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2기 내각 출범… 청와대‧내각 ‘친정체제’

세월호 정국 인적쇄신 마무리
남은 숙제, 국가개조‧국정동력회복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세월호 참사 이후 무능과 불신의 뭇매를 맞아온 박근혜 정부가 지난 6월 10일 국무총리 후보자와 국정원장 후보자를 지명한데 이어 12일 청와대 참모진 개편, 13일 7개 부처에 대한 개각을 단행하면서 국가개조 자구책으로 내놓았던 인적쇄신을 모두 완료했다. 박 정부 출범 15개월만에 구성된 2기 내각체제인 것이다.
이번 개각을 통해 17개 부처 수장 중 지난 1일 내정된 국방부 장관 후보자까지 포함해 총 8명이 교체됐다. 청와대 참모진도 지난 8일 홍보수석 인선까지 포함해 9명의 수석비서관 중 5명이 교체돼 내각과 청와대의 얼굴이 절반씩 바뀐 셈이다.
이번 박 대통령의 인적쇄신 작업은 당‧정‧청 3각을 ‘친정체제’로 다지면서 관료 대신 정치인 출신을 중용하는 소위 ‘정치권 약진, 관료 퇴진’ 기조를 보였다. 박 대통령은 관료 출신 발탁을 최소한으로 제한해 세월호 정국 돌파를 위한 국가개조 작업의 성공적인 수행에 초점을 맞췄다. 이는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관료 중심 정부조직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난데 따른 결과라는 해석이다. 이로써 향후 세월호 사고 이후 약해진 국정운영 동력이 이번 인적쇄신 작업으로 얼마큼 회복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하지만 박 대통령에게는 인적쇄신과 관련한 여러 난제들이 남아 있어 본격적인 국정정상화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민족 비하' '친일 망언' 등의 과거 발언으로 논란에 휩싸인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임명 여부가 가장 큰 난제다. 청와대는 일단 16일쯤 문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한다는 방침이지만 여론의 추이가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일단 박 대통령과 문 후보자는 정면돌파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야권은 “총리감이 아니라 국민감도 못된다”며 “청문회 보이콧도 불사하겠다”고 거세게 몰아붙이고 있는데다가, 일부 여권 의원들에서도 비토 기류가 감지돼 인사청문회 통과가 불투명해지고 있는 분위기다.
만약 안대희 전 후보자 중도 낙마에 이어 문 후보자도 중도 낙마하거나 국회의 임명동의를 받지 못한다면 세월호 참사로 인적쇄신에 나선 박 대통령은 ‘수첩 인사’ ‘깜깜이 인사’ 심지어 ‘박대통령 인사수첩은 데스노트’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한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 유임을 둘러싼 논란도 박 대통령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 비서실장 유임에 대해 야권은 "불통인사 일인통치를 계속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라며 연일 공세수위를 높이고 있고, 김 비서실장이 청와대 인사위원장을 겸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 후보자의 과거 발언 외에 또 다른 자질 논란이 불거진다면 박 대통령의 부담은 더욱 가중될 수도 있다.
‘친정체제’ 청와대 개편…조윤선‧안종범 전면배치
김기춘 실장 유임…관료 줄고 정치권‧TK 출신 약진세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8일 윤두현 홍보수석을 임명한데 이어 12일 신임 청와대 정무수석에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을 내정하는 등 청와대 참모진 개편을 단행했다. 이로써 총 9명의 청와대 수석 중 5명이 교체됐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가진 브리핑을 통해 "박 대통령은 국가개조와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등 중차대한 국정과제를 힘 있게 추진하기 위해 오늘 새로운 정무수석과 경제수석, 민정수석, 그리고 교육문화수석을 내정했다"고 밝혔다.
조 신임 정무수석 외에 경제수석에는 새누리당 안종범 의원, 민정수석에는 김영한 전 대검 강력부장, 교육문화수석에는 송광용 전 서울교대 총장이 각각 내정됐다.
