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형
▸ 팟캐스트 <이이제이> 진행자
▸ 저서 <와주테이의 박쥐들> <김대중vs김영삼> <왕의 서재>등 다수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라는 발언을 했다. 노무현이 이런 발언을 한 이유는 조선과 동아로 대표되는 보수신문에서 이회창의 강력한 상대가 될 노무현 보다는 이인제가 민주당 후보가 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여 기사나 사설, 칼럼 등으로 이인제 편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때로 부터 10년이 지난 지금도 보수신문은 그러한 못된 버릇을 못 고쳤다.
 

조중동 으로 대표되는 보수신문들은 원내대표 박지원, 당대표 이해찬, 대통령 후보 문재인으로 민주당이 진용을 갖추고 대선에 임하는 것이 몹시 불쾌한 모양이다. 그래서 연일 지면으로 그들의 담합을 문제 삼고 있고 김한길을 비롯한 민주당내 반 이해찬 진영도 보수신문들의 이런 아젠다 설정에“얼싸 좋다”하고 화답하고 있다. 그 결과가 지금 나타나는 김한길의 선전에 이은 역전의 결과이다.
 
보수 쪽에선 문제인, 이해찬, 박지원이 담합했다고 난리들인데 당내 선거에서 합종연횡은 언제나 있어왔고 또 당연한 일이다. 이게 도대체 뭐가 문제란 말인가? 그럼 지금 반 이해찬 파는 담합을 하고 있지 않나? KK연대(김두관, 김한길 연대)는 도대체 어떻게 나온 말인가? 김두관, 손학규, 정세균 계파가 김한길을 지지하고 있는 상황은 세 살배기 어린애도 안다. 문재인, 이해찬, 박지원의 연대는 안 되고 그 반대집단의 연대는 아무렇지도 않은 것이란 말인가?
 
더 웃긴 것은 문재인이 민주당의 대통령후보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조차도 이해찬을 비판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 민주당 경선은 무조건 이해찬 아니면 김한길 이다. 이해찬이 되면 문재인이 후보가 되는 게 어렵지 않게 결정날것이고 김한길이 되면 다른 후보군들이 할 만한 상황이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김한길과 김두관의 KK연대가 완성된 것이다.
 
애초 경선 전(前)에는 이해찬이 아주 손쉽게 승리할 것이라고 점쳐졌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김한길이 아주 선전을 하고 있다. 이해찬은 자신의 안방에서 조차 김한길에게 졌다. (손학규의 지원) 이것이 바로 다른 대권주자들과 민주당내 386이라는 인간들이 김한길을 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럴진대 어떻게 문재인을 지지한다면서 이해찬은 반대하고 나선단 말인가? 보수신문의 노림수에 놀아나고 있는 것이다. 뭐가 뭔지도 모르면서 다른 사람들이 이해찬을 비판하니 그냥 따라서 비판하는 꼴 밖에는 안 된다.
 
새누리당과 보수신문이 가장 피하고 싶은 민주당의 카드가 무엇일까? 그것이 바로 대통령후보 문재인, 당대표 이해찬, 원내대표 박지원이다. 그래서 지금 장난질을 치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솔직히 민주당내 경선에서 누가 되어도 상관없다. 딱히 문재인을 지지하지도 않는다. 다만, 박근혜와 싸워 이기려면 어느 정도는 싸움이 되는 카드를 내어 놓아야 하지 않겠는가?
 
허나 한 가지 다행인 점은 지금 이런 상황이 오히려 이해찬과 민주당에게 득이 될 수도 있다고 하는 것이다. 이해찬은 과거 분명 제갈량과 같은 존재였지만 나이가 들면서 총기가 떨어졌고 반대로 독선과 아집은 높아졌다. 2010년에 있었던 지방선거에서 이해찬은 분명 남의 말을 듣지 않는 독선의 모습을 보였다. 앞으로 당대표가 된다면 분명 고쳐야할 점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경선에서 김한길에게 한번 혼나면 다시 한 번 자기를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김한길은 대선에서 자기의 할일을 하면 된다. 김한길 자신이 자기가 젤 잘하는 일이 뭔지 잘 알 것이다. 그 자리가 당대표인가?
 
이해찬을 싫어해서 비판할 수도 있고 그의 문제점을 지적할 수도 있다. 허나 위에 언급한 것처럼 문재인이 되어야 하지만 이해찬은 안 된다는 말이 안 되는 논리를 펴는 사람들에게는 따끔한 충고를 해주고 싶다. 선거는 도덕군자 뽑는 자리가 아니다. 최선이 안 되면 그 안에서 차선을 찾고 그것도 안 되면 최악은 피해야 하는 것이다. 욕이야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대안은 아무나 내는 게 아니다.

※이 칼럼는 시사주간지 투데이신문 제2호(6월4일자)에 실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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