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향식 공천 고집에 결국 인재영입 성적표는 ‘제로’
험지출마론 제시했으면 합당한 대우해야 하는데…

김무성의 인재론에 홧병 도진 새누리당 의원들
수도권 총선에 빨간 불, 인재 잡음 끊이지 않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사람 귀한 줄을 모르고 있다. 인재영입에도 소극적이다. 그나마 영입된 인재들도 ‘제 발로 찾아온 사람들’이라며 평가절하했다. 당의 중량급 인사들에게는 험지출마를 요구하고 있다. 명분은 험지출마이지만 내용은 사실상 출마해서 사망하라는 것이다. 이처럼 사람 귀한 줄 모르는 김무성 대표의 태도에 벌써부터 4월 총선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겨났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인사는 만사이다. 하지만 망사가 될 수도 있다. 인사에 따라 나라가 흥할 수도 망할 수도 있다. 나라를 경영하든 기업을 경영하든 조직을 경영하든 인사가 제일 중요하다. 특히 사람을 귀히 여길 줄 알아야 한다. 사람 귀한 줄 모르면 인재는 떠나간다. 또한 인재가 모이지도 않는다. 따라서 사람을 얼마나 귀하게 여기느냐에 따라 작게는 조직의 흥망성쇠가, 크게는 나라의 흥망성쇠가 달려있다.

그런 의미에서 김무성 대표의 최근 행보가 구설수에 올랐다. 1월 10일 김무성 대표는 인재영입이라면서 야심차게 6명을 영입했다. 김 대표의 ‘인재 6인방’은 전희경(41) 자유경제원 사무총장과 박상헌(52) 공간과미디어연구소장을 비롯해 배승희(34), 변환봉(39), 김태현(43), 최진녕(45) 등 4명의 변호사 그룹이다. 이들에게는 기자회견까지 열어줬다. 그만큼 스포트라이트를 제대로 받았다.

인재영입 발표 전날 김무성 대표는 “새누리당은 예비후보 등록이 많다”면서 굳이 인재영입을 따로 할 이유가 없다고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이다가 그 다음날 부랴부랴 인재영입 기자회견을 한 것이다. 그런데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무성 대표의 발언이 애매했다. 김무성 대표는 이들 6인방이 자발적으로 찾아온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소위 삼고초려해서 영입된 것이 아니라 자발적인 입당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자발적 입당자와 달리 왜 기자회견까지 했던 것일까?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이 기자회견은 기존에 자발적으로 입당한 수많은 예비후보자들과의 형평성에도 어긋나는 것이다. 더욱이 이들 6인방 중 일부는 이미 당원인 사람들도 있고, 일부는 기소 중인 인물도 있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며칠 후 기자회견을 열어 친노를 저격한다면서 특정 후보가 특정 지역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미 그 지역은 출마 준비를 하고 뛰고 있는 새누리당 예비후보들이 있다는 것이다. 김무성 대표의 표현대로 이들 6인방이 자발적으로 입당한 사람들이라면 이미 지역에서 뛰고 있는 예비후보들과 부딪히는 상황이 됐다.

