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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유승민의 진박 신경전, 그들이 얻는 것은
진박 마케팅, 역풍이 부나…최경환의 선택은 과연
최경환-유승민, 총선 이후 당권 경쟁 뛰어들 듯
결국 박 대통령-김무성의 대리전 양상으로 번져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과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보이지 않는 알력이 수상하다.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서 평의원으로 돌아온 최경환 의원은 연일 진박 마케팅을 주장하면서 유승민 의원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이에 대해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불쾌한 감정을 갖고 있으면서도 묵묵히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이 두 사람은 단순히 총선을 위한 움직임이 아니라 총선 이후의 그 ‘무엇’을 향해 뛰고 있다. 두 사람의 조용한 전쟁, 그것은 결국 살아남기 위한 전쟁이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움직임은 그야말로 바쁘다. 연일 영남권에서 ‘진박 감별사’ 역할을 해오고 있다. 현정부 고위직 출신인 이른바 ‘진실한 사람들’ 예비후보 개소식을 다니면서 ‘이 사람이 진박’이라면서 진박 감별사를 넘어 진박 인증 마크를 부착해주고 있다. 박근혜정부 성공을 위해 지지를 해달라고 호소를 하고 있다. 하지만 그 면면을 들여다보면 자기 세를 확대하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개소식을 가보면 그날 주인공은 예비후보가 아니라 최경환 의원이다. 연일 최경환을 연호하면서 마치 최경환 의원이 대권 출마를 하는 것 아니냐는 착각에 빠질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러면서 최경환 의원이 ‘이 후보가 진박’이라고 인증 마크를 내려주게 되는 것으로 피날레를 장식한다. 박근혜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뒤에 있지만 실제로 박 대통령을 이용해서 최 의원이 자기 정치를 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재까지 TK 현역 의원 중에서는 친박계로 분류되는 의원이 10여 명 정도. 최 의원의 입장에서는 세력 확장이 필요하다. 때문에 연일 개소식에 방문해서 진박 감별사 노릇을 하고 있다.
진박 감별사 최경환
진박 감별사 노릇을 넘어서 이제는 비박계 특히 유승민 전 원내대표와 유승민계 의원들을 향해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개소식 때마다 대구·경북 유권자들이 지난 4년 전 총선 때 현재 현역의원들을 선택한 이유는 박근혜정부를 만들어달라는 요구 때문이라면서 지난 대선 당시 대구·경북 현역 의원들이 무엇을 했나라며 강하게 성토를 했다. 최경환 의원은 “(2013년) 내가 원내대표 할 때 야당이 대선 불복을 하지 않았나. (국정원 댓글사건 당시) 장외집회 하고 얼마나 흔들어댔느냐. 그때 대구 의원들 어디 있었느냐”고 언급했다. 또한 “(지금도) 야당이 매일 발목을 잡아 대통령이 죽을 지경 아니냐. 발목 잡힌 정도가 아니라 부러질 정도”라고 했다. “야당이 저렇게 잡고 있으면 여당만이라도, 특히 대구·경북만이라도 도와줘야 할 것 아니냐”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특히 “(대통령은) 법인세 올리면 안 된다고 하는데 ‘세금 올려라.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다’라고 뒷다리를 잡았다. 오죽했으면 답답해서 김무성 대표가 ‘우리 당론 아니데이’ 이렇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사실상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겨냥한 것이다. 유 전 원내대표가 원내대표 시절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최 의원은 진박 마케팅을 시작했다. 이것이 개소식 때마다 하는 레퍼토리이다. 즉, 진박 마케팅만 띄우는 것이 아니라 대구·경북 의원들에 대한 비판과 특히 유 전 원내대표에 대한 비판을 하고 난 후에 진박 마케팅을 띄운다.