이날 임명된 신임 수석 4명 중 김영한 민정수석을 제외한 3명은 박 대통령과 인연이 깊어 이번 청와대 개편 인사는 ‘친정체제’를 강화한 조치라는 평가를 받는다. 또 이번 청와대 참모진의 특징은 관료출신이 줄고 정치권 출신이 약진세를 보였다는 것이다. 지난 2기에서 정무수석을 외교관 출신으로 기용했던 박 대통령으로서는 상당한 변화이다. 국회 출신인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을 정무수석에 내정한 것에 이어 현역인 안종범 의원까지 경제수석에 기용한 것이 눈에 띈다.
한편 조 신임 수석은 새누리당 대변인과 제18대 국회의원, 여성가족부 장관 등을 지내면서 역량을 발휘해온 점에 대해 높은 평가를 받아 내정됐다.
조 수석은 서울 출생으로 세화여고와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했다. 1991년 사법고시에 합격해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2002년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 후보 캠프에 합류했다. 18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국회에 들어와 당 대변인 임무를 665일 동안 수행해 ‘한나라당 최장수 대변인’이라고 회자되기도 했다. 19대 총선에서 서울 종로에 도전했지만 공천에 실패, 그러다 2012년 당시 대선 후보였던 박 대통령의 유세현장에 동행하면서 깊은 신뢰를 얻어 당선 이후 여성가족부 장관에 발탁됐다.
현역 새누리당 비례대표 의원으로 친박(친박근혜)계인 안 신임 경제수석은 성균관대 경제학부 교수, 한국재정학회장, 새누리당 정책위원회 부의장 등을 지내면서 조세와 재정, 복지분야에 두루 정통한 경제전문가라는 점이 발탁 배경이 됐다.
청와대는 또 김 신임 민정수석에 대해 “엄정하고 공평한 법집행 통해 법질서 확립에 기여해온 분"이라며 "공직사회의 기강을 바로세우고 국민여론을 대통령에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송 신임 교육문화수석에 대해서는 "한국교육행정학회장과 전국 교육대 총장 협의회장, 대통령자문 교육혁신위원 등을 역임한 교육정책과 행정의 전문가"라며 "교육의 중요성이 매우 막중한 상황에서 인성교육과 창의인재 양성에 힘써온 분으로 교육개혁과 문화융성정책을 적극 뒷받침해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내정된 3기 청와대 참모진은 14일 공식임명장을 받는다. 특히 안 신임 경제수석은 16~21일로 예정된 박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을 수행할 예정이다.
내각 7명 교체…국가개조‧경제활성화에 주력
경제부총리 최경환…당‧정‧청 친청체제 다지기

청와대 참모진 개편에 이어 박 대통령은 13일 경제부총리 및 부총리급으로 격상되는 교육부 장관을 포함해 7명의 각료들을 교체하는 개각을 단행, 2기 내각을 출범시켰다. 경질 여부에 관심을 모았던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은 유임됐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가진 브리핑을 통해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을,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 김명수 한국교육학회장을 각각 내정했다고 밝혔다.
또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에는 최양희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이사장, 안전행정부 장관에 정종섭 서울대 교수를 각각 내정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는 정성근 아리랑TV 사장, 고용노동부 장관에는 전 고용부 차관인 이기권 한국기술교육대 총장, 여성가족부 장관에는 새누리당 김희정 의원을 내정했다.
이번 개각에서 박 대통령은 친박(친박근혜)계 최측근 인사를 여의도에서 각료로 끌어오는 등 자신의 국정 스타일을 더욱 공고히 하는 데 초점을 맞춘 점이 눈에 띈다. 대신 최근 야기돼온 '관피아(관료 마피아)' 논란 속에 관료 기용은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1명으로 국한, 최소화한 점도 눈길을 끈다.
관료를 최대한 배제하고 정치권 인사를 이전 보다 더 중용한 것은 국가개조 작업을 강력하게 추진하는 것은 물론 원만한 당‧정‧청 관계를 구축, 국정운영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의지가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우선 새누리당 친박계 핵심인 최경환 전 원내대표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내정, 박 대통령 국정운영의 전면에 나선다. 박 정부의 명운이 달린 ‘경제개혁 3개년 계획’을 가장 신뢰하는 최측근에게 맡긴 것이다. 박 대통령의 핵심측근들이 경제팀을 이끌게 됨에 따라 지지부진했던 경제정책들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청와대는 기대하고 있다.