김무성의 인재관

김무성 대표의 인재관리 맹점은 험지출마론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김무성 대표가 “중량감 있는 인사들이 험지에 출마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 이후 안대희 전 대법관, 오세훈 전 서울시장 그리고 김문수 전 경기지사 등이 험지출마론에 휩싸였다. 김문수 전 지사는 일찌감치 험지출마론에 대해 반대의사를 보였다. 하지만 안대희 전 대법관과 오세훈 전 시장은 험지출마론에 계속 휘말리면서 한 달 이상 선거운동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이에 급기야 지난 1월 17일 안대희 전 대법관은 마포갑에, 오세훈 전 시장은 종로에 출마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안대희 전 대법관의 경우는 강승규 전 의원이 반발하고 나섰고, 오세훈 전 시장은 박진 전 의원이 반발하고 나섰다. 이러한 사태의 원인은 당 지도부가 제대로 교통정리를 해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중량감 있는 인사들도 답답해했고, 해당 지역구 출마를 준비하는 후보들도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조경태 의원에 대한 김무성 대표의 대접도 뜨뜻미지근하다. 야당에서 집권여당으로 넘어오는 인사라면 그만한 대접을 해야 하지만 김무성 대표는 당장 상향식 공천을 그대로 적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야당에서 넘어온 인사라고 해서 특전이나 혜택이 없다는 것이다. 무조건 상향식 공천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김무성 대표가 사람 귀한 줄을 모르는 이유는 상향식 공천 때문이다. 김무성 대표가 만약 인재영입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게 되면 상향식 공천에 위배가 된다. 인재영입이라는 것은 결국 무엇인가 자리의 보장이 있어야 가능하다. 특히 총선을 앞두고 있을 경우 인재영입을 하자면 공천 보장이 있어야 한다. 결국 상향식 공천이 아니라 전략공천 카드를 꺼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김무성 대표가 내세운 상향식 공천에 위배되는 것이다. 더욱이 그동안 김무성 대표는 전략공천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 원칙대로라면 인재영입 자체가 힘들게 되는 셈이다. 김무성 대표가 이처럼 인재영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이 바로 이러한 복잡한 이유에서 기인한다.

야당은 벌써

실제로 김무성 대표의 인재관은 지난 1월 20일 총선기획단 첫 회의에서 드러났다. 김무성 대표는 “인재라고 영입된 사람이 뿌리박고 정치적 큰 인물로 대성하는 걸 본 일이 별로 없다”며 “상향식 공천에는 인재영입이 있을 수 없다”고 역설했다. 또한 “인재영입은 사람을 찾아내서 공천을 약속하고 모셔오는 것이지만, 인재등용은 그런 분들을 발굴해서 민주적 시스템(경선)에 도전해보라고 권유하는 것이라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아름다운 꽃을 꺾어다 꽃꽂이를 하면 당장은 보기 좋아도 뿌리가 없어 금방 향기가 사라지고 시든다”면서 ‘인재영입론’을 비판했다. 하지만 한 친박계 중진 의원은 “총선에서 국민은 뿌리가 아니라 꽃을 보고 선택한다”며 “김 대표 입장이 완강해서 어정쩡한 방식으로 인재영입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김무성 대표가 상향식 공천을 고수하기로 하면서 당 안팎에서는 한숨소리가 들리고 있다. 새로운 인물이 수혈돼야 하는데 김 대표가 인재 귀한 줄을 모르기 때문에 새로운 인물 수혈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당, 국민회의 등이 연일 인재영입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데다가,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탈당 움직임을 인재영입으로 막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데 새누리당 인재영입 소식은 감감무소식이다. 일각에서는 새누리당이 손해 보는 장사를 하고 있다고 한다. 단순히 상향식 공천을 지키기 위해 인재를 경시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수도권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새누리당 의원들의 한숨소리도 깊다. 영남권 의원들이야 깃발만 꽂으면 당선이니 시름이 덜하겠지만 수도권은 완전히 다르다. 당락이 몇 천표 아주 적게는 몇 백표 혹은 몇 십표로 판가름 난다. 때문에 공천은 중요하다. 특히 새로운 인재의 수혈이 중요하다.

야당은 계속해서 인재영입에 열을 올리는데 반해 새누리당은 감감무소식이다. 이는 새누리당을 구태정당으로 낙인찍히게 할 수도 있다. 야권이 새로운 인재 수혈로 젊고 참신한 이미지를 각인시키려고 하는 반면 새누리당은 그것이 부족하면서 구태 정당의 이미지로 각인될 우려가 있다.

더욱이 상향식 공천의 가장 큰 단점이 현역 의원들에게 유리하다는 점이다. 즉, 공천 경선에 들어가면 현역 의원들이 대거 당선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현역 물갈이 여론에 반한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새누리당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새누리당이 180석을 장담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과반을 간신히 넘길 수도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있다. 더군다나 야권은 야권연대 바람을 타고 맹공격을 펼칠 수도 있다.

답답한 새누리당 의원들

이에 수도권 의원들은 당장 인재 영입 수혈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김무성 대표는 상향식 공천을 고수하기에 인위적인 인재 수혈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다보니 보수적 시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야권을 통해 발탁되고 있다. 새누리당은 예비후보 등록이 가장 많은 정당이다. 하지만 그것을 인재영입이 많은 정당이라고 규정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들 중 상당수는 이미 정치판에 기웃거리는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참신성이나 화제성이 약한 인물들이다.

