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고비 넘긴 문재인, 그 다음 수순은

   
 

비주류의 비참한 패배, 과연 무릎 꿇을 것인가
문재인, 재신임 투표에 모든 것 걸은 상황

내년 총선 공천 위해 계파 갈등 봉합에 적극 나서
외곽의 신당 창당 변수, 그 변수가 과연 진짜 변수?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한 고비를 넘겼다. 공천 혁신안이 중앙위원회를 통과했다. 이로써 공천 혁신안이 마련됐다. 문재인 대표의 도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문재인 대표를 비롯해서 주류 측은 “혁신은 이제부터”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비주류의 반발이 극심하다. 비주류의 반발을 얼마나 봉합하면서 새정치민주연합의 미래를 제시하느냐가 문재인 대표의 숙제가 됐다. 비주류를 안고 갈 것인가 아니면 버리고 갈 것인가의 문제가 남은 셈이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

지난 9월 16일 중앙위원회에서 비주류의 모습을 표현한 말이다. 비주류는 공천 혁신안 처리에 대해 반대 입장을 보였지만 그들의 외침은 아예 들리지도 않았다. 비주류는 중앙위원회 연기를 요청했다. 하지만 그것이 통하지 않았다. 안철수 전 대표는 전날인 15일 문재인 대표를 만나 중앙위원회 연기를 요구했다.

하지만 문재인 대표는 거부했다. 그리고 중앙위원회는 예정된 날짜에 열렸다. 그러자 민주당집권을위한모임(민집모)은 김성곤 중앙위원장에게 무기명투표를 요구했다. 공천 혁신안이 문재인 대표 거취와 연결됐으니 사실상 인사문제라면서 무기명투표를 요구한 것이다. 이에 대해 김성곤 위원장은 중앙위원 전원의 찬성이 있으면 몰라도 사실상 힘들다면서 거부를 했다. 결국 이날 중앙위는 예정대로 열렸고, 무기명투표는 없었다.

이 과정에서 비주류의 한계가 보였다. 그동안 열심히 문재인 대표 흔들기를 했던 비주류였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중앙위원들조차도 제대로 설득하지 못한 비주류였다. 그동안의 외침은 소리 없는 아우성에 불과했다. 비주류는 중앙위 소집을 가급적 저지하려고 했다. 공천 혁신안 처리도 저지하려고 했다. 하지만 수적으로 열세를 면치 못했다. 비주류 중진 의원들은 아예 참석도 하지 않았다. 비주류 의원들 중 10여 명만 중앙위 자리를 박차고 나가면서 투표에 불참했다. 그야말로 비주류가 수적으로 열세라는 것을 만천하에 알린 꼴이 됐다.

물론 공천 혁신안을 박수로 만장일치 하는 등의 모습을 보인 것은 주류의 한계라고 할 수 있지만 비주류의 한계 역시 고스란히 드러난 중앙위였다. 그래서인지 비주류는 중앙위에서 공천 혁신안을 통과시킨 것에 대해 절차적 하자가 있다면서 문제제기를 했으나 무효라는 이야기는 하지 못했다. 중앙위의 의결 과정에 대해 크게 부각시키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오히려 문재인 대표의 재신임 투표 문제를 건드리고 있다.

문재인의 승부수

현재 새정치민주연합의 가장 큰 이슈는 바로 문재인 대표의 재신임 투표 문제이다. 비주류는 재신임 투표를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재신임 투표를 강행할 경우 계파 갈등이 오히려 더 증폭될 수 있다는 것이 비주류의 논리이다. 강요된 질서에서 일방적으로 몰리게 되면 더 큰 화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재신임이 안 될 경우 그에 따른 후폭퐁도 만만찮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또한 중앙위원회에서 공천 혁신안이 통과됨으로써 사실상 문재인 대표 재신임은 기정사실이라는 것이다. 비주류가 문재인 대표 재신임 투표를 부정하는 이유는 자신들의 입지가 더욱 좁아지게 되기 때문이다. 주류나 비주류나 만약 문재인 대표 재신임 투표를 하게 되면 재신임될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만약 국민과 당원에게 재신임을 물었는데 압도적인 지지가 나온다면 비주류는 그야말로 설 자리를 완전히 잃게 되는 것이다.