특히 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와 이번 안종범 신임 경제수석 내정자는 공통점이 많다. 이들은 미국 위스콘신대 동문으로 유학 시기도 1985~1991년 사이로 같다. 현재 위스콘신 한국 동문회 회장이 최 내정자다.
고향도 비슷하다. 최 내정자가 경북 경산, 안 내정자가 대구다. 무엇보다 두 사람은 친박에 박 대통령의 경제 가정교사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경제개혁 3개년 계획' 등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 전반에 깊숙이 관여해 박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경제정책의 이해도도 높다.
더욱이 국회의 교섭능력도 기대된다. 최 내정자는 3선 의원으로 얼마 전까지 새누리당 원내대표로 활동했고 안 내정자는 2012년 비례대표로 정계에 입문했다.
앞으로 이들의 '찰떡궁합' 플레이로 지난해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투자활성화 법안이나 규제완화를 위한 법안 처리에 탄력이 붙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내정자는 KBS와 SBS에서 30여년 동안 방송기자로 활동했다. 특히 SBS 앵커로 활동할 당시 독특한 클로징 멘트로 화제를 낳는 등 대중에게 친숙하다. 지난 2012년 대선 과정에서 박 후보 캠프에 공보위원으로 참여하면서 박 대통령 당선에 기여했다. 마찬가지로 친박계에 속하는 정 내정자의 입각은 문체부가 정부의 대변인 역할을 하는 만큼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충실히 대변해주길 기대한 것으로 해석된다.
재선 의원인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 내정자의 경우 다소 이해가 엇갈리는 측면이 있다. 여성 정치인이라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이지만 지난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대변인을 맡는 등 친이계로 구분됐던 인물이다.
다만 김 내정자가 과거 당직자에서 제17대 국회의원으로 입성했던 당시가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를 지낼 때였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과도 인연이 있다는 분석이 있다.
이외에도 학계 출신인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 내정자는 2012년 총선에서 새누리당 공천심사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내 친박 성향의 인사로 분류된다.
신설될 사회부총리를 겸하는 교육부 장관에 정무적인 경험이 없는 교수 출신인 김명수 내정자를 발탁한 점도 주목된다. 교육 분야 전문가인 김 내정자가 민감하고 이해가 대립되는 현안들이 수시로 제기되는 사회와 문화 복지 등 비경제 분야를 총괄 조정하는 사회부총리로서 역량을 제대로 수행할 것인지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게다가 김 내정자는 반(反) 전교조 성향을 보여 온 교육자다. 좌파 진영이 주도하는 좌편향적 역사 교육에도 부정적이다. 이에 지난 6월 4일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진보적 성향을 지닌 교육감들이 대거 당선돼 향후 이들과의 조화를 이끌어내기가 녹녹치 않아 보인다.
참여정부 이후 다시 시도되는 경제부총리와 교육부총리 양대 컨트롤타워 시스템이 유기적 기능을 하면서 효율적인 당‧정‧청 관계를 형성해 박 대통령의 국가개조에 긍정적인 결과를 표출시킬지 주목된다.
세월호 참사에 묻혀버린 ‘창조경제’를 다시 수면위로 띄울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에 내정된 최양희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최경환 내정자가 이명박 정부에서 지식경제부 장관으로 활동할 때 지경부가 만든 국가 R&D전략기획단의 비상근 단원으로 활동했다. 이런 인연이 미래부 장관에 발탁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능이 대폭 축소된 안전행정부 장관에 내정된 정종섭 서울대 법학부 교수는 2012년 대선 당시 새누리당 공직자후보추천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아 박 대통령의 공천 과정에 깊이 관여했다. 한편 안전행정부는 정부조직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안전과 인사 기능을 떼어내고 행정자치부로 바뀐다.
이번 개각에서 관료 출신으로는 유일하게 발탁된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내정자는 전남 함평이 고향으로 17개 부처 장관 중 유일한 호남 출신이기도 하다.
與野, 朴정부 개각 발표에 입장차 극명
새누리당 "국가개조‧경제혁신 의지 보여"
새정치연합 "새로움 전혀 없어…반칙개각"
이로써 1일 내정된 한민구 국방부장관을 포함해 장관 8명이 교체되는 인적쇄신이 마무리됐지만 이번 개각에 대해 여야는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새누리당은 "국가 개조와 경제혁신 의지가 엿보인다"고 긍정적 평가를 한 반면 야당은 “일방적인 통보”라고 반발하면서 "새로움이 전혀 없다"고 혹평을 내놨다.
