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팟캐스트 <이이제이> 진행자
▸ 저서 <와주테이의 박쥐들> <김대중vs김영삼> <왕의 서재>등 다수
세간에 mb즉, 멘붕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이 말은 멘탈이 붕괴되어 정신적으로 공황상태에 빠진 것을 의미하는데 조현오 전(前)경찰청장의 일련의 발언과 행동을 보면 그는 지금 멘붕상태임이 틀림없어 보인다.
조현오는 이명박 대통령의 절대적 신임이 없었다면 애초에 그 자리에 오를 수 없을 정도로 하자가 많은 인물이었다. 쌍용자동차의 강제진압과 위장전입은 그의 인간성과 도덕성이 어땠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였다. 이뿐인가? 천안함 사고로 슬픔에 잠긴 유족들에게는 “동물처럼 울부짖는다. 선진국이 되려면 슬퍼하는 방식도 격을 높여야 한다”는 인간으로서는 생각할 수 없는 상식이하의 발언도 했었다. 측은지심(惻隱之心)이 있어야 사람이다. 이것이 없다면 금수와 다를 바가 무엇이 있겠는가? 그러나 측은지심이 없는 조현오는 수오지심(羞惡之心)도 없다. 노무현 대통령이 숨진 이유는 차명계좌가 발견됐기 때문이라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언급하고도 그에 대한 반성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이 발언이 논란이 되자 조현오는“도저히 해서는 안 되는 발언을 한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후회하고 있다”혹은“주간지 인터넷 언론기사를 보고 한 말로 정확히 기억이 안 난다. 내가 직접 확인한 것은 아니다” 라며 논란에서 빠져 나가려는 모습을 보였으나 이어진 인사청문회에서는 야당의 집요한 공세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제가 더 이상 발언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는“차명계좌는 있지만 여기서 말은 하지 않겠다” 라는 뉘앙스로 들렸다. 차명계좌가 있다면 확실한 증거를 제시하든가 증언을 하면 된다. 그것이 아니라면 자신의 말로 상처 입었을 유가족들에게 진실로 사죄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면 될 일이다. 그러나 조현오의 처신은 상황에 따라 대답을 달리하는 “그때그때 달라요”였다.
이 청문회를 보고 이명박 정권의 수호신인 보수신문들마저 사퇴하라고 압박을 했으니 조현오가 어느 정도 인물인지는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 여론의 끈질긴 압박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조현오를 감쌌고 결국 그는 소원대로 대한민국 치안의 수장자리인 경찰청장에 올랐다. 그리고 대통령에 대한 그 고마움을 시민들에게 물대포로 갚아주었으니 이 얼마나 아름다운 군신의 관계인가? 유비와 제갈량이 살아 돌아와도 이보다 아름답지는 않았으리라.
경찰청장으로 재임하며 2년 동안이나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사자명예훼손사건’의 수사를 회피하던 조현오는 총수자리에서 물러나고서야 검찰로 향했다. 이 검찰조사에서 자신의 발언을 입증 못한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검찰도 조현오의 발언은 사실무근이라고 기정사실화 했다. 대한민국 검찰이 누구인가? 3년 전 노무현의 옷에 묻은 먼지하나 까지 샅샅이 털었던 게 이 나라 검찰이다. 3년이 지나고 그의 형 노건평의 문제를 다시 꺼냈다가 증거가 없자 슬그머니 감춘게 이 나라 검찰이다. 조현오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이런 검찰이 가만히 있었겠나? 상황이 이런대도 조현오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검찰을 믿지 못한다며 “(차명계좌) 있다고 확신합니다. 분명히 있습니다. 분명히 있는 겁니다. 제가 보증을 할게요. 그건 분명합니다” 라며 여러 차례 확신을 가지고 이야기 했다. 첫 소환 조사 시 “반성한다. 후회한다”라는 태도에서 180도 바뀐 것이다.
멘탈붕괴가 오지 않았으면 어떻게 이런 반응이 나올 수 있단 말인가? 그의 멘붕은 여기서만 그치는 게 아니다. 경찰의 과잉경호가 문제 되었던 재소환조사 때는 취재기자의 발을 자동차로 깔아뭉개고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고 달아나는 행동까지 취했다. 명백한 뺑소니인 것이다. 이런 사람이 10만 경찰의 수장으로 국민의 안녕과 재산을 지켰었다니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사실이 부끄러울 따름이다.
조현오는 이 사건을 재판까지 끌고 가서 한때는 자신이 모셨던 전 대통령의 인격을 끝까지 모독하고 흠집 내어 부관참시(剖棺斬屍) 하고 싶은 모양인데 그렇게 하면 할수록 멘붕상태에서 빠져 나오지 못한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진실은 하나이고 여론은 당신편이 아닌데 어떻게 멘붕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겠는가?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지금이라도 유가족에게 사죄하고 2년이나 스트레스를 받았던 국민에게 잘못을 빌어라. 그것만이 조현오가 멘탈붕괴의 정신적 공황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MB(이명박)에게 충성하여 얻은 권력으로 mb(멘탈붕괴)가 된 조현오. 언제쯤 그가 권력은 무한한 것이 아니라는 절대 진리를 깨닫게 될까?
※ 이 칼럼은 시사주간지 투데이신문 제3호(6월11일자)에 실린 것입니다.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