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김무성, 청와대 장벽에 막혀 계속 철수 중
내년 총선 공천 놓고 친박-비박 갈등 증폭

친박, 김무성 체제 무너뜨릴 명분 너무 약해
비박, 김무성에게 실망...과연 앞으로의 행보는

새누리당이 공천 룰 싸움이 본격화됐다. 그야말로 혈투이다. 한 세력이 다른 세력을 정치적으로 죽여야 하는 작업이 공천이다. 그만큼 공천은 힘든 작업이고 잡음이 나오는 작업이기도 하다. 그리고 죽여야 하는 사람들과 살아남아야 하는 사람들이 정치적 생명을 걸고 건곤일척을 하는 작업이다. 친박계는 공천권을 쥐고 있는 김무성 대표에게 공격을 가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김무성 대표가 당 대표직을 유지하기 힘들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무대 즉 김무성 대표의 대권이 열릴 것인지 닫힐 것인지 판가름 나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투데이신문 어기선 기자】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정치적 압박을 상당히 받고 있다. 사위 마약 논란을 비켜나가자마자 공천 룰을 놓고 친박계와 싸우고 있는 모습이다. 김무성 대표는 미국식 오픈프라이머리를 그동안 꾸준하게 주장해왔다. 정치적 생명 운운하면서 미국식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강력 주장해왔다. 하지만 미국식 오픈프라이머리는 역선택의 단점이 있기 때문에 여야가 같은 날 동시에 실시를 해야 한다. 그런데 새정치민주연합이 ‘안심번호 국민공천’ 혁신안을 중앙위원회에 통과시킴으로써 미국식 오픈프라이머리는 물 건너갔다. 이에 친박계는 ‘제3의 대안’을 내놓으라고 김무성 대표를 압박했다. 사실상 미국식 오픈프라이머리를 포기하라는 것이다. 결국 김무성 대표는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지난달 28일 만남을 갖고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에 잠정 합의를 했다.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소위원회에서 이미 통과된 방안이다. 선거 후보자를 선출하는 과정에서 유권자의 참여가 이뤄지는데 중복 참여 및 참여한 유권자의 신상이 공개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이동통신사에서 ‘안심번호’를 유권자에게 부여한다. 유권자들은 이 ‘안심번호’를 통해 투표 혹은 여론조사를 단행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당은 후보자를 선출하는 과정을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라고 한다. 사실 문재인 대표와 만나서 합의한 내용은 국회 정개특위에서 논의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법률로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이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정당에서 사용할지 여부는 그 정당의 고유 권한이라는 것이다.

김무성의 오락가락 행보

하지만 ‘안심번호 국민공천제’ 잠정합의 소식이 들리면서 청와대는 발끈하고 나섰다. 청와대는 핵심관계자라는 익명 아래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러자 김무성 대표는 당 대표에 대한 모욕이라면서 “오늘까지만 참겠다”라고 언급, 청와대를 되받아쳤다. 특히 지난 1일에는 국군의 날 기념행사 및 부산국제영화제와 최고위원회의 등 공식행사에 불참을 했다. 김무성 대표가 청와대를 향해 화살을 꺼내든 것이다. 이후 청와대와 크게 부딪힐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김무성 대표가 “확전을 자제하자”고 청와대에 손을 내밀었고, 청와대도 손을 잡았다. 청와대와 김무성 대표의 충돌이 장기화되면 공멸할 것이라는 것을 청와대와 김무성 대표 모두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이후에 김무성 대표가 ‘우선추천제’를 언급하면서부터이다. 김무성 대표가 당헌당규 103조를 언급하면서 우선추천제를 고려할 수도 있다고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당헌당규 103조를 살펴보면 여성 및 장애인 등 정치적 소수자이거나 후보의 경쟁력이 약할 경우 우선 추천할 수 있다고 규정돼있다. 사실상 전략공천을 의미한다. 이 발언이 나오면서 서청원 최고위원이 발끈했다. 당 최고위원들과 협의도 하지 않고 우선추천제 등을 이야기했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표와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합의할 때도 김무성 대표는 새누리당 최고위원들에게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우선추천제를 언급하면서도 최고위원들과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 이에 서청원 최고위원은 “당을 떡 주무르듯이 한다”면서 크게 반발한 것이다. 김무성 대표가 어떤 행보를 하더라도 최고위원들과 논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독단적으로 당을 운영하지 말라는 경고를 내린 것이다.

청와대와 손잡은 김무성

우선추천제는 그 이후에도 후폭풍을 낳고 있다. 우선추천제 취지는 정치적 소수자 및 호남과 같은 단수후보를 내는 지역이나 후보의 경쟁력이 약한 지역에 전략공천을 하자는 것이다. 때문에 비박계에서는 ‘대구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대구·경북은 단수 후보들이 아니라 후보가 넘치는 지역이다. 아울러 후보 경쟁력도 약한 지역은 아니다. 이런 이유로 인해 굳이 전략공천을 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우선추천제를 선정하더라도 극소수에 한정될 것이라는 것이 비박계의 생각이다. 하지만 친박계의 생각은 다르다. 친박계는 대구·경북도 우선추천 지역에 포함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정지역은 우선추천지역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것은 독단적인 생각이라는 것이다. 대구·경북을 포함해서 전 지역에서 우선추천지역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대구·경북도 전략공천에 포함돼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우선추천제 실시를 놓고 논란은 예고됐다. 왜냐하면 규정이 애매모호하기 때문이다. 후보 경쟁력이 약한 지역에 대해 우선추천을 한다고 하는데 후보 경쟁력이 약한 지역을 규정하는데 그 기준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되고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되는 것이 우선추천지역의 기준이라고 할 수 있다. 친박계와 비박계가 우선추천제에 대해 다른 시각을 보이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또 다른 문제는 국민공천을 하더라도 국민과 당원의 비율을 어떻게 할 것이냐를 놓고 갈등을 보이고 있다. 친박계는 당원의 비중을 더 넓혀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비박계는 국민에게 그 비중을 더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행 당헌당규에 따르면 국민과 당원 비율을 50대 50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친박계는 국민에게 그 비중을 더 주게 되면 당원들은 가입해서 활동하는 이유가 사라지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비박계는 국민의 비중을 늘려야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준다는 개념에 부합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친박은 당원 비중을 늘리는 것이 유리하고 비박계는 국민의 비중을 늘리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김무성 대표가 차기 대권 주자 1위를 달리고 있다. 즉, 국민들로서는 박근혜 대통령이냐 김무성 대표냐 선택지에서 김무성 대표를 선택할 경우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의 영향력이 강하게 작용하는 당원들의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 친박계의 생각이다. 반면 비박계는 국민의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자신의 입맛에 맞게 공천 룰을 변경시키려고 하다 보니 충돌은 불가피하다.

