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이정현 의원 ⓒ뉴시스 | ||
이정현-김시곤 대화, 보도통제 논란 속으로
靑, 이정현 개인 일탈로 몰아가는 분위기
정부의 언론길들이기가 현실화되고 있는가
야권 예의주시, 상당한 정치적 후폭풍 예상
세월호 참사 당시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현 새누리당 의원)이 KBS 김시곤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보도에 개입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녹취록이 세상에 공개됐다. 이 녹취록이 세상에 공개되면서 그동안 박근혜정부가 보도통제를 한다는 의혹이 어느 정도 사실로 굳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는 이정현 의원 개인이 한 일이라면서 개인적 일탈로 몰아가는 분위기다. 그리고 이정현 의원 역시 청와대에 누를 끼치지 않게 하기 위해 개인의 일인 것처럼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그 정치적 후폭풍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이명박·박근혜정부 들어서면서 언론의 자유가 많이 침해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종합편성채널이 생기면서 언론환경은 더욱 나빠졌으며 언론과 언론끼리의 경쟁이 붙으면서 소위 ‘기레기(기자+쓰레기)’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가 됐다. 그리고 공중파 방송들 노조는 언론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꾸준하게 파업과 시위를 해왔다. 하지만 그때마다 이명박·박근혜정부는 노조를 압박하면서 공중파 방송을 장악해갔다. 이명박·박근혜정부 들어 언론의 독립성이 많이 훼손됐다는 지적이 꾸준하게 제기돼왔다. 지난 4월 20일 ‘국경없는 기자회(RSF)’는 ‘2016년 세계 언론자유 지수’를 발표했다. 한국은 130개국 가운데 70위로 역대 최하위를 기록했다. 즉, 우리나라 언론에는 자유가 많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국내외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그리고 청와대가 언론을 통제한다는 의혹이 꾸준하게 제기돼왔다. 그런데 그것을 뒷받침해줄만한 물증이 나왔다.
이정현의 대화
세월호 참사 당시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현 새누리당 의원)이 KBS 김시곤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보도에 개입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해줄 물증이 나온 것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언론단체들이 3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당시 이정현 홍보수석이 김시곤 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보도 내용에 강력 항의하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세상에 공개했다.
이 녹취록에 따르면 2014년 4월 21일 오후 9시쯤 이정현 당시 홍보수석이 김시곤 당시 국장에게 'KBS뉴스9'에서 해경을 비판하는 내용이 보도된 것에 대해 거세게 항의했다. 이정현 당시 수석은 김시곤 당시 국장에게 세월호 선장과 선원의 일차적 잘못이고, 해경의 부차적 잘못은 어느 정도 지난 후에 보도할 수 있다면서 보도의 초점을 정부와 해경에게 맞추지 말아달라고 요구했다. 같은해 4월 30일 이정현 홍보수석은 김시곤 국장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해경비판 보도를 심야 뉴스에서 삭제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런 녹취록이 세상에 공개되면서 그동안 청와대가 언론을 통제한다는 의혹이 어느 정도 사실로 굳어졌다. 왜냐하면 이정현 홍보수석은 당시 개인이 아니라 청와대 홍보수석이었기 때문이다. 청와대 홍보수석이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서 보도내용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언론법에 저촉되는 대목이다. 때문에 검찰이 의지만 있으면 이정현 의원은 징역감이라고 더불어민주당 신경민 의원이 이야기했다.
녹취록 공개
즉, 이정현 의원의 이번 녹취록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청와대라는 기관의 문제이고, 그렇기 때문에 언론법에 저촉된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정현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KBS 뉴스를 봤다라고 하면서 보도통제를 한 것이다. 다시 말하면 박근혜 대통령 심기 경호를 하기 위해 언론통제를 했다는 것이다. 이번에 녹취된 녹음파일이 세상에 공개됐기에 망정이지 아마도 이런 일이 비일비재할 것이라는 것이 정치권 안팎의 시선이다.
