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뉴시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최근 구조조정 바람이 불면서 한국형 왕적완화 이야기가 상당히 많이 나오고 있다. 그렇지만 한국형 양적완화가 무엇인지 그리고 무엇이 문제인지 잘 아는 사람들이 드물다. 이에 본지는 기자와 경제전문가가 대담하는 형식으로 한국형 양적완화를 좀 더 알기 쉽게 풀이를 했다. 분명한 것은 구조조정이 필요하지만 그것을 사용하는 것은 최후의 수단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우리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이 최소화될 수 있다. 한 가지 알려둘 것은 이 대담은 기자와 경제전문가가 대담하는 형식의 가상 대담이다.

A : 만나서 반갑다. 대략 20여년 만에 만나는 것 같다.

B : 나도 만나서 반갑다. 이처럼 한국의 조선업과 해운업이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A : 나도 그렇다. 그런데 한국형 양적완화라는 것이 무엇인가.

B : 보통 양적완화는 중앙은행의 정책으로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부양 효과가 한계에 봉착했을 때 중앙은행이 국채매입 등을 통해 유동성을 시중에 직접 푸는 정책을 뜻한다. 즉, 돈을 풀어서 경기를 살리는 것을 ‘양적 완화’라고 한다. 이런 일반적인 양적완화와 다른 양적완화를 한국형 양적완화라고 부른다.

A : 설명이 좀 어렵다. 좀 쉽게 풀자면…

B : 한국형 양적완화는 특수한 상황에만 적용되는 것을 말한다. 현재 조선업과 해운업이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구조조정을 하자면 실탄(자금)이 필요하다. 실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대주주가 사재를 출연하는 방법이 있고, 정부가 도와주는 방법이 있다. 일반적 양적완화는 중앙은행이 시중에 자금을 풀어 경기를 부양시키는 것이 목적이라면 한국형 양적완화는 기업의 구조조정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A : 한국은행이 돈을 풀어서 어떻게 구조조정을 원활하게 한다는 것인가.

B : 한국은행이 돈을 찍어내면 이 돈으로 국책은행의 채권을 매입한다. 그러면 국책은행은 자금을 확보하게 된다. 이 자금으로 구조조정이 필요한 기업체의 채권을 매입한다. 현재 조선회사와 해운회사의 구조조정이 화두가 되기 때문에 주로 조선회사 혹은 해운회사의 채권을 매입한다. 그렇게 되면 조선회사 혹은 해운회사로 자금이 유입되고, 원활하게 구조조정이 이뤄진다.

A : 한 마디로 표현하면 돈 찍어서 대기업 주겠다는 것인가.

B : 나보다 낫다. 정확한 표현이다.

A : 국책은행에 자금이 부족한가.

B : 지난해 구조조정 이슈로 몸살을 앓은 산업은행은 1조 895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면서 1998년 이후 17년 만에 가장 큰 적자를 냈다.

A : 해운업이나 조선업이 몇 년전부터 빨간 불이 켜졌었다. 호황일 때에도 불황을 항상 대비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그리고 시중은행들은 지난해부터 해운업이나 조선업에서 상당히 많이 손을 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국책은행들만 손해를 보고 있는가. 이것이 다 결국 국민의 혈세 아닌가.

B : 국책은행이 시중은행과 성격이 다르다. 시중은행이야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만 국책은행은 ‘공익’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조선업이나 해운업이 불황이라고 무조건 발을 뺄 수도 없다. 그러니 국책은행이 매번 힘든 시기를 보낼 수밖에 없다. 이는 국책은행의 잘못이 아니라 수요와 공급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정부의 책임이 크다.

A : 맞다. 정부는 그동안 무엇을 했는가.

B : 사실상 수수방관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선업과 해운업이 호황일 때 항상 불황을 생각해야 하는데 정부는 너무 안이했던 것이다. 경제전문가들이 계속해서 불황을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해도 정부는 좋은 성적표만 국민에게 보여주는 것에만 매몰됐지 불황을 전혀 생각하지 못한 모습이다. 사실 조선업과 해운업이 몇 년전부터 계속해서 빨간 불이 들어왔었는데도 정부는 이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하지 못했다.

A : 불과 지난해까지만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듯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구조조정 바람이 불었다. 왜 갑자기 구조조정 바람이 분 것인가.

B : 사실 구조조정은 지난해부터 계속해서 꾸준하게 제기돼 왔던 문제다. 하지만 이슈화가 되기 못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아무래도 정부가 소극적으로 대처해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4월 총선에서 여소야대 정국으로 바뀐 이후 야당이 금기시됐던 구조조정 문제를 꺼내들고 나섰다.