김무성 대표는 연일 언론에서 야권의 인재영입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인재영입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며 오로지 상향식 공천을 고수하느라 정작 새누리당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상향식 공천을 고수하고 있으면서도 인재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곳곳에서 잡음이 들리고 있다. 조경태 의원의 새누리당 입당에 대해 부산 사하을을 지역구로 갖고 있는 석동현 전 검사는 조경태 의원의 입당에 대해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당 지도부가 원칙 없는 인재 영입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성남 분당갑 예비후보인 권혁세 전 금융위원장을 ‘인재’라고 규정한 것에 대해 새누리당 성남 출마자들이 강력 반발했다. 성남 분당갑에 출사표를 던진 장정은 의원은 1월 21일 김무성 대표를 찾아 ‘권혁세 인재’ 발언에 대해 강력 항의했다.

장정은 의원은 “김 대표는 권 전 금감원장을 인재라고 언급한 점을 인정하면서도 ‘인재 영입은 없다’. ‘상향식 공천을 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며 “이게 무슨 모순이냐”고 힐난했다. 그러면서 “상향식 공천만 믿고 지역에서 열심히 뛰고 있는 사람들은 뭐가 되느냐”며 “특정인을 인재라고 하면서 이게 무슨 공정한 경선인지 모르겠다. 당대표라는 사람이 이렇게 무책임해도 되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곳곳에서 인재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결국 곳곳에서 폭발하기 시작했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지난 18일 최고위원회의 직후 “수도권에서 증구되는 지역에 신망이 두텁고 새누리당에 도움이 되고, 국가 정책에 도움이 될 인물을 최고위원 각자 영입을 하자고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선거구 획정에 따라 10개의 지역구가 증구되는데 이 지역구에는 인재영입을 하겠다는 의사를 보인 것이다. 사실상 전략공천을 꺼내든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해 김무성 대표는 ‘상향식 공천’을 고수하고 있다. 이는 원내대표와 당 대표가 인재영입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새누리당 수도권 의원들은 김무성 대표가 상향식 공천만 고수하다가 총선에서 패배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이미 야권은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 새누리당은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이 총선에서 계속적으로 승리를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참신한 인재 영입과 더불어 현역 물갈이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2004년 탄핵 정국 때에도 개헌 저지선을 넘어 120여 석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것도, 2000년 민국당이 탄생했을 때에도 한나라당이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참신한 인재를 대규모로 등용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의 장점은 인재 영입에 기민한 대처를 보여 왔다는 것이다. 그런데 김무성 대표는 상향식 공천을 고수하면서 인재영입에 뒷짐을 쥐고 있어 당을 노쇠한 당으로 이미지를 각인시키려고 하는 모습이다. 새누리당 수도권 의원들은 삼삼오오 모이면 김무성 대표 불가론을 외치고 있다. 그만큼 사안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이대로 가면 총선에서 패배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수도권뿐만 아니라 대구·경북 지역도 예외가 아니다. 참신한 인재 영입이 없어 당이 활력을 제대로 찾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새누리당의 텃밭인 대구·경북에서도 무엇인가 김이 빠진 듯한 모양새다. 그만큼 인재영입에 관한 김무성 대표의 소극적인 태도가 새누리당 분위기를 전반적으로 침체시키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원은 “이러다가 김무성 대표 총선 필패론이 나올 수도 있다”면서 “김무성 대표만으로는 총선을 치를 수 없다는 이야기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이 문재인 대표만으로 총선을 치를 수 없다는 논리로 인해 당이 흔들렸듯이 새누리당도 김무성 대표만으로 총선을 치를 수 없다는 논리가 강타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선대위 체제를 김무성 대표가 아닌 다른 사람 체제로 치러야 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만큼 당 분위기가 심각하다. 총선에서 패배할 수도 있다는 공포감이 새누리당 전반에 퍼지고 있다. 상향식 공천을 고수하려다가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는 경고가 계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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