문제는 진박 마케팅이 역풍을 맞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일보>가 지난달 27~28일까지 리서치앤리서치(R&R)에 의뢰해 전국 성인 1007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4.8%는 TK현역의원 물갈이론에 공감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공감한다는 의견은 35.1%다. (표본오차 : 95% 신뢰수준에서 ±3.1%p) TK 유권자들 사이에서도 공감하지 않는다는 의견(44.1%)이 공감한다는 의견(41.3%) 보다 다소 높았지만 혼전양상을 보이고 있다. 즉, 진박 마케팅이 도리어 역풍이 되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경환 의원이 진박 마케팅을 연일 펼치고 있다. 그 이유가 궁금해지는 것은 당연지사. 일단 정치권에서는 자기 세를 확장시키기 위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번 총선이 단순히 새누리당 승리를 위한 공천이 아니라 새누리당의 권력지형이 바뀌는 총선으로 인지하고 있다. 총선 이후 박근혜 대통령이 레임덕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총선 때 친박계 인사를 대거 당선시켜야 한다. 하지만 단순히 박근혜 대통령의 레임덕 문제를 떠나 그 이후의 권력지형 변화와도 연결이 돼있다.
진박 마케팅의 역풍
4월 총선이 끝나면 새누리당은 곧바로 전당대회를 치러야 한다. 전당대회는 오는 7월 예정돼 있다. 즉, 김무성 대표 체제는 오는 7월이면 끝난다. 친박계나 비박계나 그 이후를 생각해야 한다. 친박계나 비박계 모두 당연히 자신들이 당권을 장악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친박계로서는 최경환 의원이 당 대표가 되어 당권을 장악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자면 친박계 의원이 많이 배출돼야 한다. 특히 대구·경북은 더욱 그러하다. 대구·경북 의원 27명 중 현재 친박계가 10여 명에 그친다는 점에서 만약 이대로 전당대회를 치르게 된다면 친박계의 패배가 불 보듯 뻔하다. 따라서 대구·경북 의원 27명 중 친박계 의원을 많이 확보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역풍이 부는 것을 알면서도 진박 마케팅을 계속적으로 하고 있다.
반면 유 전 원내대표는 묵묵히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그 역시 살아 돌아오면 당 대표에 도전할 가능성이 높다. 비박계로서는 김무성 대표 다음으로 생각하는 인물이 바로 유 전 원내대표이다. 당 내에서는 유 전 원내대표를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할 말은 하는 사람으로서 당 대표로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또한 김 대표가 당 대표에서 내려오고 난 후에 자신의 차기 대권 보장을 위해서는 유 전 원내대표와 손을 잡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유 전 원내대표의 무사생환을 비박계는 기원하고 있다. TK에서 유승민계가 모두 낙천을 한다고 해도 유 전 원내대표만 살아 돌아온다면 유 전 원내대표의 정치적 앞날은 상당히 밝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유승민계가 살아 돌아온다면 금상첨화가 되는 셈이다. 때문에 최 의원이나 유 전 원내대표나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유가 있다. 두 사람의 악연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진박 마케팅을 시작으로 해서 7월 전당대회 그리고 앞으로 차기 대권까지 아마도 두 사람의 티격태격은 상당히 오래 갈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현재로서 최 의원이 다소 우위에 있다는 점이다. 유 전 원내대표에게는 유리한 상황이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진박 마케팅에 대항해서 비박계가 뭉칠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각자도생을 하려고 하고 있다. 비박계로서는 일단 살아남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박계로서는 일단 진박 마케팅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당내 상황은 복잡미묘
다만 가장 걸림돌이 되는 문제는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의 인선이다. 이한구 위원장은 저성과자 공천 배제를 이야기하면서 현역 물갈이와 전략공천을 꺼내들었다. 비박계로서는 민감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다. 김무성 대표가 주장하는 상향식 공천이 아니라 전략공천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최 의원이 이야기하는 진박 마케팅과도 연결이 된다. 최 의원이 비박계가 그동안 박근혜 대통령을 위해 한 일이 뭐냐면서 대대적인 물갈이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와 더불어 이 위원장이 현역 물갈이 카드를 꺼내들고 나온 것이다.
