프리카 부족의 전통 춤을 마치 킹콩과 관련이 있는 것처럼 편집해 원시적인 모습을 강조함으로써 아프리카에 대한 인종과 문화에 대한 편견을 조장했다.

B 프로그램은 아프리카 출신 유학생의 사연을 듣던 사회자가 어두운 스튜디오에 앉아있던 출연자에게 피부가 어두워 사람이 없는 줄 알았다는 뜻으로 “저는 사람이 안 계신 줄 알았어요”라는 말을 그대로 방송에 내보내 피부색에 대한 선입견을 드러냈다.

C 프로그램에서는 이주민의 직장 동료들을 인터뷰하면서 이주민이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 같다는 점을 강조하며 동료들이 특정 국가 사람들의 외모를 우스꽝스럽게 나타낸 것을 방송해 피부색과 외모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을 나타냈다.

심지어 D 프로그램은 모 국가 서커스팀의 묘기를 ‘인간원숭이들 바나나따기’라고 자막으로 내보내는 등 희화화하고 폄하했다.

이뿐만 아니라 E 프로그램에서도 이주민의 대부분이 내성적이라고 표현했으며 재독 한국인을 다루는 방송에서 ‘한국인은 낮은 곳에서 헌신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지만 모 국가사람은 그렇지 않다’, ‘모 국가사람은 뚱뚱하다’는 말을 해 특정 국가 사람들에 대한 외모와 성격에 고정관념을 조장했다.

F 프로그램에서는 한국인과 결혼한 이주여성이 김치찌개 만드는 법을 배웠다고 끓이는 장면을 의도적으로 반복하고, 산낙지와 삭힌 홍어를 먹어야 진짜 한국인이라고 강조했으며 개고기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 그것을 인정해야 진정한 한국인이 된다는 표정으로 이주민에게 한국의 특정 음식과 문화를 지나치게 강요하기도 했다.

또 G 프로그램에서는 “꽃제비들이 10불 내지 100불로 중국에 팔려간다. 그래서 우리나라에 들어온 탈북 여성 중 85%가 성병을 갖고 있다”라는 출연자의 검증되지 않은 통계 수치의 말을 여과 없이 방송해 탈북 이주 여성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조장하기도 했다.

그밖에 마을 할머니가 이주 여성의 몸을 만지며 ‘예쁘다, 체형이 좋다’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해설자가 이를 ‘훈훈한 인심’으로 표현하기도 하고, 농사일을 하는 결혼 이주 여성에게 카메라맨이 몸무게를 물으며 사적인 질문을 하기도 했다.  

문제가 된 방송들은 인종차별을 금지하는 '헌법 제11조' 및 '모든 형태의 인종차별,철폐에 관한 국제협약제5조' 등에 부합하지 않으며 이주민 및 외국인의 인권보호, 문화의 다양성 존중, 이주민의 발전적이고 순조로운 사회통합을 위해 개선이 필요한 사항으로 판단됐다고 인권위는 설명했다.

인권위는 모니터링을 통해 발견한 문제점을 지적하며 방송 프로그램에서 이주민 및 외국인에 대한 차별적인 표현 등이 방송되지 않도록 유의할 것과 이를 막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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