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취지 변경요청서‧화해 편지 제출 “삼성家 장자의 마지막 의무”

▲ 이맹희-이건희 /사진제공=뉴시스

삼성家 장남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이 동생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낸 상속 소송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삼성에버랜드 등에 대한 소를 취하하는 대신 이건희 회장에 대해 9천400억원을 청구하기로 했다는 항소취지 변경요청서를 제출하면서 동시에 이건희 회장과의 화해를 원한다는 장문의 편지를 공개했다.

14일 서울고법 민사14부(부장판사 윤준) 심리로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이맹희씨측 변호인은 지난 13일 재판부에 이 같은 내용의 항소취지 변경 요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히며 화해의 메시지가 담긴 이맹희씨의 편지를 낭독했다.

이맹희씨가 에버랜드에 대한 소를 취하함으로써 남은 청구 대상은 삼성생명 차명주식 중 이건희 회장의 상속 원주 및 무상주, 이익배당금 및 삼성전자에 대한 이건희 회장 상속 원주 및 수령 이익배당금 등으로 총 9천400억원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삼성생명 425만9천47주, 삼성전자 33만7천276주, 배당금 513억원을 더한 것이다.

이맹희씨는 당초 4조원을 청구했지만 1심에서 패소한 후 2심에서는 청구액을 96억원으로 대폭 축소했다. 이후 1천400억원으로 늘었다가 이번에 대폭 확대됐다. 대신 삼성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에버랜드에 대해서는 소를 취하했다는 게 이맹희씨측 설명이다.

이씨측 변호인은 삼성에버랜드 소 취하와 관련 "삼성에버랜드는 삼성 그룹 전체 상위 핵심 기업"이라며 "원고측이 삼성을 빼앗기 위한 의도 아니라는 점을 소 취하를 통해 증명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씨측 변호인은 이 자리에서 “이맹희씨가 직접 법정에 출석하고 싶었지만 건강이 허락지 않아 편지로 대신한다”며 이맹희씨의 심경을 전했다.

이맹희씨는 편지에서 "얼마 전 건희로부터 절대 화해 불가라는 메시지를 받고 제가 제안한 진정한 화해라는 것은 꿈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으로 노욕을 한 번 더 부리겠다. 지금 제가 가야하는 길은 건희와 화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씨는 "이것이 삼성가 장자로서의 마지막 의무이고 바람이다. 저는 아직도 진정한 화해라는 꿈을 꾸고 있다. 화해하는 것은 매우 간단하다. 10분 아니 5분 만에 끝날 수도 있는 일"이라며 "저와 건희는 고소인과 피고소인이기 전에 피를 나눈 형제다. 전쟁의 고통 속에서도, 일본 타지의 외로움에서 서로 의지하고 지내온 가족"이라며 화해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아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검찰 구형 여부에 대해서도 "저도 돈 욕심이나 내는 금치산자로 매도당하는 와중에도 화해를 통해서만이 내 가족을 지킬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호소했다.

이어 "아버지가 돌아가신 직후 건희가 찾아와 모든 일을 제대로 처리할 테니 조금만 비켜있어 달라고 하면서 조카들과 형수는 본인이 잘 챙기겠다고 부탁한 적이 있다"며 "11살이나 어린 막내에게 그런 말을 들으니 속에서 천불이 났지만 그것이 나의 가족과 삼성을 지키는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믿어줬다"고 말했다.

"하지만 건희가 저희 가족들에게 한 일들을 나중에서야 알게 됐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면서 "그러던 중 삼성으로부터 상속을 포기하라는 서류 1장을 받게 되어 제 자신의 권리와 건희와의 관계를 되찾아야겠다는 생각에 너무 가슴 아프고 부끄럽지만 재판이라는 어렵고 힘들 결정을 하게 됐다"고 소송을 제기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동생을 믿고 자리를 비켜줬던 제 자신에 대한 죄책감과 동생에 대한 배신감, 헝클어져 버린 집안을 보면서 어떻게든 동생을 만나 대화를 통해 모든 것을 복원시키려고 했으나, 어머니를 떠나보내는 순간에도 얼굴을 내비치지 않는 건희를 보면서 동생과 얼굴을 마주한다는 것이 너무 힘들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끝으로 이맹희씨는 "이 재판에 대한 저의 진정성이 조금이나마 전달됐다면 노욕을 부리고 있는 이 노인의 마음도 조금은 가벼워질 것"이라며 "해원상생(解寃相生·맺힌 원을 풀어 없애고 서로 도우며 살아간다)의 마음으로 묵은 감정을 모두 털어내 서로 화합하며 아버지 생전의 우애 깊었던 가족으로 되돌아가고 싶다"고 전했다.

 

키워드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