A : 맞다. 야당에서 구조조정 이야기를 꺼내서 참으로 신기했다. 그리고 새누리당의 경우에는 한국형 양적완화를 총선 공약으로 내세웠다.

B : 새누리당이 한국형 양적완화를 총선 공약으로 내세우고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6일 언론사 편집국장들과의 간담회에서 한국형 양적완화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한국형 양적완화가 상당한 논란이 됐다.

A : 야당이 한국형 양적완화에 대해 상당히 반대하는 모습이다.

B : 더불어민주당도 한국형 양적완화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고,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당선자 워크숍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를 잘 모르는 것 같다라는 직격탄까지 날렸다.

A : 이처럼 야당이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B : 그야말로 아랫돌 빼서 윗돌 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국책은행이 자금을 주기 위해서는 돈을 찍어내야 한다. 그런데 그것이 결국 ‘빚’이다. 우리 세대가 다음 세대에게 넘겨줘야 할 빚이다. 한국은행이 빚을 내서 기업들의 빚을 갚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우리의 혈세가 기업들의 빚을 갚는데 사용되는 것이다.

A : 우리의 혈세를 들여서 결국 기업들의 빚을 갚아주는 것인가.

B : 맞다. 만약 갚아주지 않으면 우리 경제는 무너지게 되고 IMF가 도래하게 된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갚아줘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파장력을 가급적 최소화하는 쪽으로 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야당이 반대하는 것이다. 우리 경제에 최소화를 하면서 국민의 혈세가 가급적 최소로 들어가는 그런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A : 대주주의 사재출연 등은 왜 안하는가.

B : 물론 대주주들도 사재출연 등을 한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A : 또 다른 문제가 있는가.

B : 한국은행의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 또한 산업은행이 채권 발행을 늘리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떨어질 수 있다.

A : 결국 한국형 양적완화를 위해서는 한국은행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것인가.

B : 그렇다. 한국은행이 주택담보대출증권이나 산업은행 채권을 인수하도록 한국은행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A : 여소야대 정국 아닌가.

B : 그런 딜레마가 있다. 한국형 양적완화를 실시하기 위해서는 한국은행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야당은 한국형 양적완화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따라서 한국은행법의 개정 자체가 쉽지 않아 보인다.

A : 한국은행 입장은 어떠한가.

B : 한국은행은 일단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현재 한국은행법이나 산은법 등으로는 한국형 양적완화가 이뤄지기 힘들다는 것이다.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한국은행의 공식적 입장이다. 이는 결국 여야가 합의를 이뤄내서 한국은행법이나 산은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A : 현 상황에서는 힘들다는 이야기 아닌가.

B :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A : 그렇다면 다른 방법이 있는가.

B : 한국형 양적완화 말고 다른 방법은 정부와 한국은행이 직접 출자를 해서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의 직접 자본을 확충하는 방식이 있다. 하지만 한은이 국책은행에 직접 출자를 하기 위해서는 산은법을 개정해야 한다. 또한 정부의 재정상황이 너무 좋지 않다. 현 정부의 부채 규모가 60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무엇보다 정부부채 증가율이 가계부채나 기업부채 증가율에 비해 빠른 상황이다. 때문에 국책은행에 직접 출자를 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A : 그렇다면 또 다른 방법은 없는가.

B : 그 다음 방법은 현물출자다. 정부가 가진 주식을 국책은행에 현물출자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주식은 위험자산으로 분류, BIS비율 게산시 300%의 가중치(상장주식 기준)를 주기 때문에 BIS비율 개선효과가 떨어진다. 쉽게 말해 1조원 어치의 주식을 현물출자해도 은행들의 BIS비율 개선에는 3333억원의 현금을 넣은 효과만 얻는다. 그 외에도 금융안정기금 투입, 특수목적회사(SPC) 설립, 금융중개지원대출 확대등의 방법이 학계에서 거론되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다.

A : 그렇다면 현실적은 대안은 있는가.

B : 사실 뾰족한 대안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때문에 결국 최후의 수단으로 한국형 양적완화를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현실적으로는 상당한 난관에 부딪혀 있는 것이 사실이다.

A : 구조조정을 하기 위해서는 한국형 양적완화가 현실적으로는 필요하지만 그것 역시 쉽지 않다는 것인가? 참으로 암담하다. 오늘 말씀 감사하다.

B : 나도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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