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교육부·미래부, 병역특례제도 놓고 엇박자
보훈처장의 명령불복종인가 청와대의 의중인가
새누리당은 둘로 쪼개질 위기에 놓이게 돼
집권여당 쪼그라들면 박 대통령도 위기 봉착

박근혜 대통령의 레임덕은 이미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부처에서 엇박자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가 제대로 전달이 되지 않거나 전달이 됐다고 해도 공무원 스스로가자신의 입맛에 맞게 해석을 했기 때문이다. 또한 청와대가 공무원 사회 기강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다는것을 의미하기도 하다. 문제는 집권여당도 제대로 도와주지 못하고 있다. 집권여당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레임덕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투데이신문 장승균 기자】정부부처가 엇박자를 보이기 시작했다. 정부부처의 엇박자는 늘 있어왔다. 하지만 정권초반에 는 그 엇박자를 조율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높은 지지율과 함께 집권여당이라는 강력한 무기가 있었다. 그리고 일단 공무원 사회는 복지부동이라는 것과 함께 권력을 뒤쫓는다는 습성을 갖고 있다. 때문에 정권 초반에는 대통령의 지시가 그대로 정책에 옮겨갔고, 그대로 수행됐다. 다시말해 임기 초반에는 강력한 리더십을 갖고 정책을 수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정권에 힘이 빠지게 되면서 공무원사회는 동요를 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정부 부처 간 엇박자가 나기 시작한다. 그것이 바로 레임덕이 시작되는 단계이다.

엇박자 나는 정부부처

레임덕이라는 것이 별거 아니다. 대통령의 지시가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지지 않으면 그것이 레임덕이다. 또한 정부부처가 각자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면 그것이 레임덕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최근 벌어지는 일련의 상황을 놓고 볼 때 레임덕이 찾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방부는 이공계 병역특례 폐지 계획을 발표했다. 2019년 전문 연구요원 박사과정에 대한 병역특례 중단을 시작으로 2023년 이공계 출신의 병역특례제도를 전면 폐지하겠다는 ‘산업분야 대체복무 배정 인원 추진 계획안’을 발표했다. 이에 과학술계와 교육계, 산업계가 집단 반발하고 있다. 문제는 교육부와 미래창조과학부가 특례 폐지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국방부에 공식 전달했다. 이는 결국 무엇을 의미하느냐 하면 국방부가 병역특례제도에 대한 계획을 발표하면서 해당 관련부처와 협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병역특례제도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교육부와 미래창조과학부의 협조가 필요하다. 그런데 해당부처에 전혀 협의도 없이 독자적으로 발표를 한 것이다. 그러니 교육부와 미래창조과학부는 반대 입장을 공식 전달한 것이다. 이는 이들 기관이 서로 협조를 전혀 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또 다른 의미도 있다. 그것은 바로 청와대가 조율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행정수반의 컨트롤타워이다. 정부부처가 엇박자가 난다면 이를 조정해서 하나의 목소리로 만들어내는 기구가 바로 청와대이다. 즉, 병역특례제도와 관련해서 국방부가 계획을 세웠다면 청와대가 가운데에서 조정을 해야 하는데 이런 조정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관련 부처가 반대 입장을 공식적으로 전달하는 사태까지 발생한 것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는 청와대가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비판을 쏟아냈다.