새누리당 박대출 대변인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 수석에 이어 장관도 절반 가까이 교체함으로써 국정 연속성과 국정 일신의 조화를 맞춘 것으로 평가된다"며 "포진된 인사 면면을 보면 국정 추진력을 더 높여서 국가 개조와 경제혁신을 강력히 추진하겠다는 의사가 엿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대변인은 "경제부총리 후보자를 포함해 모든 각료 후보들은 전임 내각이 국민들의 눈높이에는 미흡했다는 자성을 출발점으로 삼아 심기일전 해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 금태섭 대변인은 이날 오전 현안논평에서 "신임 총리가 임명되지 않는 상태에서 비정상으로 진행된 개각 절차도 문제지만 새로 임명된 인물의 면면을 보더라도 새로움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평했다.
금 대변인은 "정성근 문화체육부 장관 내정자는 올해 2월에 아리랑TV 사장으로 임명될 때도 대선 공신 낙하산 논란이 있었는데 오히려 장관으로 내정됐고,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 내정자도 선주협회의 로비를 받은 의혹이 있어서 세월호 국조특위 위원자리에서 사퇴했는데 역시 장관으로 내정됐다"고 꼬집었다.
금 대변인은 이어 "이렇듯 다른 분들을 보더라도 대통령의 인사 폭이 넓어졌거나 소통을 위해서 깊이 고민한 흔적이 보이지 않아서 걱정스럽다"고 비난했다.
통합진보당 홍성규 대변인은 "결국 새누리당 정치쇄신안의 핵심이자 대선공약이기도 했던 '책임총리제'를 내던진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박근혜 대통령 본인"이라면서 "무엇보다 가장 핵심인 국무총리 지명 관련하여 전 국민의 충격과 실망, 분노가 폭발하는 가운데, 일언반구 아무런 해명도 없이 개각을 밀어붙인 것은 우리 국민들에 대한 '선전포고'에 다름 아니다"라고 비판에 가세했다.
또 여야는 이번 개각의 위헌성을 두고 공방을 펼쳤다. 새정치민주연합이 "경질이 예정된 총리와, 국민 대다수로부터 부적격자로 비판받는 총리 후보자만 있는 상태에서의 개각 강행은 반칙"이라고 지적하자 여당이 반박을 내놨다.
새정치민주연합 금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대한민국 헌법 제87조 제1항에는 '국무위원은 국무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라고 돼있고 제94조에는 '행정각부의 장은 국무위원 중에서 국무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라고 돼있다"며 이같은 문제를 제기했다.
박영선 원내대표도 이날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개각은 신임총리의 제청으로 하는 것이 원칙이다. 만약 오늘 개각 발표를 한다면 반칙"이라며 "국정운영을 반칙으로 하는 나라에 미래가 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새누리당은 박 대변인은 논평에서 "이번 개각은 새민련의 주장대로 헌법을 무시한 것도 아니고 무원칙한 개각도 아니다"라며 "이번 개각에서 대통령은 현 국무총리의 제청을 받았고 현 국무총리는 새 국무총리 후보자와 협의를 거쳐 대통령에게 제청했다. 도대체 뭐가 반칙이고 도대체 뭐가 헌법 무시라는 것인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고 항변했다.
박 대변인은 "새민련이 새 총리가 되는 길을 막아놓고 '왜 새 총리가 제청하지 않느냐'고 시비를 거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길을 막아 놓으면 통행조차 불가능한 법이다. 개각의 길을 막아 놓고 왜 좌측통행하니, 우측통행하니 트집 잡으면 어쩌자는 것이냐"고 따졌다.
한편 박 대변인은 "새 총리의 제청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장관후보를 인선한 것과 관련해서는 국정의 장기 표류로 인한 국민 피해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고민을 야당도 깊이 헤아리고 대승으로 협조하고 이해해 달라"고 당부했다.