더욱이 추석 전에 재신임 투표가 마무리된다면 추석 밥상에서는 문재인 대표 리더십이 화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추석 밥상에서 민심은 “이제 문재인 대표 중심으로 뭉쳐야 하는 것 아니냐”라는 식의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비주류는 상당히 곤란해진다. 반면 추석 이후에 재신임 투표를 하게 된다면 추석 밥상에서는 문재인 대표 재신임을 놓고 왈가왈부 할 수 있다. 즉, 야권 지지층은 재신임이냐 아니냐를 놓고 갈등을 보이게 되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비주류는 자신들이 살아날 기회를 얻게 되는 셈이다.

또 다른 이유는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이다. 공천 혁신안이 통과되면서 이제 10월에는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를 구성해서 현역 의원들을 평가해야 한다. 평가지수에는 지지도가 35%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정당 지지율과 현역 의원 지지율을 비교해서 정당 지지율에 비해 현역 의원 지지율이 낮으면 평가점수를 낮게 준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하위 20%는 공천에서 배제를 시키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역 의원들로서는 자신의 지지율보다 새정치민주연합 지지율이 낮아야 한다. 그러자면 문재인 대표를 자꾸 흔들어야 한다. 만약 추석 전에 재신임 투표가 완료된다면 새정치민주연합 지지율은 급상승할 수밖에 없다. 즉, 현역 의원들로서는 가장 끔찍한 시나리오가 되는 셈이다. 따라서 재신임 투표를 아예 철회를 하거나 아니면 최소한 추석 이후에 이뤄져야 현역 의원들이 살아남을 여지가 생기게 되는 셈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비주류가 재신임 투표를 반대하고 있다.

   
 

비주류의 운명은

반면 주류는 이번 기회에 문재인 대표 흔들기를 완전히 종식시키겠다는 입장이다. 더 이상 새정치민주연합이 문재인 대표 흔들기로 인해 지지율이 하락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물이 들어왔을 때 노를 저으라는 말이 있듯이 기회를 삼아 폭풍처럼 몰아칠 것으로 예상된다. 비주류의 입지를 완전히 좁혀놓겠다는 것이다. ‘혁신을 위해 자기 기득권을 내려놓느냐’ 아니면 ‘자기 기득권을 위해 혁신을 내려놓느냐’ 둘 중에 하나를 정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주류는 추석 전에 재신임 투표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만큼 자신감을 가졌다는 것이다. 중앙위에서 공천 혁신안이 통과되자 주류가 이제 폭풍처럼 몰아치고 있는 것이다. 재신임 투표가 끝나고 나면 그때부터 혁신을 시작할 계획이다.

우선 10월에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를 구성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는 현역 의원들을 평가할 것이다. 그리고 인재영입위원장을 선정해서 인재 영입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인재 영입이 절실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인재영입위원장을 비주류에게 맡길 가능성도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비주류에 너무 압박하기 보다는 당근도 제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계산인 것이다. 또한 혁신안을 토대로 향후 새정치민주연합의 미래 비전과 혁신 방식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대표는 당의 통합과 화합을 위한 비전도 제시하겠다고 했다. 추석 전 재신임 투표를 털어버리고 10월부터 본격적인 혁신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렇게 해서 내년 2월쯤 공천심사위원회를 꾸려서 본격적인 공천심사를 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100% 국민공천을 통해 다이내믹한 공천을 만들어서 유권자들로부터 인정받는 새정치민주연합이 되겠다는 것이 문재인 대표의 계획이다.

하지만 이런 문재인 대표의 계획이 쉽지 않아 보인다. 비주류가 과연 재신임 투표의 결과에 대해 수긍을 할 수 있을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비주류는 계속해서 재신임 투표를 연기하거나 취소를 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때문에 만약 재신임 투표를 통해 압도적인 찬성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아마도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계속해서 문재인 대표 흔들기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비주류의 문재인 대표 흔들기가 기존과 같은 효과를 낼지는 불투명하다. 왜냐하면 재신임에 대해 압도적으로 지지한 이들을 무시하면서 문재인 대표 흔들기를 계속하기엔 명분이 사라진 셈이다.