각 정부부처가 엇박자를 내는 것은 비단 이번 일만은 아니다. 국무총리가 ‘역동적 벤처창업 생태계 구축방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행정자치부가 창업·벤처기업이 받는 각종 세제 감면 혜택을 축소하겠다고 발표를 한 바가 있다. 환경부가 디젤차량 환경규제를 강화하겠다고 하자 산업통상자원부는 산업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안임에도 주무 부처와 사전 상의가 전혀 없다고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청와대는 정책조정 기능을 강화한다면서 국정기획수석실을 정책조정수석실로 바꿨다. 그리고 안종범 전 경제수석을 정책조정수석 자리에 앉혔다. 하지만 정책조정수석실이 하는 역할이 아직까지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이 되지 못할 정도로 부처 간 엇박자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최근 불거진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불가 방침 역시 박근혜 대통령의 레임덕을 불러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4월 총선 이후 협치를 강조해왔다. 4월 26일 개최된 언론사 편집국장 오찬간담회에서 박 대통령은 소통을 강조했다. 그리고 5월 13일 여야 3당 원내지도부와의 회동에서도 협치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대통령은 야당 원내대표가 요구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에 대해 “국론분열이 생기지 않는 좋은 방안을 마련할 것을 국가보훈처에 지시하겠다”고 약속을 했다. 때문에 회동이 끝나고 난 후 임을 위한 행진곡이 합창이 아닌 제창이 될 것이라고 기대를 했다.

하지만 그 기대는 한순간에 무너졌다. 국가보훈처는 지난 16일 “올해 행사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은 공식 식순에 포함해 합창단이 합창하고 원하는 사람은 따라 부를 수 있도록 참석자 자율 의사를 존중하면서 노래에 대한 찬반 논란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언급, 제창이 아닌 합창 방침을 발표했다. 그러자 야당이 격하게 반발했다. 문제는청와대 지시 없이 보훈처가 단독으로 결정했겠느냐는 것이다. 야당은 박승춘 보훈처장이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에 의해 제창이 아닌 합창을 결정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박 처장이 청와대에 항명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위기의 박 대통령

하지만 또 다른 쪽에서는 박 처장은 이명박 정부 때부터 임명된 최장수 보훈처장이기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이 컨트롤 할 수 있는 단계를 지났다고 판단하고 있다. 즉, 박근혜 대통령이 ‘합창’이 아닌 ‘제창’을 검토하라고 지시를 내렸다고 하더라도 박 처장이 ‘합창’을 고집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만약 청와대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항명하고 박 처장이 합창을 고집했다면 그것은 항명이면서 레임덕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다만 박 처장이 청와대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자신의 고집대로 밀고 가는 것이 정치적 부담이 상당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힘들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즉, 청와대가‘제창’이 아닌 ‘합창’방침을 지시했고, 박 처장은 이를 따랐을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청와대가 ‘제창’이 아닌 ‘합창’방침을 세웠다고 한다면 박근혜 대통령의 협치와는 완전히 위배되는 대목이 된다. 즉, 박근혜 대통령은 앞으로 야당의 협조를 기대하기 힘들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단순히 기념식 노래이다. 하지만 그것이 갖고 있는 정치적 의미는 상당하다. 왜냐하면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 회동이 협치로 가는 상징에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제창’이 아닌 ‘합창’을 결정함으로써 앞으로 야당의 협조를 구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동안 국민의당이‘연정’가능성을 제기해 왔지만 5·18 민주화운동기념일을 전후로 연정 이야기가 들어갔다. 오히려 안철수 상임공동대표는 새누리당과 연정은 없다고 아예 못을 박았다. 이는 협치 가능성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국민의당은 그동안 집권여당은 물론 박근혜정부와의 연정 가능성도 열어놓았다. 하지만 이번 임을 위한 행진곡 문제로 인해 협치는 물론 연정의 문도 닫아버렸다. 앞으로는 야당에 의한 혹독한 시절이 다가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새누리당의 문제다. 새누리당이 내홍을 겪으면서 사실상 분당 사태로 빠져들고 있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치명타라고 할수있다. 친박계가 17일 전국위원회를 무산시켰다. 이는 비상대책위원회와 혁신위원회를 무력화시킨 것이다. 당내의 실세는 일단 친박계라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것은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치명타가되고 있다. 물론 친박계는 당이 둘로 쪼개지더라도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집권여당이 극소수로 전락하게 된다면 박근혜 대통령은 더욱 힘든 길을 갈 수밖에 없다.

