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을 비롯한 야권에서는 고사성어와 삼국지가 때 아닌 열풍이 불고 있다. 고사성어와 삼국지 인용은 때로는 백 번의 행동보다는 말 한 마디가 강인한 인상을 남기기 때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인 조국 서울대 교수는 무소속 천정배 의원을 향해 “전국적 인물이었던 천정배 의원이 수도권에서의 도약이 여의치 않자 광주로 내려가 ‘호남 정치 부활’을 외치는데 중국의 삼국지처럼 ‘중원’에서 뜻을 이루지 못하자 ‘촉’으로 가서 세를 키워 다시 중원을 도모하겠다는 것이라고 추측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내가 김문수 새누리당 보수혁신위원장이 고향 대구로 내려가는 것을 비판한 것과 같은 맥락”이라면서 “현명한 천정배 의원께서 세 불리기를 위해 구시대 인물 ‘이삭줍기’를 하진 않으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천정배 의원은 “조국 후배님”이라고 부르며 “애정을 보여주셔서 고맙지만 광주는 중원에서 벗어난 파촉 (巴蜀) 땅이 아니다. 중원 중의 중원”이라고 반박했다.

이처럼 조국 교수와 천정배 의원이 삼국지를 갖고 서로가 서로에 대해 비판의 칼날을 갈았다. 고사성어와 삼국지 인용은 때로는 상당히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지난 5월에는 정청래 최고위원의 막말 파문 논란이 일어났을 때 문재인 대표는 정청래 최고위원에게 당직정지 처분을 내리면서 ‘읍참마속(泣斬馬謖)’을 꺼내들었다. 촉나라 제갈량이 마속을 눈물을 머금고 참형에 처했다는 고사를 인용한 것이다.

이에 주승용 전 최고위원은 ‘집사광익(集思廣益)’을 인용했다. 이는 제갈량이 ‘생각을 모아 이익을 더한다’라는 말을 인용한 것이다. 열린 자세를 촉구하면서 문재인 대표와 친노 그룹의 폐쇄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비판한 것이다.

문재인 대표는 ‘육참골단(肉斬骨斷·자신의 살을 베어내 주고 상대의 뼈를 끊는다)’이라는 고사성어를 인용하면서 새정치민주연합의 혁신을 강조했다. 이에 김상곤 혁신위원장은 ‘우산지목(牛山之木)’을 인용하면서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면서 ‘백의종군(白衣從軍)’을 요구하기도 했다.

조국 서울대 교수는 육참골단 대신 “이대도강(李代桃僵·자두나무가 복숭아나무를 대신해 넘어지다)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 5월부터 약 두 달 동안 고사성어와 삼국지 관련 내용이 난무하기 시작했다.

고사성어는 힘을 갖고 있다. 풍자와 비유, 압축과 절제가 있다. 단지 4글자에 불과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 4글자를 듣고 상대방 화자가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정확하게 이해를 한다는 점에서 정치인들에게는 고사성어 인용을 상당히 즐긴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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