그렇게 되면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하나는 문재인 대표 체제를 인정해야 하는 것과 또 다른 하나는 문재인 대표 체제에서 벗어나는 길이다. 즉, 탈당 및 신당 창당의 길을 걷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비주류의 탈당 및 신당 창당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점차 그 명분이 약화되고 있다. 더욱이 재신임까지 받게 되면 비주류의 탈당 명분은 더욱 힘을 잃게 된다. 여기에 만약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 활동 이후 탈당을 하게 된다면 내년 2월 평가지수가 공개된다. 만약 평가지수가 하위 20%에 해당되게 되면 탈당한 그 현역의원은 내년 총선이 사실상 힘들어지게 된다. 때문에 탈당 자체가 쉽지 않아 보이는 것이 현실이다.

다만 천정배 신당이라는 변수가 존재한다. 천정배 의원은 9월 20일 신당 창당을 공식적으로 선언한다고 밝혔다. 천정배 의원으로서는 상당히 초조해질 수밖에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새정치민주연합이 급격히 문재인 대표 체제로 재편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비주류의 저항이 점차 약해지는 것을 천정배 의원 자신도 느끼고 있다. 아울러 추석 밥상에 천정배 의원이라는 존재감을 알려야 한다. 때문에 20일 신당 창당을 공식적으로 선언하는 것이다.

야권 지형은 천정배 신당 창당 선언으로 인해 더욱 복잡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박준영 전 전남지사가 ‘신민당’ 창당을 공식 선언했다. ‘민주당’이라는 간판을 달고 있는 원외 정당이 있다. 아울러 새정치민주연합 박주선 의원 역시 신당 창당을 고민하고 있다. 즉, 야권에 정당이 많이 만들어졌거나 만들어지고 있는 중이다. 이렇게 되면 새정치민주연합으로서는 원심력이 작동되면 이들 신당으로 합류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문재인 대표로서는 탈당 및 신당 창당을 막아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아직까지 문재인 대표를 중심으로 뭉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비주류 인사 중 한 사람이라도 탈당 선언을 하는 날에는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 때문에 문재인 대표로서는 시간이 별로 없다. 이들 비주류를 무조건 압박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새로운 시작

때문에 일각에서는 주류와 비주류를 아우르는 집단지도체제로 전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표로서는 비주류도 감싸 안아야하기 때문에 집단지도체제로의 전환에 대해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만 어떤 형식이냐를 두고 상당히 말이 많다. 이런 가운데 정세균 상임고문이 지난 9월 9일 제안한 연석회의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당 원로, 전·현직 지도부, 천정배, 정동영 등 탈당파까지 모여 당의 미래와 진로를 논의하는 기구이다. 이는 집단지도체제이다. 문재인 대표로서는 재신임을 받게 된다면 당을 수습하는 차원에서도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비주류의 반발을 무조건 찍어 누르는 것이 아니라 이제 함께 나아가야 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특히 문재인 대표가 독단적으로 공천권을 행사한다는 뉘앙스를 절대 보여서는 안 된다. 그렇게 될 경우 비주류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공천권을 내려놓는다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라도 집단지도체제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집단지도체제로 갈 경우 혹여 공천권 지분 나눠먹기로 비쳐질 가능성도 있다. 만약 공천권 지분 나눠먹기로 비쳐질 경우 실망한 야권 지지층이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공천권 지분 나눠먹기가 아니라 당의 화합을 이끌어내는 집단지도체제가 돼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그 둘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것이 쉽지 않다. 아무래도 다선의 중진 의원들이 포진한 집단지도체제가 되면 중진의원들은 공천권 지분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집단지도체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분명한 것은 당내 갈등이 점차 수습되는 모양새이지만 아직도 갈등은 남아있다. 그리고 그 갈등은 언제든지 분당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표가 뚝심으로 밀어붙이고 있지만 언제든지 부러질 수도 있다. 비주류는 항상 반발해왔고 앞으로도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비주류를 얼마나 설득해서 문재인 대표 사람으로 만드느냐가 중요한 요소가 됐다. 이제 문재인 대표 스스로 그 방법을 찾아서 해결해야 한다. 그 첫걸음을 내딛고 있다. 문재인 대표가 대권 가도를 달리느냐 아니면 넘어지느냐 그 시간이 점차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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