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일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공명선거실천협약식에서 당대표와 최고위원에 출마한 참석자들이 함께 손을 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전병헌, 문병호, 이목희 최고위원 후보, 신기남 선관위원장, 박지원 당 대표 후보, 문희상 위원장, 문재인 당 대표 후보, 정청래, 주승용, 오영식, 박우섭 최고위원 후보. ⓒ뉴시스

낙동강 전투가 뜨겁다. 총선은 내년에 있지만 벌써부터 여야는 낙동강 전투에 관심을 갖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낙동강 전투가 그 어느 때보다 심상찮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이러다가 낙동강에서 밀린다”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번에야 말로”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만큼 새정치민주연합은 낙동강 전투에 대해 자신감을 갖고 있다. 총선이 한참 남았지만 정치권은 벌써부터 ‘낙동강’에 시선이 몰리고 있다.<편집자주>

시선집중 영남, 새정치 바람 거세지나 
김부겸의 파란, 영남 맹주로 떠오르나

친노 벨트 구축, 야당의 서진(西進) 정책은
수수방관하는 새누리당, 낙동강 어찌하누

【투데이신문 어기선 기자】‘낙동강 전투’의 바람을 일으킨 사람은 새정치민주연합 김부겸 전 의원이다. 지난 1일 대구 민방 TBC에 따르면, 창사 20주년을 맞아 <한국갤럽>에 의뢰해 대구‧경북의 일반인 유권자 1천800명과 여론주도층 262명 등 2천여명을 대상으로 대구·경북의 차세대 리더를 조사한 결과, 김부겸 전 의원이 11.3%의 지지율로 1위에 올랐다. 이어 김관용 경북도지사 5.9%, 권영진 대구시장 5.5%, 김문수 전 지사 2.9%,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2.4% 순이었다.

대구·경북은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고, 새누리당의 텃밭이다. 그런 적진에서 김부겸 전 의원이 차세대 리더 1위를 차지한 것이다. 이는 사실상 차기 대권 주자 1위와 마찬가지라는 것이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시선이다. 이는 대구·경북에서 야당 정치인에 대해 우호적인 생각을 갖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욱이 차기 총선을 주도해야 할 김무성 대표나 김문수 보수혁신위원장은 김부겸 전 의원에 비해 한참 뒤지는 상황이다. 그만큼 새누리당이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실제 투표로 연결될 경우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여론조사에서 그것도 여당의 텃밭이라고 할 수 있는 대구·경북에서 1위를 했다는 것은 그만큼 대구·경북에 변화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구·경북에 변화가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재 대구·경북은 무주공산이나 다름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에 선출되면서 사실상 선거에 나설 수 없게 됐다. 그러면서 새누리당의 저울추는 김무성 대표에게 기울어졌다. 그런데 김무성 대표는 대구·경북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대구·경북에 그만한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만약 차기 총선에서 김무성 대표를 내세운다면 과연 대구·경북에서 얼마나 득표를 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더욱이 대구·경북 민심도 이제 변화를 겪고 있다. 과거처럼 무조건 ‘새누리당’을 찍어주겠다는 인식이 얕아지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이 김부겸 전 의원과 같은 인물을 후보로 내세우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새누리당 후보를 선택할 수도 있지만 김부겸 전 의원과 비슷한 정도의 인지도 있는 인물을 새정치민주연합을 비롯한 야당이 내세우게 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낙동강 강바람이~~

게다가 호남에서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당선된 후 대구‧경북의 인식이 점차 ‘호남에서 새누리당 의원이 탄생했는데 이제 영남에서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탄생해야 하지 않겠냐’는 쪽으로 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젊은 층은 물론 이제는 중년층에서도 새누리당을 절대적으로 지지하지 않겠다는 입장이 강해지고 있다. 물론 정치전문가들은 그래도 새누리당의 독주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하지만 그 독주가 단순히 옛날과 같은 독주는 아닐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부산·경남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부산·경남은 더욱 심하다고 할 수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차기 총선에서 낙동강 벨트를 점령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표출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특히 신경을 쓰는 곳이 부산 사하갑·을, 북강서갑·을, 사상과 경남 김해갑·을, 양산 등 8개 지역이다. 이들 지역의 공통점은 바로 친노 벨트라는 것이다. 부산 사상의 경우 문재인 의원이 포진해있다. 물론 문재인 의원은 당 대표가 되면 차기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문재인 의원이 부산 사상에서 상당한 공을 쌓아왔기 때문에 문재인 의원이 당 대표가 돼서 총선을 치르게 된다면 오히려 부산·경남 공략이 더욱 쉬워질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경남 김해갑은 민홍철 의원이 있다. 사하갑에는 최인호, 북강서갑에는 전재수, 경남 양산에는 송인배, 김해을에는 김경수 위원장이 있다. 이들은 지난 총선에서 모두 득표율 40.5% 이상을 얻은 인사들이다. 게다가 지난 총선 이후 지역위원장으로 계속 활동하면서 지역구 관리에 공을 들였다.

