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형 칼럼니스트
▸팟캐스트 <이이제이> 진행자
▸저서 <와주테이의 박쥐들> <김대중vs김영삼> <왕의 서재>등 다수

【투데이신문 이동형 칼럼니스트】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청와대에 기업인 가석방의 필요성을 건의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24일과 25일, 이틀 연속으로 경제인 가석방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취지로 최경환 부총리의 말에 맞장구를 치면서 경제인 가석방 여론에 불을 지폈다. 이처럼 실세 경제부총리란 사람과 당 대표가 합심해서 경제인 가석방 문제를 화두로 꺼내 군불을 지피자 그 동안 경제인 가석방 문제에 부정적 입장을 나타내던 같은 당의 이완구 원내대표와 김재원 수석부대표까지 ‘긍정’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이렇게 되면서 새누리당은 전체적으로 경제인 가석방에 찬성하는 분위기 이다. 이와 반면 새정치연합은 당론으로는 경제민주화 실천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비리 경제인에 대한 가석방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으나 박지원, 문희상 의원 등 중진 일부가 우회적 찬성입장을 드러내며 의견이 갈리고 있는 상태다. 매 사안마다 첨예하게 대립하던 여야가 기업인 가석방 문제에는 별반 이견이 없어 보이는 듯하다.

그럼, 대선 공약으로 “기업인 사면은 엄격하게 하겠다.”라고 했던 박근혜 대통령은 당 일각에서 주장하고 있는 경제인 가석방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청와대는 가석방은 “법무부 장관의 고유 권한”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을 되풀이 했는데, 자칫 잘못하면 전 국민적 반발을 살수도 있는 기업인 가석방 문제에 대해서 법부부장관이 청와대의 오더 없이 자신의 재량권을 발휘할 수 있을지 믿을 국민이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유체이탈 화법도 한 두 번이지, 흘러간 유행가를 도대체 몇 번이나 부르는지 모르겠다. 이 정부는 국민의 정치수준을 너무 얕잡아 보고 있다. 청와대가 밝힌 입장의 속내는 “경제인들을 풀어주고 싶지만 비리혐의로 수감된 대기업 총수들을 포함한 경제인 가석방이 자칫 민심 악화를 부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여론의 눈치를 좀 더 살피겠다.”이다. 그렇지 않다면 “풀어는 주되 욕은 법무부장관이 먹어라. 청와대는 논란에서 피해가겠다.”라는 수준 낮은 꼼수이다. 이걸 모르는 국민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청와대의 정치인식수준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 보다 훨씬 낮을지도 모를 일이다.

기업인에 대한 사면이나 가석방 스토리를 우리가 한두 번 접하는가? “경제가 어렵고 투자가 위축된다.” 라는 이유로 비리혐의로 수감되어진 경제인들을 풀어주고 그럼, 풀려난 경제인들은 보답 차원에서 안하던 투자를 하고 사회발전기금을 내어놓는 쇼를 한다. 이번에도 그런 수순으로 흘러갈 것이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 한 사실이다.

R&D투자라든가 고용창출이라든가 하는 것은 기업이익을 위해, 혹은 국가이익을 위해, 그렇지 않으면 기업의 사회적 기여를 위해서도 늘상 있어야 하는 것이고 그 결정은 그룹 총수 없이도 이루어져야 하는 부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기업문화에는 그런 것이 없다. 모든 것이 총수 한사람에 의해 결정되고 회사의 조직이라는 곳은 시스템이 아닌 총수의 눈치를 보며 움직인다. 대한항공 사태도 그렇게 해서 터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총수 일가 눈치 보기’가 재벌그룹 내에서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는 데에 있다. 정부도 재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가 우리의 산업구조이다. 우리 산업은 중소기업이 탄탄히 바닥을 다지고 있는 구조가 아니라 밑바닥부터 꼭대기 까지 거의 모든 사업을 재벌기업이 장악하고 있다. 그러니 정부가 무엇을 하려고 해도 재벌들의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공약이 줄줄이 다 후퇴하고 이명박 정부 때의 ‘친기업프렌들리’정책으로 돌아간 것도 다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가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정부가 재벌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든 것이 바로 과거 이 나라 정부였고 지금의 박근혜 정부이다. 자신들이 처논 덧에 자신들이 걸린 꼴이다.

기업구조의 전반적인 개선 없이는 앞으로 이런 일은 계속해서 일어날 것이라는 것을 청와대는 명심하고 더 이상 재벌들 눈치가 아닌, 서민눈치를 보면서 정사를 펼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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