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체분석] 정치적 고비 때마다 보내는 박 대통령의 ‘시그널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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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진실한 사람’이라는 발언이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따라 정치권 판도가 바뀌어 왔기 때문이다. 이번 ‘진실한 사람’ 발언으로 또한번 정치 판도가 바뀔지는 지켜 볼 일이지만 지금까지는 이 발언으로 여당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편으론 박 대통령의 발언 파장이 총선을 앞두고 한차례 폭풍을 겪어야 하는 정치 타임 스케줄 과정에서의 우연적 현상 아니냐는 시각도 존재한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정치인에게 언행은 중요한 요소이다. 말 한 마디, 행동 하나에 따라 정치적 운명이 왔다갔다 하기 때문이다. 정치인이 막말을 통해 정치적 좌절을 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말 한 마디로 인해 정치적 재기를 하기도 한다. 때문에 정치인의 말 한 마디 행동 하나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결과를 도출하기도 한다.
그러나 정치인으로서 시그널 정치로 정치구도를 바꾸는 사례가 흔치 않다. 더욱이 정치적 고비 때마다 말 한 마디 행동 하나로 정국의 판도를 바꾼 사례는 흔치 않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정치적 고비 때마다 말 한 마디만 내뱉고, 행동만으로 정치구도를 바꾼 사례가 너무나 많이 있다. 보통 정치인이 정치구도를 바꾸기 위해서는 수많은 사람들을 설득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수많은 말들과 수많은 행동을 쏟아내야 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말 한 마디만 하거나 행동 하나만 한다. 그리고 그 말 한 마디로, 그 행동 하나로 인해 정국이 바뀐 사례가 즐비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소위 시그널 정치를 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시그널 정치는 유명하다.
시그널 정치 박 대통령
박 대통령의 발언은 평범하고 친근한 단어로 이뤄진다. 간결하면서도 감성적인 화법이다. 하지만 그 발언이 몰고 오는 파장은 엄청나다. 지난 2008년 총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도 속고 나도 속았다”라는 발언을 했다. 이 발언이 결국 당시 공천학살 된 친박들이 무소속이나 친박연대로 출마를 해 살아 돌아오게 했다.
지난 2006년 지방선거 당시 피습 당시 수술 이후 깨어나서 한 말이 “대전은요?”라는 말이었다. 이 발언 하나로 지방선거의 판세가 뒤집어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물론 “대전은요?” 발언의 진위 여부는 아직도 논란이 되고 있다. 하지만 “대전은요?”라는 발언으로 충청 지역 선거를 승리로 이끌었다.
“통일은 대박”이라는 발언을 통해 통일 문제에 대한 교통정리가 돼버렸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대한 명확한 해법을 제시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7월 국회법 개정안 논란이 일어났을 때 “배신의 정치”라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로 인해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원내대표 자리에서 내려와야 했다. 지난 10일 “진실한 사람만 선택해달라”고 말함으로써 새누리당은 그야말로 호떡집에 불이 난 형국이다.
숨은 진실은 과연
박 대통령의 ‘진실한 사람’ 발언이 정치권 특히 새누리당에 파장을 불러일으킨 이유는 그 ‘타이밍’ 때문이다. 지난 8일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선친인 故 유수호 전 의원의 장례가 치러지는 날 정종섭 장관이 전격적으로 사퇴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로 인해 한동안 잠잠했던 TK 물갈이론이 급부상하기 시작했다. 더욱이 친박계 인사들은 빈소 앞에서도 TK물갈이론을 꺼내들었다.
이처럼 정치적으로 민감한 상황에서 박 대통령의 ‘진실한 사람’ 발언은 TK물갈이론이라는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더욱이 박 대통령이 발언한 지난 10일은 공교롭게도 유수호 전 의원의 발인이었다. 즉, 상중임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진실한 사람’을 언급함으로써 TK물갈이론을 더욱 증폭시킨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진실한 발언’을 쏟아낸 국무회의 자리는 우연찮게 박근혜 대통령의 왼쪽 자리에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 순으로 앉은 사진이 언론에 공개됐다. 원래 국무회의에서는 이 순서대로 자리에 앉는다. 따라서 별반 다를 것이 없는 자리 순서이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진실한 사람’이라는 발언 때문에 이 순서가 상당히 많은 의미를 내포하게 됐다. 모두 내년 총선을 준비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즉, ‘진실한 사람만 선택해달라’고 발언을 했는데 하필이면 그 해당 컷이 내년 총선을 준비하는 사람들로 찍힌 것이다. 이로 인해 ‘진실한 사람’이 누군지 명확하게 만든 형국이 됐다.
앞으로의 시그널 정치는
박 대통령의 이런 시그널 정치가 한 두 번은 아니었다. 지난 9월 대구 서문시장 방문 당시 대구 의원을 부르지 않은 것도 일종의 시그널 정치이다. 며칠 뒤 인천을 방문했을 때에는 야당 의원들까지 불렀던 점을 비교해본다면 대구 방문은 그야말로 자신만의 시그널 정치를 제대로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정치를 시작하면서 그동안 고비 때마다 시그널 정치를 해왔다. 박 대통령의 발언 하나 행동 하나에 상당한 의미가 부여돼 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어릴 때부터 청와대 생활을 하면서 정치적 시그널을 보내는 교육에 상당히 익숙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박 대통령이 어릴 때부터 퍼스트레이디 생활을 해왔기 때문에 그에 걸맞게 시그널 정치가 몸에 익숙해졌고, 이것이 정치에 뛰어들면서 몸에서 체득된 습관이 튀어나온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다른 일각에서는 우연이 겹치고 겹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박 대통령이 우연찮게 내던진 말 한 마디, 행동 하나에 언론이 대서특필하면서 상당한 의미를 부여했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사실은 별다른 의미가 없는 언행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언론이 이를 과대포장한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박 대통령의 시그널 정치로 인해 새누리당은 혼돈 속에 빠졌다는 점이다. 새누리당은 공천 과정에서 친박과 비박으로 나뉘어 갈등이 증폭될 가능성이 높다. 정기국회가 끝나는 시점이 되면 공천 갈등은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여진다. 이때 박근혜 대통령이 또 다른 시그널을 보낼 것인지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박근혜 대통령의 말 한 마디가 정국을 완전히 뒤바꿨기 때문이다. 만약 박근혜 대통령이 뜻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을 경우 또 다시 시그널 정치를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그것이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르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 후폭풍은 엄청나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