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형 칼럼니스트
▸팟캐스트 <이이제이> 진행자
▸저서 <와주테이의 박쥐들> <김대중vs김영삼> <왕의 서재>등 다수

【투데이신문 이동형 칼럼니스트】박근혜 대통령이 그 동안 줄곧 기용설이 제기되던 이완구 국무총리 카드를 꺼내 들었다. 원대대표 임기가 4개월 정도 남았음에도 박 대통령이 이완구 카드를 조기에 꺼내 든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빗발치는 청와대 쇄신압박을 외면할 수 없었을 것이다. 대통령은 김기춘 실장을 비롯한 문고리 3인방에게 무한신뢰를 보냈지만, 이는 국민여론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것이다.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 이후, 끝없이 추락하고 있는 대통령의 지지율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는 일이다. 대통령으로서는 김기춘과 문고리 3인방을 지키면서도 국면전환을 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고 그것이 이완구 총리 기용으로 나타났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다음 이유는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수 있는 국무총리 후보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사의를 표명하고 안대희 후보자와 문창극 후보자가 연달아 인사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낙마했다. 이렇게 되자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나기로 했던 국무총리가 다시 호출되는 웃지 못 할 코미디가 연출된다. 이런 상황에서 또 한 번 국무총리 지명자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한다면 박근혜 정부로서는 국정운영에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오랜 공직생활과 선출직 지자체장, 국회의원을 했던 이완구 카드는 이런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몇 안 되는 카드였다.

세 번째 이유는, 다음 총선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1년 앞으로 다가 온 총선. 지금의 정치권 기류로서는 새누리당의 승리가 요원해 보인다. 박 대통령은 충청출신인 이완구 국무총리 카드를 꺼내들면서 지금까지 각종 선거에서 항상 ‘캐스팅 보트’를 쥐었던 충청권 민심을 달래줄 필요가 있었다. ‘충청 대망론’에 불을 지핀 것이다. 이는 “이완구 의원을 국무총리로 기용한다”는 발표가 난 뒤, 변화된 충청권의 민심을 봐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충청도에서 계속해서 떨어지던 대통령의 지지율은 ‘이완구 국무총리 기용’ 뉴스가 나가고 소폭 상승했다. 김종필 이후, 현실 정치에서 충청권 스타가 나오지 않아 목말라 있던 충청인 들은 이완구 총리 기용에 박수를 보냈던 것이다. 이러한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박 대통령은 이완구 카드를 꺼내 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통령은 “국민 한두 명은 속일 수 있어도 국민 전체는 속일 수 없다”는 사실을 모르는 모양이다. 이완구 카드는 국민이 바라는 인적쇄신이 아니다. 오래전에 사의를 표명한 정홍원 국무총리를 바꾸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김기춘 실장과 문고리 3인방에 쏠리고 있는 권력을 제어하지 못하면 다른 인적쇄신 카드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문고리 3인방의 보직을 이동시킨다고 해서 청와대 내에서 그들의 위상이 달라질 수 있겠는가? 이완구 국무총리기용만으로는 돌아선 민심을 잡을 수가 없다. “눈 가리고 아웅 하기” 식의 인적쇄신에 불과한 것이다. 또한, 행정수도 원안 수정 문제 때부터 보조를 맞췄던 이 지명자를 ‘충청 대망론’으로 띄워 충청권의 민심을 달래줄 작정인 모양인데 그것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 역대 어떤 정권을 봐도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띄운 인물은 대망론을 성공시킨 사례가 없다. 또 이것은 “대통령에게 직언하겠다”고 지명 일성을 날린 이완구 지명자의 포부와도 배치되는 일이다.

대통령은 왜, 지지율이 계속 떨어지는 지 세세히 살펴야 한다. 연말정산 논란으로 민심이 이반되고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연말정산 논란은 부수적인 이유일 수밖에 없다. 그동안 쌓여왔던 청와대 내 불통논란과 특정인들에게 권력이 쏠리는 현상, 그에 따른 청와대 내 기강해이, 대통령의 마이웨이식 대처방법 등에 대한 불반이 이번 연말정산 문제와 겹쳐져서 한꺼번에 터진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은 본질은 외면한 채, 국무총리 교체와 특보단 신설만으로 위기를 어물쩍 넘기려 하고 있다. 이래서는 돌아선 민심을 달래줄 수 없다. 국민들의 요구는 한결같다. 대통령의 눈과 귀를 막고 있는 자들을 청와대에서 내 보내라는 것이다. 이런 요구를 계속 무시하고서는 다른 어떤 국면전환 카드도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청와대는 깨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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