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에게 어떤 역사책을 내놓을 것인가

   
 

박근혜정부, 끝내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 발표
야당은 물론 시민단체·역사학계·학생들도 반발

새누리당이나 야당이나 득될 것이 없는 이슈
내년 총선에서 과연 국정교과서 이슈는 어디로

정국은 아니, 전국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 논란에 휩싸였다. 정치권을 넘어 역사학계와 교육계 등은 뜨거운 논쟁을 벌이고 있다. 오는 2017년부터 과연 우리 아이들에게 정부가 만든 ‘단 하나의 교과서’로 가르쳐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논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정치권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새누리당과 야권은 역사전쟁에 사활을 걸었다. 내년 총선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 바로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 문제라고 판단된다. 뜨거워진 역사전쟁, 그 서막은 올라갔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우리 아이에게 과연 어떤 역사책을 내놓을 것인가라는 문제는 상당히 심각한 문제이다. 한쪽으로 편향된 역사책이 아니라 다양한 시선을 갖춘 역사책을 우리 아이들에게 내놓아야 한다. 그래야 우리 아이들이 편향된 시선으로 역사를 바라보지 않고 대한민국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8종이나 되는 현행 역사교과서를 단 하나로 통일을 시키겠다는 입장이다. 그리고 교과서를 만드는 주체도 민간에서 정부가 나서겠다는 것이다. 이것이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이다. 현행 교과서가 좌편향 됐기 때문에 역사교과서를 하나로 통일시키겠다는 논리이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연일 좌편향 됐다는 논리를 내세워 국정화의 정당성을 설파하고 있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올바른 시각을 단일 교과서에 담아내겠다는 뜻을 보였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권은 정부가 역사교과서를 만들게 된다면 친일 독재를 미화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역사전쟁은 시작됐다

정부와 새누리당이 주장하는 좌편향 됐기 때문에 국정화가 정당하다는 논리는 비약이 심할뿐더러 좌편향 방지와 국정화의 연결고리가 약하다. 좌편향 됐다면 검인정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으로 충분히 수정할 수 있는 문제이다. 또한 좌편향 됐다고 주장하는 역사교과서를 실제로 뜯어보면 좌편향 됐다는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고 있다. 실제로 새누리당은 ‘김일성 주체사상을 우리 아이들이 배우고 있습니다’란 현수막을 통해 현행 교과서가 좌편향 됐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하지만 정의당 정진후 의원이 고교 한국사 교과서 7종을 분석한 결과 주체사상 관련 내용이 모두 비판적으로 서술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엔’ 교과서에는 북한의 주체사상에 대해 “김일성 유일 지배 체제 구축 및 개인숭배와 반대파 숙청에 이용됐다”고 비판했다. 천재교육 교과서는 “김일성의 권력 독점과 우상화에 이용됐다”고 밝혔다. 비상교육은 “김일성 독재 체제의 사상적 밑받침”이라며 “개인숭배가 강화돼 1인 지배 체제가 구축됐다”고 기술했다. 두산동아 교과서는 주체사상을 “북한 정권의 정통성을 합리화하는 동시에 개인숭배를 조장하였다. 또한 반대파를 숙청하는 도구로 이용됐다”고 지적했다. 금성출판사 교과서도 “반대파를 숙청하는 구실 및 북한 주민을 통제하고 동원하는 수단으로 이용됐다”고 비판했다. 지학사 교과서는 주체사상에 대해 “김일성을 신적인 절대 권력자로 만들었다”며 “사회적 폐쇄성과 경직성을 초래했다”고 기술했다. 리베르스쿨 교과서는 “주체사상에 입각한 김일성 개인숭배와 김일성 가계의 성역화 작업을 적극 추진했다”고 강조했다. 즉, 현행 교과서 모두 주체사상에 대해 비판을 가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은 현행 교과서에 주체사상이 기술돼있다면서 ‘김일성 주체사상을 우리 아이들이 배우고 있습니다’라는 자극적인 문구의 현수막을 통해 논리를 설파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이 주장하는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친일 독재 미화’ 교과서가 될 것이라는 논리도 빈약하다. 물론 가능성은 충분히 있지만 집필진을 누구로 할 것인가 혹은 어떤 집필기준을 세울 것인가에 따라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물론 집필진으로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물 중에는 뉴라이트 인사들이 많이 있다. 뉴라이트 인사들은 대부분 친일독재를 미화하는 경향이 강하다. 때문에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권이 우려를 표명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국정화가 ‘친일독재 미화 교과서’가 될 것이라는 논리는 빈약하다고 할 수 있다.

이론으로 무장하라

이처럼 새누리당이나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권에게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 이슈는 ‘달갑지 않은’ 이슈이다. 특히 새누리당에게는 상당히 달갑지 않다. 새누리당이 15일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과 관련된 긴급의총을 열어 결의문까지 채택했다. 국정화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하지만 고민거리가 많다. 우선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좌편향 됐기 때문에 국정화를 해야 한다는 논리를 뒷받침해줄 인사가 없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도종환 의원이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를 이끌고 있다. 역사 논쟁에서 이론을 뒷받침하고 있는 사람이 도종환 의원이다. 반면 새누리당은 이런 이론을 뒷받침해줄 인물이 없다. 김무성 대표가 나서서 “우리 아이에게 김일성 주체사상을 가르치고 있다”고 말을 할 뿐이지 좌편향 됐기 때문에 국정화를 해야 한다는 논리를 뒷받침해줄 인물이 없다. 특히 지난 15일 정책의원총회에서 특강을 했는데 역사학자가 아닌 사람에게 역사강의를 맡겼다. 즉, 역사학자들 상당수는 이번 역사전쟁에서 국정화 반대를 외치고 있다. 심지어 보수학자들도 국정화 반대를 외치고 있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의 논리를 뒷받침해줄 이론을 형성할 인물이 없다.