아울러 조경태 의원은 부산 사하을을 3번이나 지킨 인물이다. 이들이 탄탄하게 버텨준다면 내년 총선에서 부산·경남에 새정치 바람이 상당히 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새누리당처럼 친노와 비노의 갈등이 없는 지역도 부산·경남이다. 부산·경남 지역은 조경태 의원만 제외하고는 사실상 친노가 장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내년 총선 공천에서 친노와 비노의 갈등이 없는 지역도 부산·경남이 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부산·경남은 진작부터 새누리당 색깔이 점차 얕아지고 있는 모습이다. 여기에 만약 대구·경북에서도 새정치민주연합 바람이 불게 된다면 부산·경남은 거대한 태풍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새누리당의 입장에서는 부산·경남의 맹주가 없다는 것이다. 부산·경남이 친박계와 비박계로 갈라지면서 맹주가 없다. 김무성 대표가 있지만 당 대표로서의 역할에도 버거운 상황에서 부산·경남 맹주 역할까지 하기는 벅찬 상황이다.

불어라 야당 바람~~

새누리당은 내년 총선 공천부터 오픈프라이머리 제도 도입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친박과 비박의 갈등이 상당히 크다고 할 수 있다. 총선 공천 과정에서 친박과 비박의 갈등이 고조된다면 지역 주민은 이 과정에서 새누리당에게 크게 실망할 가능성이 높다. 새누리당 이정현 최고위원이 지난 재보선에서 전남 순천 곡성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도 새정치민주연합의 계파 갈등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새누리당이 부산·경남 공천을 놓고 계파 갈등을 벌이게 된다면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들이 어부지리로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새누리당의 경남 정치권은 심상찮다. 경남 의령·함안·합천의 조현룡 의원이 ‘철도비리’ 의혹으로 구속된 상태이다. 또한 모 의원은 채무 변제 문제가 불거졌고, 또 다른 의원은 입법로비 의혹이 제기된 상태이다. 여기에 창원의 경우 통합창원시 분리 문제를 놓고 창원지역 국회의원 5명이 모두 입장이 다른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경남의 경우 친박과 비박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실제로 새누리당 소속 경남 김해시 의원 및 일부 도의원은 지난해 10월 19일 기자회견을 갖고 “김해시장 경선에 출마했다가 탈락한 일부 후보가 김정권 전 후보를 돕지 않았다”며 이들의 자진 탈당을 촉구하기도 했다. 김해갑 지역에선 홍태용 당협위원장과 김정권 전 의원이 치열한 물밑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더욱 심각한 점은 이처럼 위기 상황인데도 구심점 역할을 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직책상 김태호 최고위원이 가장 높지만 아직 나이가 젊고, 이군현 사무총장은 중재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최다선(4선)인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은 국회 복귀 시점이 불투명하고, 3선의 안홍준 의원은 친박 색채가 너무 강하다는 평을 듣는다.

이처럼 친박계와 비박계의 갈등이 첨예화되고 있으면서 새누리당은 분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대구·경북 출신 유승민 의원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수도권은 물론 충청, 강원, 부산·울산·경남 심지어 대구·경북에서도 굉장히 힘든 선거전을 치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만큼 새누리당은 낙동강 전투를 비관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고민

이런 가운데 새누리당의 낙동강 전투 필승 전략은 바로 인재 영입이다. 그동안 총선을 살펴보면 낙동강 지역에서 새누리당이 승리했던 이유는 절반에 가까운 공천 물갈이 때문이다. 실제로 신한국당 때에도 한나라당 때에도 과감한 물갈이를 단행했고, 이로 인해 외부에서 인재를 수혈했고, 그로 인해 새누리당이 영남에서 계속 맹주 역할을 해올 수 있었다.

