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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 ||
반기문, 사실상 대권 출마 시사…정치권을 술렁
변수가 아니라 상수, 과연 대권 가도는 어떻게
친박 대통령 후보, 그것이 갖고 있는 ‘멍에’
지지층 결집 어떤 식으로 이뤄낼 것인지 주목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사실상 대선 출마를 시사하는 발언을 쏟아내면서 정치권은 들썩이고 있다. 반 사무총장이 다소 과장되게 해석한 부분이 있다면서 한 발 물러났지만 분명한 것은 대권 출마를 포기하겠다고 밝히지는 않았다. 때문에 반 총장의 대권 출마는 이제 변수가 아니라 상수가 됐다. 문제는 반 총장이 넘어야 할 과제가 많다는 것이다. 그것은 반 총장을 더욱 힘들게 만들 수도 있다. 유엔 사무총장 자리와 대통령의 자리는 완전히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그동안 발언은 ‘애매모호’ 그 자체였다. 그래서 별명이 반반(潘半)이었다. 반 총장의 발언은 처음에는 거창한 듯 하지만 정치적 의미를 크게 둘 수 없는 발언들이라서 기자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은 인물 중 한 사람이다. 왜냐하면 크게 정치적으로 부각되는 그런 발언을 쏟아내지 않고 항상 조심하기 때문이다. 지난 25일 관훈클럽이 열린다고 했을 때 기자들 중에 일부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동안의 행보가 있기 때문에 관훈클럽을 연다고 해서 크게 파장을 일으킬 발언이 나오겠냐라는 회의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촉(?)이 빠른 기자들은 관훈클럽이라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를 뒀다. 왜냐하면 그동안 반 총장이 관훈클럽을 이용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것도 자발적으로 관훈클럽에 나가겠다고 밝힌 것이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언론인들의 간담회인 관훈클럽에 자발적으로 나가겠다고 밝힌 것은 그만큼 반 총장이 할 말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달라진 반기문
아니나 다를까 관훈클럽에서 대선 도전을 시사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반 총장은 퇴임 이후 대권 도전 문제 관련 질문에 “10년간 유엔 사무총장을 했으니 기대가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겠다”며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내년 1월 1일이면 유엔 여권을 가진 사람이 아닌, 한국 시민으로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느냐를 그때 결심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불과 지난해 송도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나를 대선 주자 여론조사 대상에서 빼 달라”고 말할 때와 다르다. 때문에 대권 도전으로 읽혀지는 것은 당연지사. 물론 반 총장은 과잉해석됐다면서 일단 한 발 빼는 분위기다. 하지만 누구나 반 총장의 대권 도전으로 읽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만약 대선출마에 대해 생각이 없다면 지난해 송도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 발언의 연장선상에서 발언이 나와야 한다. 하지만 퇴임 이후 자신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보겠다고 밝힌 것은 대권 도전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해석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야말로 반 총장의 대권 도전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당장 정치권은 술렁이고 있다. 반 총장의 대권 도전에 따른 이해득실이 다르기 때문이다. 가장 반기는 쪽은 아무래도 친박계이다. 지난 4월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참패를 했다. 그 참패의 원인을 친박으로 몰아가는 분위기다. 여기에 새누리당이 차기 리더십이 부재한 상황이다. 친박으로서는 차기 리더십 부재의 공백을 메울 수 있다. 또한 친박 총선 참패 책임론에서 벗어날 수 있다. 반 총장을 통해 자신들의 정치적 위기를 돌파할 수 있음은 물론 새누리당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면서 친박이 영원히 함께 나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다. 때문에 반 총장의 대권 도전 시사에 대해 반길 수밖에 없는 것이 현 친박의 모습이다.
친박의 입장에서는 반 총장이 국내 정치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이원집정부제의 형태로 갈 가능성이 높다. 즉, 외교분야 등은 반 총장이 맡고, 내치는 실질적으로 친박 총리가 맡는 형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친박으로서는 정권연장의 꿈을 이룰 수 있게 된다. 아울러 대구·경북을 기반으로 하는 친박과 충청을 기반으로 하는 반 총장이 하나로 뭉침으로써 정치적 이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현실적 계산도 깔려있다. 따라서 친박계로서는 반 총장의 대권 도전 시사 발언은 반갑기 그지없는 발언이라고 할 수 있다.