'문창극 카드' 朴대통령 인적쇄신의 ‘옥의 티’
‘역사관 논란’ 문창극 낙마 시 ‘인사 재앙’ 오명

박 대통령의 인적쇄신을 위한 개각 단행에 있어 가장 큰 ‘옥에 티’는 바로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이다. 청와대는 지명 이틀 만에 문 후보자의 교회 및 대학 강연에서의 과거 발언과 신문 칼럼 내용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또다시 총리 인선에 위기를 맞고 있다.
문 후보자의 대표적인 논란은 지난 2011∼2012년 자신이 장로로 있는 서울 용산의 온누리교회 특별강연에서 한 발언이다. 우리나라에 대한 일제의 식민지배와 남북 분단이 '하나님의 뜻'이며 우리 민족을 비하하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 확인돼 파장을 일으켰다.
이번 문 후보자의 과거 발언 파문은 지난 안대희 전 후보자 낙마 당시와는 상당히 다른 측면이 있다. 안 후보자의 경우 일단 재산문제에 국한된 측면이 있었지만 문 후보자의 경우 한·일 관계나 남북문제 등 이념과 성향의 문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특히 문 후보자의 발언에는 과거 일본의 식민지배라는 민족의 상처와 관련된 부분을 담고 있는 데다 주장 자체가 일본이 주입한 식민사관에 근거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결코 국민 정서상 용납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처럼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권력을 가진 자리에서 국정을 견인해야 할 인물이 지나치게 극우사상으로 치우쳤다는 것뿐 아니라 일제강점기에 대해서도 국민정서와 동떨어져 있는 관점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총리 자질에 대한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대박론을 내걸며 설파한 드레스덴 구상을 통해 통일정책을 펴나가야 하는 상황에서 과거의 대결구도에 머물러있는 통일관을 가진 인사가 이를 충실히 이행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과연 박 대통령이 '문창극 카드'를 계속 들고 갈 것인지에 관심이 쏠렸지만 일단 박 대통령은 '진행'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박 대통령이 문 후보자의 거취를 놓고 고심할 경우 내각 구성에 상당한 차질은 물론 국정동력 마저 상실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이번에 또다시 총리 후보자를 사퇴시킬 경우 박 정부 출범 때부터 벌어진 총리 후보자 낙마사태를 비롯해 총 4명의 후보자 중 3명이 낙마하는 ‘인사 참극’ 또는 '인사 재앙'이 일어나 ‘인사 검증 시스템 무작동’이라는 오명과 국정운영 능력에 대한 비난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이번 청와대 개편 속에서 김 실장을 유임시킨 상황에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도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을 고리로 연결돼있는 문 후보자를 포기할 경우 화살이 김 실장으로 쏠리면서 더욱 난감해 질수도 있다.
이 같은 점들을 고려해 일단 박 대통령은 문 후보자를 국회 인사청문회까지는 강행하겠다는 생각인 것 같다는 분석이다.
문창극, “언론보도 왜곡됐다” 청문회 정면 돌파
“위안부 발언, 日진정성 있는 사과 필요하다는 뜻”
“인준되면 위안부피해자 문제해결에 최선 다할 것”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 역시 자신의 과거 발언 논란에 대해 "언론 보도 내용이 왜곡됐다"고 적극 해명하며 인사청문회까지 가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했다.
문 후보자는 13일 오전 9시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 마련된 사무실에 머물며 자신의 과거 칼럼과 강연 내용 등을 재검토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서 회 인사청문회를 준비했다.
이날 문 후보자는 출근길에 기자들로부터 여권 일각의 사퇴 요구에 대한 질문을 받고 "그런 문제는 (자신의 해명보다) 앞선 문제기 때문에 차츰차츰 설명을 하겠다"며 "내가 지금 과거에 발언이 잘 기억이 안 나기 때문에 다시 봐야하고 청문회 준비를 위해 서류도 읽어봐야 한다"고 말한 뒤 사무실로 향했다.
문 후보자는 12일 자신의 교회 강연 내용을 보도한 언론사에 대해 법적 대응 방침을 밝힌 데 이어 이날은 자신의 일본군 '위안부' 관련 발언에 대해 ‘일본 측의 형식적이고 말뿐인 사과보다는 진정성 있는 사과가 더욱 중요하다는 취지의 개인적인 의견을 피력한 것“이라고 해명하는 등 과거 발언 논란에 적극 대응했다.