문제는 내년 총선 공천에서 과연 현역 물갈이가 과감하게 단행될 수 있을 것이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 대다수다. 그 이유는 그동안 해왔던 공천이 아니라 새로운 공천 방식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새누리당의 새로운 공천방식인 오픈프라이머리 제도는 ‘인지도가 높은 사람’이나 ‘조직력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유리한 제도라는 것이다. 총선 공천 경쟁이 언론에 크게 노출되는 것도 아니다. 때문에 공천 후보자들의 면면을 제대로 알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또한 총선 공천 선거에 과연 얼마나 많은 지역 주민이 참여할 것인가도 문제가 된다. 따라서 오픈프라이머리 제도가 도입되면 ‘인지도가 높은 사람’이나 ‘조직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 유리하다. 이런 이유로 오픈프라이머리 제도가 도입되면 정치신인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만큼 조직력이 우세한 사람이 이긴다는 것이다. 내년 총선 공천에서 오픈프라이머리 제도를 도입한다면 당 지도부는 공천에 절대적으로 개입할 수 없게 된다. 이렇게 되면 현역 당협위원장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더욱이 오픈프라이머리 제도가 도입되면 인재 수혈이 절대적으로 힘들게 된다. 조직력을 갖춘 현역 당협위원장과 싸울 수 있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어차피 싸워도 결국 계란을 바위에 부딪히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새누리당은 현역 물갈이가 쉽지 않아 보인다. 만약 현역 물갈이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새누리당은 낙동강 전투도 장담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만약 문재인 의원이 당 대표라도 된다면 결국 ‘부산vs부산’의 싸움이 된다. 즉, 문재인의 부산과 김무성의 부산 싸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김무성 대표가 얼마만큼 득표를 가져다줄 것인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더욱이 김무성 대표가 만약 지역구 출마를 내년 총선에서도 한다면 문재인 의원에 비해 활동 영역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문재인 의원이 부산·경남 출마자들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할 수 있는 반면 김무성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를 지키느라고 다른 지역구 지원을 제대로 못할 가능성이 높다. 아무래도 김무성 대표가 지역구 출마를 한다고 한다면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그만한 인물을 경쟁 후보로 내세울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된다면 그 경쟁 후보와 싸움을 하느라고 다른 후보에 대한 지원 사격을 할 수 없게 된다. 결국 문재인 의원과의 대결에서 패배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새정치민주연합은 새누리당에 비해 새로운 인재 영입이 더욱 쉬워질 수도 있다. 또한 전국적인 인지도가 높은 인사들을 대거 영입할 가능성도 높다. 전국적인 인지도가 높은 인사들이 영남 지역에 대거 출마를 하게 되면 총선의 관심은 영남에 집중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영남을 중심으로 바람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뿐만 아니라 통합진보당이라는 악재가 걷어진 것도 하나의 호재라고 할 수 있다. 물론 통합진보당 출신 인사들이 새로운 정당을 만들어 총선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통진당 출신 인사들과는 야권연대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 새정치민주연합을 비롯한 야권의 입장이다. 따라서 통진당으로 비롯된 이른바 종북 논란에서 비켜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게 된다. 그동안 총선 때만 되면 종북 논란으로 인해 새정치민주연합이 쓴 패배를 맛봐야 했다. 하지만 통진당이라는 악재가 걷어지면서 이제 종북 논란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게 됐다.

더욱이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하는 것도 새누리당에게는 골머리를 앓게 만들기 충분하다. 정윤회씨 문건 유출 파문으로 인해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당히 하락했다. 그것도 대구·경북과 부산·경남에서 큰 폭으로 하락했다. 문제는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새누리당도 동반하락했다는 점이다. 

내년 총선까지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현행을 유지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하지만 많은 여론전문가들은 지지율이 상당히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예단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하게 된다면 새누리당도 동반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낙동강 전투는 새누리당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새누리당 내에서 한숨 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자칫하면 영남지역을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에게 내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이 단 하나 기대하는 것은 야권이 분열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하나의 바람일 뿐이다. 내년 총선에서 낙동강 전투는 그야말로 피 튀기는 전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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