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3고로 불 지피는 정몽구 회장

【투데이신문 강지혜 기자】 노동자 사망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해 ‘죽음의 작업장’으로 불린 당진 현대제철소에서 또 다시 근로자 1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특히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현대제철의 잇단 안전사고를 계기로 지난해 말부터 전 그룹사에 현장안전을 강조했왔지만, 이번 사건으로 또다시 정 회장의 노력은 물거품으로 돌아갔다는 지적이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당진 현대제철소에서 작업을 하던 중 실족해 화상을 입고 치료를 받던 근로자 김모씨가 전날 오후 9시경 숨졌다.  
 
김씨는 지난 19일 오전 5시 10분경 현대제철소 내 슬래그 야적장에서 냉각수 상태를 확인하던 중 추락해 2도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아왔다. 
 
천안고용노동지청은 현재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진 현대제철소에서는 지난해에만 근로자가 9명이나 숨져 안전불감증에 빠졌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앞서 구랍 6일 오후 7시 20분경 현대제철 3고로에서 일을 하던 협력사 유젯(주) 소속직원 이모(37)씨가 현장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사망했다. 
 
같은 달 2일에도 협력업체 현대종합설계 직원 노모씨가 철강공장 지붕으로 올라가 안전진단을 하던 중 20m 아래로 추락해 숨졌다. 
 
11월 26일에는 당진 공장 내 현대그린파워 발전소에서 가스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해 1명이 숨지고 8명이 부상을 당했다.  
 
10월 29일에는 제강3기 건설현장 8층에서 작업 중이던 전모씨가 9m 아래로 추락해 사망했다. 
 
5월에는 제강공장 전로 3호기에서 아르곤 가스 누출 사고로 협력업체 직원 5명이 사망했다.  
 
지난해 고용노동부 특별근로감독에서도 당진 현대제철소에서는 무려 수백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례가 적발돼 안전불감증이 만연한 것 아니냐는 비난이 일었다.  
 
이에 현대제철은 대국민사과와 종합안전관리 개선대책을 발표했으며,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최봉철 안전환경본부장 부사장과 이성윤 생산본부장 부사장, 이재곤 정비본부장 전무 등이 사의했다.
 
정몽구 회장도 지난해 말부터 회의 때마다 고강도 안전강화대책을 지시하는 등 그룹사에 안전관리에 최선을 다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하지만 신년들어서도 여전히 사망사고가 일어나, 또 다시 비난 여론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박승하 현대제철 부회장의 책임론이 또 한 번 고개들 것으로 예상돼 자리를 지키는 것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이번 사고와 관련해 현대제철 관계자는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김씨가 작업규정상 출입금지 지역에 들어가 당한 사고”라며 “안전규정 위반이나 장비미비로 발생한 사고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씨가 왜 출입이 금지된 지역에 들어갔는지는 조사하고 있다”며 “현재 유족 측과 보상 등과 관련해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연이은 사고로 인해 정 회장의 ‘안전경영’이 또 다시 물거품이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딱히 할 말이 없다”고 짧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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