사실 대통령의 지지율이 레임덕에 타격을 가할 수 있지만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에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바닥을 면치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큰 레임덕 없이 버틸수 있었다. 그 이유는 당시 한나라당이 안정됐고, 또한 박근혜 대통령이라는 차기 대권 주자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반면 노무현 전 대통령은 큰 위기를 맞이하게 됐다. 그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해서가 아니라 열린 우리당 분당이 있었고, 차기 대권 주자로 나설만한 인물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노무현 전 대통령은 당시‘대연정’을 한나라당에 제안하기도 했다. 이는 집권여당이 제대로 받쳐주지 못하면 정부는 국정을 끌고 갈 능력이 없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벌어지는 새누리당의 모습은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치명타가 될수 있다.

돌파구는 과연

우선 당이 둘로 쪼개질 위기에 놓였다. 자칫하면 집권여당은 극소수 정당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결국 국정운영의 동력을 상실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집권여당이 법률로 정권을 뒷받침해줘야 하는데 그것이 어려워지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정권은 ‘법률’ 대신 ‘시행령’을 통해서 국정운영을 간신히 끌고 나갈 수 있다. 하지만 공무원사회가 과연 ‘시행령’에 복종을 할 수 있을지 여부는 미지수다. 물론 박근혜정부 상반기에도 각종 시행령으로 간신히 이끌고 나갔다.

하지만 그것은 정부가 공무원사회를 장악할 능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하반기에 들어오면서 공무원사회 장악력이 떨어지고 결국 공무원회사는 ‘시행령’에 말을 듣지 않는 단계에 이르게 된다. 특히 새누리당이 차기 대권 주자라도 명확하게 보여야 하는데 차기 리더십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야당이 집권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미래권력이 눈앞에 보이게 되면 공무원사회는 미래 권력에 붙을 수밖에 없다. 정부가 아무리 시행령을 마련해서 국정운영을 하려고 하지만 공무원사회는 말을 듣지 않게 된다. 때문에 강력한 집권여당이 필요하고, 차기 대권 주자가 필요하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강력한 집권여당의 모습도 없고, 차기 대권 주자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새누리당이 무너지면 결국 공무원사회는 정권에서 등을 돌리게 된다. 최근 일어나는 정부부처의 엇박자도 이런 이유 때문에 발생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는 점점 듣지 않는 쪽으로 가게 될 가능성이 높다. 미래권력에 붙기 시작한다면 앞으로도 더욱 힘들어지게 된다. 그 이유는 언론도 역시 미래권력에 붙게 될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이 미래권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면 언론은 야당 편으로 돌아설 수밖에 없다.특히 종합편성채널은 3년마다 허가를 받아야 한다. 권력이 야당에게 넘어간다고 확신이 들게 된다면 언론은 등을 보일 수밖에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가장 우려해야 할 부분이 바로 이런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돌파구는 하나다. 레임덕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레임덕을 인정하고 야당과 협치를 해야 한다. 야당과 자주 만나고, 야당과 소통하고, 야당과 손을 잡아야 한다. 그래야만 레임덕에서 벗어날 수 있다. 물에 빠진 사람이 아무리 허우적거려도 결국 물속으로 빨려들어갈 수밖에 없다. 가장 좋은 방법은 가만히 있으면 물위로 떠오른다. 그때 구명튜브를 잡아야 물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물에서 빠져나가겠다는 의지만 갖고서는 물 밖으로 나올 수 없다는 이야기다. 박근혜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은 국정운영을 자신의 독단대로 움직이겠다는 자세를 갖는 것이 아니라 협치를 하겠다는 자세를 갖는 것이다. 그래야만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앞으로도 정부부처의 엇박자는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공무원사회의 복지부동과 눈치보기는 더욱 극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권력보다는 미래권력을 향해 해바라기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박근혜 대통령도 미래권력과 함께 손을 잡는 그런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만 레임덕에서 빠져나갈수 있다. 지금이라도 미래권력과 손을 잡는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레임덕에서 허우적거리면서 더욱 힘든 수렁으로 빠져들어갈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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