승부수는 어디에서
반면 비박계로서는 탐탁찮은 상황이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장악을 위해서는 친박계가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야 하는데 반 총장의 대권 도전 시사로 인해 친박계가 다시 전면에 나선 모양새이다. 전당대회에서 친박과 비박의 갈등이 더욱 증폭될 가능성이 높다. 자칫하면 비박계가 밀려날 수도 있다. 그 이유는 친박계는 반 총장을 대권 주자로 내세울 것이지만 비박계는 현재 내세울만한 인물이 없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으로 인해 차기 대권 주자들이 큰 상처를 입으면서 비박계가 차기 대권 주자를 찾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물론 유승민 의원이 복당을 한다면 상황은 달라지겠지만 전당대회 전에는 복당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상수가 아닌 변수가 됐다. 따라서 비박계로서는 반 총장의 대권 시사 발언이 별로 탐탁찮은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에는 반 총장의 대권 도전 시사가 과연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 중에 있다. 그 이유는 반 총장의 대권 도전으로 인해 정계개편이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제1야당이지만 언제든지 제1야당의 자리를 빼앗길 수도 있다. 아울러 외연확장이 얼마나 제대로 이뤄질지 여부도 미지수다. 기존의 야당 대권 주자들 역시 견제구를 날릴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지금의 상황으로 볼 때에는 아군보다는 적군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더불어민주당으로서는 상당한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국민의당은 더욱 복잡한 양상이다. 안철수 상임공동대표는 반 총장의 출마 가능성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당 내부에서는 ‘안철수 대망론’을 잠재울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즉, 반 총장이 출마를 하더라도 국민의당으로 출마를 하게 된다면 안 대표의 대망론을 잠재울 수도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때문에 반 총장의 대권 도전 시사 발언에 대해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반 총장에 대해 극찬을 하고 있다. 소위 이중플레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대권 도전 위해
어쨌든 반 총장의 대권 도전은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됐다. 하지만 반 총장이 넘어야 할 산은 상당히 많이 있다. 우선 유엔결의안이다. 사무총장에서 퇴임한 이후 해당 국가의 정무직 업무를 맡을 수 없다는 결의안이 있다. 잠재적 대권 주자들은 이런 규정을 내세워 반 총장이 대권을 도전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결의안은 강제성이 없다. 따라서 반 총장이 대권 도전을 한다고 해도 법률적으로 막을 방법이 없다. 다만 도의적인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 국제적으로 도의적 맹비난을 퍼붓게 된다면 그야말로 반 총장의 정치적 입지는 상당히 타격받을 수밖에 없다. 때문에 이에 대한 준비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정치권의 혹독한 검증 공세를 제대로 방어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반 총장이 사무총장까지 역임을 했지만 국내 정치와는 별개의 인물로 지내왔다. 혹독한 검증이 있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부딪혀 본 일은 없다. 아마도 검증은 혹독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것을 과연 얼마나 정치적으로 헤쳐 나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우선 전두환 정권 시절 김대중 전 대통령을 보고했던 사실에 대한 검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학생신분이었고, 신문 지상에 나왔던 내용을 갖고 전두환 정권에 보고를 했다고 해명을 했다. 하지만 야당 지지층에서는 이에 대한 대대적은 검증 공세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어떤 식으로 견뎌낼 수 있을지가 미지수다.
또 다른 것은 바로 성완종 전 회장과의 인연 문제다. 반 총장 본인은 특별한 인연은 없다고 했지만 언론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들을 종합해보면 반 총장과 성완종 전 회장은 깊은 인연을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반 총장의 동생과 성완종 전 회장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아마도 혹독한 검증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혹독한 검증이 예고되고 있다. 문제는 스스로 이런 혹독한 검증을 얼마나 견뎌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유엔 사무총장으로서도 정치적 공세를 받아왔지만 국내는 국제무대와는 또 다른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 이런 공세를 얼마나 잘 헤쳐나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또한 친박계가 지지하고 있다는 것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세인데다 총선 참패의 책임론에 표적이 바로 친박이다. 반 총장이 대권 도전을 정식으로 선언할 경우 현재 지지율에서 반토막이 나는 것은 물론 오히려 1/4 토막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야당 지지층이 빠져나가고, 여당 지지층에서도 친박계 지지층만 남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친박 후보라는 타이틀이 반 총장에게는 상당히 안 좋은 것으로 작동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조직력이 제대로 없는 반 총장이 과연 대선 경선을 무난히 통과할 수 있을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새누리당이나 다른 야당 모두 반 총장이 대선에 출마를 한다고 해도 ‘옹립’이 아니라 경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아마도 추대는 힘들어 보이는 것이 현실이다. 때문에 대선 경선을 통과해야 하는데 조직력이 제대로 갖추지 못한 반 총장이 과연 통과를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또한 가족들의 만류도 변수로 작동되고 있다.
반 총장의 대선 출마는 점차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하지만 대선까지 가기에는 아직은 힘든 여정이다. 대권을 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