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갑 흡연 경고 그림, 법사위에서 빠져...왜?
법사위의 권력 어디까지?...분노하는 상임위

법사위 권력 없애라...상임위의 반란
법사위 “우리는 억울하다”...항명 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2월 임시국회 동안 논란을 일으켰다. 다른 상임위원회의 법안 내용을 손질하는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월권 논란이 일어났다. 그동안 법사위가 ‘상원’이냐는 비난의 목소리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이렇다 할 월권 논란이 크게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법사위가 이처럼 월권 논란이 일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월권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월 임시국회처럼 세간의 주목을 제대로 받은 일은 없었다. 법사위는 고유 권한인 법 체계와 자구 심사를 한다. 위헌 여부를 판단하고 문제가 있는 문구를 수정하는 것이 법사위의 역할이다. 법안 내용을 손질하는 것은 해당 상임위의 역할이다. 예를 들면 담뱃갑에 흡연 경고 그림을 넣는 것에 대한 법을 만든다고 할 경우, 흡연 경고 그림을 넣는 법을 만들고 심사하는 곳은 보건복지위원회이다. 그리고 법사위는 이 법안이 문구가 문제가 있는지와 위헌 여부가 있는지 판단하는 곳이다. 즉, 내용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를 할 수 없는 곳이 바로 법사위이다.

법사위의 무소불위

그런데 2월 임시국회에서 법사위가 법안 내용 수정이라는 월권행위를 한 것이다. 법사위는 지난 3일 담뱃갑에 경고그림을 의무화하는 국민건강증진법을 ‘흡연자의 행복추구권 침해’와 ‘과도한 규제’를 이유로 처리하지 않고 법사위 내 2소위원회로 회부를 시켰다. 문구에 대한 수정 요구가 아니라 내용 자체를 뜯어 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명확히 월권행위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보건복지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용익 의원은 복지위에서 충분히 논의를 거친 법률안이 법사위에 회부, 내용이 변경되고 보류되는 일이 발생했다면서 법사위가 내용을 변경한다는 것 자체가 위법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국회 차원에서 이 문제를 정식으로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2월 임시국회에서 법사위가 월권행위를 한 것이 단순히 담뱃갑 경고 그림과 관련된 것만도 아니었다.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 법안도 법사위에서 일부 수정되기도 했다. 당초 CCTV를 인터넷에 연결시키는 소위 웹카메라 설치를 관련 법에 넣었는데 법사위에서 삭제가 된 것이다. 관련 법조항이 문제가 있다면 해당 상임위에 보내야 함에도 불구하고 법사위에서 관련 내용을 수정한 것이다. 때문에 해당 상임위 의원들은 “그럴 것이면 해당 상임위가 왜 필요하냐”라면서 “법사위에서 모든 것을 다하면 되지 않겠냐”라고 볼멘 소리를 냈다.

야당의 최후 보루

법사위 월권 논란은 비단 2월 임시국회에서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13년 이른바 'FIU법(특정금융거래정보 보고.이용법 개정안)' 처리를 둘러싸고 이미 법사위와 정무위원회 간 한차례 법사위 월권 논란이 벌어졌고, 당시 박영선 법사위원장은 본회의장에 나와서 법사위의 월권이 아니었다는 점을 설명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산업재해법 개정안'을 2소위로 회부하면서 '법사위 월권행사 제한 결의안'을 채택하기도 했다. 당시 환노위 여당 간사인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은 법사위의 월권 행위를 강도높게 규탄했다.

김영란법 역시 법사위에서 대폭 손질됐다. 김영란법에서 적용대상에 사립학교 재단 이사장 및 임직원을 포함하기로 법사위에서 의견을 모으고 해당 내용을 추가한 것이다. 정무위에서는 없었던 내용이 법사위에서는 포함이 된 것이다. 이를 두고 월권행위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에 대해 정의당 서기호 의원은 “사립학교 이사장 등이 적용대상에서 빠진 상태로 제출됐는데 법사위에서 추가로 수정하는게 아니라 이미 정무위에서 논의된 것을 추가하는 것으로 정무위원들의 권한을 침해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법사위에서 충분히 넣을 수 있다”고 해명했다.

이제는 어떻게

하지만 법사위의 월권논란은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있다. 법사위 월권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월권논란이 일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야권이 최후 방어 보루라고 생각하고 법사위를 운영해 왔기 때문이다. 그동안 논란이 있었던 법안을 법사위에 최대한 계류시켜서 법안 처리를 무산시키는 사례가 많이 있어왔다. 특히 정부와 여당이 야심차게 추진하는 법안의 경우 야당이 최대한 저지시킬 수 있는 최후의 보루가 바로 법사위다. 법사위원장은 야당의 몫으로 줬다. 그 이유는 여당의 단독 처리를 최대한 막아보겠다는 의도가 들어간 것이다. 그런데 법사위가 고유 권한을 넘어서 최대한 야권의 최후 보루가 되다 보니 해당 상임위에서 합의한 법안이 야권의 마음에 들지 않아서 계류가 되는 경우가 발생했다. 그러다가 일부 항목의 내용을 수정하게 되고, 그래도 별다른 문제를 제기하지 않으면서 법사위의 권한이 대폭 커지게 된 것이다. 법사위는 그렇게 자신의 힘을 막강하게 키워온 것이다.

물론 법사위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절대 월권행위는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누가 보더라도 월권행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정치권에서는 법사위의 권한이 상당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때문에 이익단체들이 로비를 할 때 해당 상임위에 대해 로비를 하지만 법사위에도 로비를 한다. 법사위에서 법안이 수정되게 해달라는 것이다. 때문에 이익단체는 이중으로 로비를 해야 하는 고통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또한 국회가 시작하게 되면 ‘국토교통위’ 등 알짜배기 상임위와 더불어 법사위에 들어가는 것을 국회의원들의 최대 소원 중 하나이다. 법사위가 그만큼 막강한 권한과 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법사위가 사실상 무소불위의 권력을 지니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법사위 권한을 대폭 축소시키는 움직임이 국회에서 나타나고 있다. 새누리당 민병주 의원은 지난해 1월 법사위가 타 상임위 법안을 수정할 경우 반드시 사전에 해당 상임위에 알리도록 하는 내용의 국회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은 해당 상임위 심사를 마친 법안을 본회의에 곧바로 부의하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행 국회법은 각 상임위에서 법안 심사를 마치면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해 체계와 자구에 대한 심사를 거치도록 하고 있는데, 김 의원의 개정안은 해당 상임위가 법안 내용은 물론 체계와 자구 심사까지 완결해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법사위의 권한을 대폭 축소시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회 내 법안의 체계와 구 심사 그리고 각종 입법지원 기능을 전담할 별도의 기구를 설치해야 하고, 법사위는 법무부, 검찰, 법제처 등 소관 부처에 대한 감시활동에 치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해당 상임위의 본연의 역할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법사위가 야당의 최후 보루 역할을 해왔던 것도 사실이지만 이제는 월권행위를 하는 상임위가 됐기 때문에 대폭적인 권한 축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법안이 당초 취지와는 전혀 다른 상황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김영란법이 대표적인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법사위가 월권을 행사하면서 당초 취지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의 김영란법이 탄생하게 됐고, 이로 인해 재심사 해야 하는 상황으로 치닫게 된 것이다. 그만큼 법사위의 권한을 축소해야 하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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