무엇보다 새누리당은 네이밍 프레임 전투에서 패배를 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어감이 좋지 않다면서 ‘올바른 역사교과서’라는 이름을 내놓았다. 당초 ‘단일교과서’라는 명칭을 내놓았지만 이것도 어감이 좋지 않다면서 ‘올바른 역사교과서’라는 이름을 내놓았다. 이처럼 이름을 자주 바꾼다는 것은 그만큼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국정화에 대해 탐탁잖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울러 ‘올바른’의 가치판단을 정부가 할 수 있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을 찬성하는 학자들이 주로 친일독재미화 사관을 가진 학자들이라는 점이다. 각종 토론회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을 찬성하는 학자들은 ‘일제의 쌀 수탈’을 ‘수출’로 표기할 정도로 친일독재미화 사관을 가진 인물들이다. 이들이 각종 토론회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 찬성을 외치고 있는데 설득력이 떨어진다. 우리나라에서는 최소한 친일에 대한 반감이 상당하다. 이는 진보와 보수를 아우른다. 때문에 친일독재미화 사관을 가진 학자들이 TV토론회 등에 출연해서 국정화에 찬성하는 것이 오히려 설득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더군다나 새누리당 수도권 의원들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영남, 충청, 강원 등의 의원들은 그나마 튼튼한 지지층을 갖고 있기 때문에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 파동에도 내년 총선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수도권 의원들은 상황이 다르다. 급격한 보수화로 인해 내년 총선을 걱정하는 모습이다. 새누리당의 한 초선 의원은 “이런 상황에서 내년 총선을 어떻게 치러야 할지 캄캄하다”고 말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수도권 민심이 역사전쟁에서 야당 편을 들어줄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때문에 새누리당 수도권 의원들은 당장 내년 총선을 걱정하는 모습이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은 장기적인 이슈이다. 때문에 내년 총선에서도 반드시 이슈화될 가능성이 높다.

승리는 우리 것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에게도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 이슈는 그렇게 썩 좋은 이슈는 아니다. 불리한 이슈도 아니고, 유리한 이슈도 아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 반대에 매몰될 경우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지난 대선 당시 2002년 남북정상회담 NLL 대화록 공개 이슈가 터질 때 야당이 초창기에는 상당히 유리한 이슈였다. 하지만 결국 대화록 공개 이슈에 야당이 매몰되면서 오히려 역풍을 맞았다. 마찬가지로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 이슈에 매몰될 경우 내년 총선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 혹여 19대 국회가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에 매몰되면서 올스톱 될 경우 새정치민주연합은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또한 정의당 심상정 대표와 무소속 천정배 의원과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 저지를 위한 야권 연석회의를 구성하기로 했다. 이 연석회의에서는 시민단체와 함께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 저지를 위한 행동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 연석회의는 단순히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 저지를 위한 회의가 아니라 향후 야권 통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지만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 반대 열매가 제대로 결실을 맺지 못하면 야권 통합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때문에 연석회의가 야권통합으로 이어지는 것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또한 연석회의를 누가 주도하느냐를 놓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다보면 주도권 다툼으로 인해 자칫하면 야권 지지층에게 실망감을 안겨줄 수도 있다.

더욱이 당내 비주류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지난 12일 역사전쟁이 일어난 날에도 비주류 인사들은 모여서 혁신위의 혁신안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그만큼 비주류는 역사전쟁에서 한 발 뒤로 물러난 모습이다. 물론 박지원 의원 등은 1인 시위에 참여하고 있지만 비주류의 칼날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이 아니라 문재인 대표에게 향한 모양새이다. 때문에 비주류의 행동에 따라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 반대 운동이 장애물을 만날 수도 있다.

이번 역사전쟁의 승패는 사법부가 가려질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야당은 물론 시민단체 등에서 새누리당을 상대로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발을 하거나 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이 연일 계속해서 현행 역사교과서에 ‘김일성 주체사상’이 들어갔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현수막까지 등장했다. 이를 두고 야당은 물론 시민단체 등에서 새누리당을 상대로 고소·고발전에 뛰어들었다. 야당은 물론 시민단체들은 ‘주체사상’이 현행 교과서에 들어갔기는 하지만 비판적인 내용으로 공부하고 있다면서 새누리당이 주장하는 내용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결국 정부와 새누리당이 추진하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이 부질없다는 것을 국민에게 알리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언제 사법부의 판단이 내려질지는 장담할 수 없다. 검찰이 혐의 없음으로 결론을 내릴 수도 있다. 법원의 판단 역시 내년 총선 이후로 미뤄질 수도 있다. 때문에 사법부의 판단이 내년 총선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다소 낮다. 다만 사법부가 내년 총선 전에 만약 판단을 내린다면 내년 총선은 상당한 후폭풍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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