이명박·박근혜정부 들어와서 유난히 언론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듯한 모습을 많이 보여왔다. 그리고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언론에 대한 통제가 강화됐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돼왔었다. 당시 KBS 길환영 사장은 휴일인 5월 5일 비서실에서 보도국 편집회의를 소집, 해경을 비판하는 보도를 하지 말라고 지시를 내렸고, 8일 세월호 유가족이 김 국장의 파면을 요구하자 다음날 청와대의 지시에 따라 김 국장의 사표를 종용했다고 언론노조는 주장했다.
김시곤 국장은 청와대와 길환영 사장의 보도개입을 폭로해왔었다. 김 국장은 길 사장이 보도본부의 독립성을 침해왔다면서 언론에 대한 어떠한 가치관과 신념도 없이 권력의 눈치만 보면서 사사건건 보도본부의 독립성을 침해해온 길환영 사장은 즉각 자진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폭로로 인해 KBS 새노조와 KBS 노조 등 양대노조는 길 전 사장의 퇴진과 공정보도를 요구하며 출근저지투쟁과 총파업을 벌였고, 이는 그해 6월 길 사장의 해임으로 이어졌다.
길 사장의 보도 수정 지시는 세월호 참사 전에도 이뤄졌다. 2012년 11월 취임한 길 사장이 2013년 1월부터 11월까지 청와대의 지시를 받아 보도내용을 수정한 횟수는 30차례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길 사장은 2013년 박근혜 대통령 주재 첫 국무회의나 대통령 방미 뉴스를 2개로 늘리고 순서를 앞으로 배치할 것, 윤창중 성추문 사건을 첫번째로 다루지 말 것 등을 지시했다. 이에 KBS 기자협회 소속 기자 176명은 “KBS 9시 뉴스에서 정권에 불리한 자막 기사 삭제를 지시하고 박근혜 대통령 관련 기사를 뉴스 전반부에 배치시켜 방송 편성 독립의 가치를 무시하는 등 방송법을 위반했다”며 길환영 사장에 대한 고발장을 서울중앙지검에 접수하기도 했다. 결국 KBS 이사회는 같은해 6월 5일 길 사장에 대한 해임제청안을 가결했고 박 대통령이 이를 재가하면서 6월10일에 해임됐다.
후폭풍은
그 이후 세월이 흘러 청와대의 KBS 보도통제 논란은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이정현 의원과 길환영 전 사장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다시 불거졌다. 이 과정에서 이정현 의원과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통화 내용이 세상에 공개되면서 보도통제가 어느 정도 사실로 굳어지고 있다. 그러자 청와대는 재빠르게 발뺌을 하고 있다. 이정현 의원과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개인적인 통화라는 것이라는 논리와 홍보수석의 역할을 충실히 했다는 논리이다. 청와대는 일단 개인적인 일탈로 취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이정현 의원의 녹취록 파문으로 인해 청와대는 상당히 곤란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자칫하면 청와대가 나서서 언론통제를 한 것처럼 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언론과 청와대의 대결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그동안 잠잠해왔던 언론노조들의 활동에 불을 당기는 일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야당에게는 상당한 빌미를 제공한 것이다. 야당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미디어를 정상화(?) 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때문에 종합편성채널 등과 함께 공중파 방송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갖은 노력을 해왔고 앞으로도 계속 해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결국 종편의 운명도 가르게 될 뿐만 아니라 MBC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검찰에 고발된 상태인데 검찰이 과연 어느 정도 선까지 수사를 하느냐의 문제도 남아있다. 녹취록이 세상에 공개된 마당이기에 단순히 덮고 넘어가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최소한 기소까지는 갈 것으로 예상된다. 법원에서 최종적으로 어떤 판단이 내려질지는 모르겠지만 이 판단에 따라 향후 언론환경이 바뀔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야권이나 언론노조에서 이번 사안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동안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표현한 이 언론환경을 야당이 주장하는 ‘공정한 언론환경’으로 바꾸게 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정현 의원의 이번 파문은 새누리당 당 대표 경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정현 의원은 당 대표 출마를 저울질 하고 있다. 또한 친박계에서는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해서 치르는 혁신비대위의 혁신안에 반발하고 있다. 그런데 이정현 의원이 이번 녹취록 파문으로 인해 과연 당 대표 경선에 나설 수 있을지가 미지수다. 즉, 새누리당 친박계의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번 녹취록 공개 파문은 언론환경은 물론 새누리당 내부에 상당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