그러면서 "그간 한·일 간 외교교섭 상황 등을 정확히 알지 못한 상황에서 개인 의견을 말한 것일 뿐"이라며 "앞으로 총리로 인준된다면 우리 정부와 피해자 할머니들의 입장에서 위안부 문제 해결에 최선의 노력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지난 2005년 3월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3·1절을 맞아 일본의 과거사 배상문제를 언급하자 ‘나라 위신을 지켜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이미 끝난 배상문제는 더 이상 거론하지 않는 것이 당당한 외교"라고 비판했고, 지난 4월 서울대 강연에서도 “우리나라는 예전과는 다르게 선진국 반열에 올랐기 때문에 굳이 일본의 사과를 받아들일 정도로 나약하지 않은 국가가 됐다”며 이와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알려져 논란이 됐다.
이와 함께 문 후보자 인사청문회 준비단은 이날 국무총리실 인터넷 사이트(http://pmo.go.kr)에 언론 보도를 통해 문제가 된 문 후보자의 과거 교회 강연 동영상을 게시했다.
이석우 국무조정실 공보실장은 전날 발표문을 통해 "악의적이고 왜곡된 보도 내용 대부분이 동영상 전체를 시청하거나 전체 텍스트의 문맥을 파악하지 않고 특정 글귀만을 부각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후보자의 강연 전문과 동영상을 게재해 국민들께서 직접 판단하시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후보자는 관훈클럽 신영연구기금 이사장 시절 이사회에서 심사하는 고려대 석좌교수직에 스스로 지원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청문회에서 자세하게 설명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與野, 문창극 후보 임명 놓고 연일 정면충돌
새정치, 文지명철회·자진사퇴 공세 고삐당기기
새누리 “기독교적 관점에서 이해된다” 편들기
박 대통령과 문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강행의지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 여야는 후보자 임명을 놓고 정면 충돌 수순에 들어갔다. 새누리당은 “문 후보자의 발언은 기독교적 관점에서 이해될 수 있다”며 편들기에 나섰고, 이에 새정치민주연합은 문 후보자에 대한 지명철회, 자진사퇴 압박의 수위를 높였다.
새누리당은 13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문 후보자의 논란 발언이 담긴 1시간 10분 분량의 교회 강연 동영상을 상영했다. 이 자리에서 이완구 원내대표는 “한 나라의 총리를 결정하는 막중한 국사에 객관적인 절차가 필요하고 신중한 입장을 정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윤상현 사무총장도 “전체 동영상을 보면 기독교인으로서 전혀 문제될 것이 없는 발언인데 일부 언론이 악의적으로 짜깁기 보도를 해 논란을 부채질 하고 있다”고 거들었다.
새정치연합에서는 “문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대상도 될 수 없다”며 청문회 보이콧 목소리까지 나왔다.
김한길 공동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에서 “문 후보자의 궤변은 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조상을 능멸하고 함부로 하나님을 팔아 하나님을 욕보였다”며 “청와대 인사검증은 통과했어도 국민의 검증은 통과하지 못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안철수 공동대표는 박 대통령을 향해 “시중에는 박 대통령의 수첩이 아니라 아베 총리의 수첩에서 인사했다는 농담도 나돈다”며 “대통령이 계속 수첩인사를 고집하면 인사 참사가 무한 반복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허영일 부대변인은 다음날 논평에서 "민족성을 매도하고 정신이 타락한 국무총리는 석연찮은 재산 증식의 국무총리보다 더 자격이 없다"며 "아무렇지도 않게 친일파들의 내선일체론과 민족개조론을 현대판으로 변형해 설교하는 사람을 우리 국민은 국무총리로 인정할 수 없다"고 거세게 비난했다.
이어 그는 "문 후보자가 본인의 거취를 결단하지 못하고 시간을 끄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더욱 어렵게 할 뿐"이라며 "자신의 몸에 맞지 않는 옷을 계속 고집하는 것은 본인 스스로에게도 고통스러운 일이다. 문 후보자의 과감한 거취 결단을 촉구한다"고 자진사퇴를 종용했다.
한편 정부는 문 후보자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 명의의 임명동의안과 인사청문요청서를 16일 국회에 제출한다. 문 후보자 총리 임명에 대한 정치권의 공방전은 당분간 치열하게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