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뉴시스 | ||
칩거 들어간 김희옥, 정진석 사과는 받았지만…
뒷통수 맞은 친박계, 더 이상 강경할 수도 없어
20일 의원총회에서 유승민 복당 논의할 수도
새누리당 김희옥 혁신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 19일 탈당파 복당 승인 과정에서 정진석 원내대표와 빚었던 갈등에 대해 사과를 수용했다. 하지만 당무 복귀 요청에 대해서 즉답을 피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당무는 복귀할 것으로 대다수가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뇌관은 남아있다. 바로 정진석 원내대표. 정 원내대표의 거취를 놓고 계파 갈등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친박계로서는 정 원내대표를 가만두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새누리당 김희옥 혁신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 일단 마음을 열었다. 지난 16일 탈당파 복당 논의과정에서 정진석 원내대표는 다수결로 결정하지 않으면 범죄라고 발언했고, 이 발언에 김희옥 위원장은 항의를 하는 차원에서 칩거에 들어갔다.
그리고 정 원내대표가 19일 사과를 하려고 김 위원장 자택 인근의 커피숍으로 갔고, 만남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정 원내대표는 김 위원장에게 사과를 했다. 김 위원장은 당내 문제에 대해 “상황이 유감스럽다. 나로서는 진정 잘해보려고 했는데 말할 수 없는 자괴감이 든다”며 “나는 당에 있던 사람이 아니라 이번 상황을 겪으면서 정말 혼란스러웠다. 제가 보기엔 이건 민주주의가 아니고 애당심이나 동지애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다시 당의 화합을 이끌어내고 어떻게 혁신을 해나가야할 지 그것을 할 수 있을지 심한 자괴감과 회의감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자 정 원내대표는 “어려운 결심을 해준 어른에게 제가 비대위 복당 문제 처리 과정에서 너무나 거칠고 불필요하며 부적절한 언사를 행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지난 주말 스스로도 많이 자책했다. 마음을 풀고 오는 8월 9일 전당대회를 원만히 치를 수 있도록 당무에 복귀해달라”고 호소했다.
김 위원장은 일단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면서 당무 복귀는 좀 더 고심하고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당무 복귀에 대해서는 일단 고민을 해보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 위원장이 곧 당무에 복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당무를 거부하고 비대위원장에서 내려오기에는 이미 너무 멀리 왔다는 것이다. 비대위원장 사퇴로 일어날 후폭풍에 대해 김 위원장이 감내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때문에 비대위에 복귀할 것으로 정치권 안팎에서는 예측하고 있다.
김희옥의 칩거
하지만 김 위원장의 역할은 이제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비대위가 ‘혁신’비대위다. 즉, 전당대회를 관리하는 것은 물론 당의 혁신까지 맡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이번 탈당파 복당 문제를 겪으면서 혁신비대위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는 계파 갈등 봉합 등의 혁신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한 것이다. 때문에 당의 혁신에 방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전당대회 관리에 방점을 둘 가능성이 높다. 직책은 ‘혁신비대위원장’이지만 실제로는 ‘비대위원장’이 될 것으로 보여진다. 따라서 김 위원장의 역할에 대해 스스로 좁혀질 가능성이 높다.
또 다른 문제는 정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다. 친박계가 20일 의원총회를 소집을 요구했다. 정 원내대표에게 공식 사과를 요구한 것이다. 또한 권성동 사무총장에게는 사퇴를 요구했다. 김 위원장과의 갈등이 봉합된다고 해도 정 원내대표로서는 친박계의 반발을 돌파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친박계의 입장은 강경하다. 당초에는 정 원내대표의 거취까지 이야기가 오갔지만 일단 정 원내대표의 거취는 따지지 않기로 했다. 그러면서 권성동 사무총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권성동 사무총장이 퇴진하게 되면 결국 정 원내대표의 힘은 잃어버릴 수밖에 없다.
친박계의 의총
친박계는 20일 본회의 직후 의원총회를 열겠다는 계획이다. 이 의원총회에서 유승민 의원 등 복당이 결정된 4명도 출석시킬 계획이다. 이른바 복당 심사를 하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갈등은 또 다시 불거질 수밖에 없다. 친박계는 유승민 의원의 복당에 대해 거의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유승민 의원의 복당만큼은 막아내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친박계가 더 이상 강경한 반응을 보이기는 어렵다는 것이 정치권 안팎의 시각이다. 친박의 어른들인 서청원·최경환 의원이 비대위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또한 유승민 의원의 복당을 번복시킬 현실적인 대안이 없다. 이미 비대위에서 결정을 내려 복당이 승인된만큼 복당을 막을 방법이 없다. 이미 복당한 사람에게 복당은 안된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제명을 시켜서 출당을 시키는 것인데 국회의원의 제명은 당 윤리위원회 재적 위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 위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 한 뒤 의원총회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확정된다.
문제는 제명을 시킬 명분도 없고, 의총에서 3분의 2 찬성을 얻어내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친박계가 더 이상 강경하게 나설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더욱이 당 안팎에서는 친박계가 계속 강경하게 나갈 경우 오는 8월 예고된 전당대회도 제대로 치르지 못하고 당은 공중분해될 수도 있다는 경고음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비대위가 해체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만약 비대위가 해체되면 그 책임은 고스란히 친박계가 뒤집어 써야 한다. 그런 정치적 부담을 친박계가 과연 짊어지겠느냐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유승민 의원 복당으로 인한 내부 갈등은 어느 정도의 선에서 마무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20일 예고된 의원총회에서 유승민 의원이 어떤 발언을 쏟아내느냐에 따라 새로운 갈등의 불씨가 지펴질 가능성도 있다.
비박계의 반격
반면 비박계는 조용하면서도 분주하다. 이번 복당 사건으로 당이 시끄러울 때 비박계는 대응을 하지 않고 조용히 있었다. 대개 이런 일이 발생하면 국민에게 사과하는 등 친박계를 향한 칼날을 드러내기도 하는데 이번에는 조용했다. 그 이유는 이번 복당 사건으로 비박계는 상당한 이득을 얻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우선 유승민 의원의 복당은 크나큰 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 유승민 의원이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어쨌든 비박계는 구심점이 생겼다는 것이다. 앞으로 비박계는 유승민 의원을 중심으로 빠르게 헤쳐모여를 할 가능성이 높다. 친박계의 공세를 방어하기 위해서는 비박계에서도 구심점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총선 직전까지는 김무성 전 대표가 그 역할을 해왔지만 이제 당 대표에서 내려왔기 때문에 그 역할을 대신해줄 사람이 필요했다. 그런데 유승민 의원의 복당으로 인해 이제 유승민 의원을 중심으로 뭉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친박과 비박의 갈등은 더욱 증폭될 수밖에 없다. 친박계가 유승민 의원의 복당을 신경질적으로 반대한 이유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앞으로 전당대회를 준비하면서 당내 갈등은 더욱 증폭될 수밖에 없다. 전당대회가 친박과 비박의 싸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집단지도체제에서 단일지도체제로 전환했다. 즉, 당 대표의 권한이 막강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 대표가 누가 되든지 상대 계파는 그에 대해 승복하지 않을 수도 있다. 물론 새누리당은 전당대회까지 싸우다가도 전당대회 끝나고 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화합하는 사례가 몇 번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계파 갈등이 봉합되기에는 너무 멀리왔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