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진단] 메카시즘, 한번 빠지면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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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재인 전 대표 ⓒ뉴시스 | ||
참여정부, 북한인권결의안 유엔 기권 파문 일어
새누리당, 문재인 책임론으로 공세 수위 높여
문재인, NLL 대화록처럼 당하지 않겠다
친문 체제로 굳어진 더민주, 반격의 기회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대권 가도에 돌발변수가 등장했다. 참여정부 당시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기권’ 표결에 앞서 우리 정부가 북한에 의견을 물어봤고, 이 과정에서 문 전 대표가 깊숙이 관여했다는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회고록이 세상에 공개되면서 새누리당이 이에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등 강경대응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나온 NLL 대화록 파문과는 다른 양상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두 사안은 야권의 아킬레스건이라고 할 수 있는 소위 종북론을 건드렸다는 점에서 유사성을 찾아볼 수 있다. 야권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은 안보에 취약하다는 이미지다. 그것은 바로 북한을 타도의 대상이 아닌 대화의 대상으로 봐야 한다는 야권의 대북정책 때문이다. 물론 새누리당도 대화의 대상으로 봐야 한다고 말하는 때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선거 때에만 그러하고 다른 시기에는 무조건 타도의 대상으로 삼는다. 그리고 안보 프레임을 발동한다.
새누리당은 지난 2012년 소위 NLL 대화록 파문으로 짭짤한 재미를 보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 당시 NLL 포기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문재인 당시 대선 후보에게 상당한 타격을 안겨줬다. 그렇다고 해서 문재인 전 대표나 대선캠프에서 제대로 대응을 한 것도 아니다. 때문에 그 당시에는 속수무책으로 당해야 했다. 김무성 전 대표는 열람할 수도 없는 대통령기록물을 봤다는 의혹 때문에 수사를 받아야 했다. 하지만 소위 지라시(사설정보지)를 보고 연설을 했다면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야권의 아킬레스건
어쨌든 문재인 전 대표에게는 상당히 큰 타격이었다. 그리고 이제 다시 노무현 정부 시절 남북관련 문제가 다시 튀어나왔다. 참여정부 당시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기권' 표결에 앞서 우리 정부가 북한에 의견을 물어봤고 이 과정에서 문 전 대표가 깊숙이 관여했다는 내용이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회고록을 통해 세상에 공개됐다. 새누리당은 국기를 문란하게 한 사태라고 주장했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고 동족의 인권보다 북한정권을 더 받드는 문 전 대표라면서 비난 수위를 높였다. 이정현 대표는 문 전 대표가 사실상 북한과 내통한 것이라면서 철저한 진상규명을 다짐했다. 또한 청문회나 국정조사는 물론 진보정부 당시 대북 송금 의혹을 규명하는 특검까지 추진하자는 의견이 제기됐다.
그런데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이 이 시점에서 갑작스럽게 회고록을 출간한 이유에 대해 정치권 안팎에서는 상당히 많은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송민순 전 장관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상당히 가깝기 때문에 반기문 대망론을 띄우고 문재인 전 대표를 죽이기 위한 일환으로 회고록을 출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어쨌든 새누리당으로서는 상당히 반가운 이슈인 것만은 틀림없다.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의혹으로 인해 코너에 몰렸던 새누리당이기 때문에 한방에 역전시킬 수 있는 카드를 가졌다고 생각하고 있다. 두 재단 의혹 등으로 인해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은 물론 새누리당 지지율이 대폭 추락했다.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정권재창출은 어렵다는 인식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었다. 일각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을 버려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하지만 북한인권결의안 포기 이슈가 불거지면서 한 방에 역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포착했다고 새누리당은 생각하고, 대대적인 공세를 펼치고 있다.
문재인의 반격
하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별다른 재미를 보지는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왜냐하면 이미 NLL 대화록 사태를 통해 학습했기 때문이다. 문 전 대표는 회고록 논란이 불거진 14일까지만 해도 정면 대응은 하지 않았다. 문 전 대표의 대변인 역할을 하는 김경수 의원이 간략하게 당시 상황을 설명했을 뿐이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당내 ‘진상 규명 태스크포스’까지 구성하는 등 본격적인 공세를 취하자 문 전 대표 측은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문 전 대표는 15일 페이스북을 통해 “치열한 내부 토론을 거쳐 기권을 결정한 것”이라며 박근혜 정부가 오히려 배워야 한다고 역공을 폈다. 또한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부는 북한과의 대화 단절이 북한 인권 개선에 무엇이 도움이 됐는지 반성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는 박근혜정부의 불통 시스템에 대해 비판을 가한 것이다. 또한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사람들은 저마다 ‘북한에 의견을 물어보자’라는 제안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을 했다. 또한 당시 국정원자이었던 김만복 전 국정원장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극구 부인했다. 당시 통일부 장관이었던 이재정 교육감 역시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부인했다. 김만복 전 원장은 이른바 팩스입당 논란을 일으킨 인물로 새누리당에 입당했을 정도로 새누리당과 가까운 인물이다. 따라서 강 전 원장이 문재인 죽이기에 나서면 나섰지 옹호할 인물은 아니다. 그런 인물이 사실이 아니다고 이야기할 정도면 송민순 전 원장이 사실관계를 잘못 알고 있거나 그 당시 회의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모두 사실관계를 덮으려고 했다는 의혹을 삼을 수밖에 없다.
어쨌든 NLL 대화록 파문 당시에는 문 전 대표가 외로운 싸움을 했지만 이번 송민순 회고록 파문에서는 참여정부 인사들이 모두 나서서 두둔하는 형국이다. 때문에 문 전 대표가 외로운 싸움은 하지 않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상당히 많이 도와주고 있는 모습이다. 추미애 대표는 새누리당의 공세에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더불어민주당은 두 재단의 의혹을 덮기 위한 방안으로 송민순 회고록 파문을 내놓고 있다고 역공을 펼쳤다. 송영길 의원은 이정현 대표가 북한과 내통했다는 색깔론을 퍼부은 것에 대해 2002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전 대표가 방북 행적을 보였을 때에 야권은 내통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역공했다. 송영길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김정일 위원장은 서로 마음을 열고 이끌어낸 약속들을 가능한 모두 지키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2002년 5월 평양 방문시 김정일과 만난 박근혜 의원의 소감”이라며 “당시 우리당은 박 의원을 적과 내통, 이적행위 등으로 비난한 적이 없었음을 이정현 대표는 알고 있는지”라고 일침을 놓았다. 박범계 의원 역시 “송민순 장관이 무슨 의도로?”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더민주도 공세로
이처럼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손을 놓고 가만히 있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2012년 대선 당시에는 문 전 대표가 홀로 외로이 싸웠지만 이제 내부적으로 싸워주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2012년 대선 이후 더불어민주당이 친문 체제로 완전히 굳어졌기 때문이다. 어쨌든 새누리당은 아마도 변죽만 울리다가 송민순 회고록 파문을 접을 것으로 예상된다. 왜냐하면 더욱 증폭시킬 수 없는 이슈이기 때문이다. 더욱 증폭시키게 된다면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지난 2002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전 대표의 방북 행적에 대해 국정조사 등을 하자고 역공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 새누리당으로서는 그런 상황에까지 가는 것을 막아야 하기 때문에 송민순 회고록 파문이 더욱 증폭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단순히 문 전 대표가 문제가 있는 사람 정도로 각인됐다고 싶으면 발을 뺄 것으로 예상된다. 그야말로 치고 빠지기 작전을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한 문 전 대표에 색깔론 공세가 과연 또 다시 먹혀들어갈 것이냐는 의문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