이는 자칫하면 상향식 공천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위원장의 인선은 비박계에 상당한 여파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비박계는 벌써부터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다. 가뜩이나 최 의원의 현역 물갈이론에 이어 이 위원장 역시 현역 물갈이론을 꺼내들면서 비박계로서는 좌불안석이 될 수밖에 없다. 그야말로 총선 이후 권력재편의 희생양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총선 이후 권력재편은 상당히 민감한 요소 중 하나다. 권력을 누가 쥐느냐에 따라 향후 정권재창출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최 의원을 당권에 내세우면서 안정적인 임기 후반기를 맞이하겠다는 전략이다. 여기에 최 의원은 자신의 세력을 확장한다는 전략이 맞부딪히면서 서로 윈윈을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배신자” 혹은 “진실한 사람” 등을 통해 최 의원에게 힘을 실어주고, 최 의원은 이를 바탕으로 TK 지역 현역 물갈이를 통해 자신의 지지기반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바탕으로 최 의원은 7월 당권에 도전해 승리를 거머쥐겠다는 것이다. 거꾸로 김무성 대표는 상향식 공천을 통해 비박계가 살아 돌아오기를 바라고 있다. 김무성 대표로서는 현재 당권을 쥘 사람이 유승민 전 원내대표 이외에는 보이지 않고 있는 만큼 유 전 대표가 살아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랄 수밖에 없다. 유승민계가 모두 죽고, 유승민 전 원내대표만 살아 돌아온다고 해도 김 대표는 유 전 원내대표를 전폭적으로 지지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차기 당권은 박 대통령과 김 대표의 대리전 양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권력재편과도 연결이 된다. 새누리당은 이번 총선에서 최소 과반 의석을 넘기고, 최대로는 180석 이상을 예상하고 있다. 만약 180석 이상을 얻게 되면 안정적인 정권재창출 뿐만 아니라 새로운 권력 형태를 만들 수도 있다. 그러자면 개헌이 필요한데 개헌선까지 확보를 하면 좋겠지만 180석 이상만 확보해도 개헌을 시도해볼만하다. 여기에 새누리당의 다수 계파가 된다면 권력재편의 주도권을 다수 계파가 차지하게 된다. 친박계나 비박계 모두 공천에 혈안이 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공천에서 살아 돌아오게 되면 결국 권력재편까지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공천을 받느냐 받지 않느냐의 문제를 넘어서 권력재편까지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에 친박이나 비박이나 모두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차기 대권까지 연결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새누리당은 더욱 복잡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아직까지 공천 룰이 확정된 상황은 아니다. 이 위원장은 이미 현역 물갈이 및 전략공천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전략공천을 배제한 상향식 공천만 한다는 김 대표의 전략은 현실 불가능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53석이나 되는 지역구 전체를 전략공천 한다는 것은 시간적으로나 물리적으로 불가능할 수 있지만 전략공천은 어느 정도 실시될 수밖에 없다. 그러자면 비박계가 상당 부분 양보를 해야 한다. 그 양보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더욱이 현역물갈이까지 연결되는 대목이다. 따라서 쉽지 않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팽팽한 긴장감 속에 최 의원과 유 전 원내대표가 서 있다. 최 의원이 내세우고 있는 ‘진실한 사람’ 즉 진박들이 살아서 돌아올 것인지 아니면 유 전 원내대표가 살아서 돌아올 것인지 여부에 따라 향후 권력재편이 확연히 다르게 전개가 된다는 것이다. 때문에 두 사람의 경쟁을 단순히 친박 대 비박의 갈등이 아니라는 점에서 예의주시해야 한다. 그야말로 소리 없는 전쟁이다. 새누리당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전쟁이다. 오늘도 최 의원은 ‘진박’ 마케팅을 열심히 하고 있다. 유 전 원내대표는 묵묵히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그 최후 승리자가 과연 누가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제 공천 룰이 명확하게 정해지고 나면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날 것이다. 용호상박의 싸움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접어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