비박계는 어디로

공천 룰을 놓고도 갈등을 보이고 있는데 공천 과정에서도 갈등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김무성 대표 체제로 공천을 치를 것인가라는 것이다. 친박계는 김무성 대표 체제로 총선을 치를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지도부로 총선을 치를 것인지에 대한 깊은 고민에 빠져있다. 새누리당은 전통적으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선거를 치른 경우가 많이 있다. 때문에 비대위 체제로 총선을 치르는 것에 대해 큰 위화감은 없다. 비대위 체제를 출범시켜 이를 바탕으로 총선을 치르는 것이 새누리당은 오히려 더 익숙해질 수도 있다. 문제는 비대위 체제를 만드는 방법이 너무나 쉽다는 것이다. 그것은 김무성 대표 체제가 취약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최고위원회의 구성원을 살펴보면 김무성 대표의 든든한 우군은 김을동 최고위원 이외에는 없다. 나머지는 反김무성파이다. 만약 이들 중 4명만이라도 최고위원직에서 사퇴를 하게 되면 김무성 대표 체제는 무너지게 돼있다. 따라서 언제든지 김무성 대표 체제를 무너뜨릴 수 있다. 그 시기가 12월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새해 예산안 통과되자마자 새누리당은 비대위 체제로 전환해서 총선을 치를 것이라는 이야기다.

다만 김무성 대표 체제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돌고 있다. 김무성 대표 체제를 무너뜨리기에는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김무성 대표가 특별히 잘못한 일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까지는 없다는 것이다. 물론 김무성 대표 사위 마약 사건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사위의 일이지 김무성 대표 본인의 일은 아니다. 때문에 사위 마약 사건으로 김무성 대표 체제를 무너뜨리기에는 명분이 약하다. 그 이외에도 명분은 약하다. 오히려 명분은 김무성 대표가 갖고 있다.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명분을 갖고 있다. 따라서 김무성 대표 체제가 오히려 튼튼할 수도 있다. 아울러 청와대에서는 김무성 대표 체제를 유지하는 것을 원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청와대 참모진 대구 출마설이 끊이지 않자 청와대는 서둘러서 청와대 참모진의 총선 차출은 없다고 진화에 나선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청와대는 일단 김무성 대표 체제를 유지하고 싶다는 사인을 보내온 것이다.

문제는 김무성 대표가 비박계에게 많은 실망감을 안겨줬다는 것이다.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여야 대표가 합의해온 때부터 비박계는 김무성 대표 보호에 앞장섰다. 청와대와 친박계가 김무성 대표를 공격할 때 비박계 인사들은 나서서 김무성 대표를 보호해줬다. 그런데 그 결과는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의 철회이다. 또한 우선추천제를 언급함으로써 김무성 대표가 자꾸 청와대의 벽에 가로막혀 철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비박계는 김무성 대표를 믿고 따를 수 있겠는가라는 회의감에 싸여져 있다. 실제로 비박계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청와대와 김무성 대표를 싸잡아 비난했다. 원내대표 사퇴 파동 이후 조용하게 지냈던 유승민 전 원내대표이지만 이번 사태 이후 자신의 입장을 이야기한 것이다. 정병국 의원 역시 김무성 대표와 청와대를 싸잡아 비난했다. 이밖에도 김무성 대표에게 실망한 비박계 인사들이 한 두 명이 아니라는 이야기가 있다. 비박계로서는 오픈프라이머리를 지키기 위해 사활을 걸었다.

그리고 청와대와 친박계를 향해 날선 비판을 가했다. 그런데 허탈하게도 공격의 최전방에 있어야 할 김무성 대표가 자꾸 철수를 한 것이다. 비박계로서는 허탈감과 함께 실망감을 느꼈다. 진정으로 당 대표의 자리에 앉아 있을 사람이 맞는지 의심이 든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김무성 대표와 청와대·친박이 또 다시 갈등을 보이면 과연 김무성 대표를 보호해줘야 하는지 의구심이 든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왜냐하면 김무성 대표가 또 다시 철수를 하게 되면 자칫하면 비박계가 공천을 받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김무성 대표에 기대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이야기가 있다.

김무성 대표가 과연 무대(김무성의 대권)를 열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최근 행보는 비박계에게 상당한 실망감을 안겨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지지율은 높다. 그 높은 지지율이 지금까지 버텨주고 있다. 하지만 지지율이 낮게 나올 경우 김무성 대표의 운명은 어떻게 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김무성 대표의 운명은 바람 앞의 촛불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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