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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설, 박근혜 대통령을 중심으로 당이 움직인다
당동설, 당원들을 중심으로 당이 움직여야 한다

이정현 대표, 박동설 고수 위해 계속 노력 중
비박계, 수평적 당청관계 외치며 당동설 주장

지구를 중심으로 우주가 움직인다는 설이 ‘천동설’이다. 반면 지구도 우주의 일원으로 지구도 움직인다는 것이 ‘지동설’이다. 그렇다면 새누리당은 과연 누구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것일까. 박근혜 대통령을 중심으로 움직인다고 해서 ‘박동설(朴動說)’이라는 말이 있다. 당원들 중심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해서 ‘당동설(當動說)’이 있다. 과연 새누리당은 누구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것일까. 그에 대한 해답은 아직 없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지난 9일 전당대회 이후 새누리당은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친박계가 당권을 완전히 장악하면서 다른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비박계도 숨을 죽이고 기회를 엿보고 있다. 지난 9일 전당대회가 워낙 압도적인 표 차이로 친박계가 당권을 장악하면서 비박계는 숨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정현 신임 당 대표의 첫 일성은 대선 관리도 중요하지만 박근혜정부의 국정운영도 중요하다면서 사실상 박근혜정부의 국정운영을 위해 당을 움직이겠다는 것을 천명했다. 또한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 시간에 당내 현안에 대해서는 언급을 삼가기로 의결을 모았다. 하지만 그 다음날 곧바로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도 없애고 포토타임만 갖고 비공개로 전환했다. 앞으로도 계속 비공개로 회의를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또한 지난 11일 청와대 만찬에서는 신밀월관계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와 더불어 이정현 대표는 새누리당 의원들을 향해 박근혜 대통령의 의사에 반하는 말을 할 경우에는 여당 의원으로 자격이 없다라는 직격탄을 날렸다.

새누리당에 천문학이 등장?

새누리당이 그야말로 박근혜 대통령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정당으로 변해버린 것 같다. 당내 다른 목소리는 물론 대권 주자들의 활동도 그 의미를 완전히 축소시키고 오로지 박근혜 대통령을 위해 움직이는 정당이라는 것을 만천하에 알린 것이다. 물론 그에 대한 대가도 있었다. 청와대 만찬 당시 이정현 대표는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손 볼 필요가 있다고 박 대통령에게 건의를 했고, 박 대통령은 조만간 논의를 해보자고 밝혔다. 그리고 몇 시간 뒤 예정에도 없던 긴급 당정협의회를 열어서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에 대해 완화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그야말로 일사천리로 이뤄진 것이다. 이는 신밀월관계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새누리당이 박 대통령을 향해 충성맹세를 하고, 박 대통령은 그 충성맹세에 대한 보답을 한 것이다. 이는 대통령의 의중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이정현 대표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앞으로도 이정현 대표는 박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당을 운영할 것으로 보여진다.

이는 당내 목소리가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개혁적인 목소리를 내던 많은 사람들이 사라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미 언로가 막혀있다. 이정현 대표는 국회 기자실도 있고, 라디오방송 등도 있기 때문에 언로를 막은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얼마든지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것이나 라디오방송 인터뷰 형식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과 최고위원회의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그 가치가 엄연히 다르다. 최고위원회의는 공식적인 자리이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이야기가 나온 내용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어쨌든 다뤄야 할 안건이 된다. 예를 들면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누리과정을 넣어달라고 어느 최고위원이 국회 기자실이나 라디오 인터뷰 방식으로 제기를 했다면 당 지도부는 ‘개인적인 의견’이라면서 무시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최고위원회의에서 발표를 하게 된다면 이는 개인적인 의견으로 치부가 될 수 없는 문제다. 따라서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이 문제를 논의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국회 기자실, 라디오 인터뷰와 차원이 다른 것이 최고위원회의 모두 발언이다. 그런데 모두발언을 금지시킴으로써 사실상 언로를 막아버렸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의 의사에 반하는 말을 한 여당 의원들은 여당 의원으로 자격이 없다고 대놓고 비판을 가함으로써 사실상 반대파의 입에 재갈을 물려버렸다.

수직적·수평적 당청관계

그동안 당은 ‘수직적 당청관계’와 ‘수평적 당청관계’ 사이에서 깊은 고민을 해왔다. 그리고 저마다 전당대회에서는 ‘수평적 당청관계’를 하겠다고 공언해왔다. 이정현 대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최근 행보를 보면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당장은 압도적인 표차이 때문에 내부 불만이 많아도 표출을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언젠가는 ‘그래도 지구는 돌고 있다’라고 말한 갈릴레오 갈릴레이처럼 “그래도 당은 당원들 중심으로 돌고 있다”라고 말을 할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할 것이라는 것이다. 지동설에 대해 교황청이 갈릴레이 입에 재갈을 물리려고 했지만 결국 지동설이 현재 천문과학계의 정설이 됐다. 새누리당이 박근혜 대통령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라는 주장을 고수하려고 하지만 언젠가는 다시 당원들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박근혜 대통령은 물론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상당한 균열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특히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그 균열은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조그마한 균열은 엄청난 균열로 바뀌고, 그 균열이 결국은 ‘터지게 된다’. 그렇게 터지게 되면 새누리당 지도부가 수습을 하려고 해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 아무리 박근혜 대통령을 중심으로 움직인다고 외쳐도, ‘당원 중심으로 움직인다’면서 ‘당동설’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될 것이다. 그 상황이 되면 대권 주자들을 중심으로 현 지도부에 대한 반감이 드러나게 된다. 이는 현 지도부에게는 치명타가 될 것이고, 박 대통령에게도 치명타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 당원들이 내년 대선에서 정권재창출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해지면 이정현 당 대표 체제와 박 대통령에게 불만을 표출할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는

때문에 이정현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으로 당이 움직이고 있다는 ‘박동설’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친박계에서 보다 강력한 차기 대권 주자를 내세워야 한다. 비박계를 뛰어넘는 그런 차기 대권 주자를 내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정현 대표로서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올해 연말까지 친박계가 보다 강력한 차기 대권 주자를 내세우지 못하면 ‘박동설’이 유지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비박계는 꾸준하게 ‘당동설’을 외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차기 대권 주자들을 중심으로 계속해서 ‘당동설’을 제기하면서 당을 흔들어댈 것이 분명하다.

박동설과 당동설 사이에서 과연 당원들의 최종 선택은 어디로 할 것인지는 이제 친박계와 비박계의 앞으로 승부에 따라 달려있다. 어느 이론이 가장 합리적으로 내년 대선 정권재창출을 위한 이론인지를 명백하게 밝혀야 한다. 그래야만 자신의 이론이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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