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화문에 모인 시민들 ⓒ뉴시스

역사의 기록 갈아치운 광장민주주의
대의민주주의 대한 불신에서 비롯돼

광장민주주의가 여러 가지 결실 맺고 있어
광장민주주의 담는 개헌 필요하다 인식

우리나라는 대의민주주의를 채택한 국가이다. 대의민주주의란 국민을 대신해서 대리자가 통치를 하거나 정국을 논의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는 대통령을 선출해서 대통령에게 국정을 맡기고, 국회의원을 선출해서 정국을 논의하게 하고 있다. 이것이 대의민주주의다. 그런데 올해 11월과 12월에는 대의민주주의 보다는 광장민주주의를 국민들이 선택을 했다. 대의민주주의가 실종을 하면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광장에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것이 기존과 다른 혁명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투데이신문 장승균 기자】우리 역사에는 역사를 바꿀 위대한 혁명이 여러 차례 있었다. 3.1 만세운동으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탄핵을 했고, 대한독립이라는 기초를 마련했다. 60년 이승만 정부의 부정선거에 항의를 해서 4.19 혁명이 일어났고, 이승만 전 대통령은 하야를 해야 했다. 80년 광주민주화운동은 엄혹한 전두환 정권 시절 민주주의의 씨앗을 대지에 뿌리게 했다. 87년 민주화운동은 군부독재를 종식시키고 간선제를 버리고 직선제를 채택하게 만들었다. 이처럼 우리 국민은 중대한 역사적 변곡점이 생길 때마다 광장으로 나아갔고, 그것이 역사를 바꿨다. 올해 11월~12월 촛불집회는 또 다른 역사를 써내려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것은 단순히 광장에서 촛불을 들었기 때문은 아니다. 지난 2002년 효순·미선 장갑차 사건 때에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 정국 때에도,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 때에도 시민은 촛불을 들었다. 하지만 그것은 하나의 사안에 대한 촛불을 든 것이지, 역사의 큰 흐름은 바꾸지 못했다. 30년 후 대한민국의 역사교과서는 대한민국이 한층 발전한 계기를 2016년 촛불집회 전후라고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우리의 정치시스템은 대의민주주의였다. 대통령을 선출하고, 국회의원을 선출해서 그들에게 우리의 통치권을 빌려주는 방식이었다. 헌법 제1조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돼있다. 하지만 우리 국민은 대의자에게 그 통치권을 빌려줬지만 그 대의자는 그 통치권으로 자신의 기득권을 유지하기에 바빴다. 그러다보니 국민은 어느덧 개·돼지 취급을 받게 됐고, 통치권자는 한줌의 권력으로 국정을 농단하고, 자신의 기득권을 채우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국민이 그것을 제대로 깨닫지 못했다. 그랬던 국민이 올해 11~12월 촛불집회를 통해 주권자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것을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권력자들이 국정농단과 기득권을 유지하려고 했다면 그것을 깨부순 것이 바로 촛불민심이다.

촛불민심이 담은 의미

박근혜 대통령에게 3차례의 대국민담화를 이끌어 낸 것도 촛불민심이고, 자신의 진퇴 여부를 국회에게 맡기겠다는 대국민담화를 이끌어낸 것도 촛불민심이다. 만약 촛불민심이 타오르지 않았다면 박 대통령은 대국민담화도 없이 그냥 넘어갔을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 뿐만 아니라 권력의 개로 불리던 검찰이 박 대통령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하게 만든 것도 촛불민심의 위력이라고 할 수 있다. 촛불이 타오르기 전까지만 해도 검찰은 수사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촛불민심이 타오르면서 검찰 역시 발 빠른 수사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만약 촛불민심이 없었다면 검찰의 수사는 아직도 제자리 걸음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촛불민심이 검찰의 수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정치권의 변화를 이끌어낸 것도 촛불민심의 위력이다. 박 대통령의 거취 문제에 대해 초반에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있었다. 새누리당은 물론 야당에서도 통일된 의견을 보이지 못했다. 박 대통령의 2선 후퇴를 놓고도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모두 생각이 달랐다. 거국중립내각 구성에 대해서도 야3당의 입장이 달랐다. 그러다보니 통일된 목소리를 내지 못했고, 이로 인해 박 대통령에게 오히려 기사회생의 기회를 줬다는 비판을 받았다.

광장민주주의는

결국 야3당은 탄핵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 와중에도 탄핵안 발의 시기를 놓고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2일 탄핵안 가결은 무산됐다. 그러자 촛불민심은 국민의당으로 화살을 돌렸다. 국민의당이 새누리당 비주류의 동참이 없으면 2일 탄핵안 가결이 어렵다면서 탄핵안 발의를 거부했다. 이로 인해 촛불민심은 국민의당으로 화살을 돌렸다. 아울러 새누리당 의원들을 향해서도 탄핵에 동참하라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메일로, 홈페이지로, 문자메시지로, 통화로 촛불민심은 국민의당과 새누리당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1초마다 1번씩 문자가 와서 업무를 볼 수 없을 정도라고 하소연을 했다. 국민의당 역시 상당한 욕을 얻어먹었다. 이처럼 광장민주주의가 대의민주주의의 줄기를 점차 바꾸고 있는 모습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대의민주주의가 광장민주주의에 끌려가서는 안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대의민주주의가 광장민주주의에 끌려가지 않으면 촛불민심이라는 파도에 휩쓸려 난파 당할 것으로 보인다. 광장민주주의가 더 이상 대의민주주의를 못 믿겠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광장민주주의가 직접 통치를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대의민주주의가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언제든지 광장민주주의가 나설 수 있다는 위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최근 정치권에 개헌 문제가 화두가 되고 있다. 하지만 광장민주주의는 그것을 용납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개헌이 순수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개헌을 매개로 세력 재편을 할 것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개헌 문제가 불거지게 되면 광장민주주의는 또 다시 불타오를 것으로 보인다.

개헌은 이뤄지나

앞으로도 광장민주주의는 계속 불타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9일 탄핵안이 가결되면 광장민주주의의 불꽃은 사그라들겠지만 영원히 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탄핵안이 부결되면 광장민주주의는 그야말로 국회로 향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가 횃불에 의해 타오르는 그런 모습을 목도할 가능성도 있다. 탄핵안이 가결되면 광장민주주의는 국회가 아니라 헌법재판소로 향할 것으로 예상된다. 헌법재판소가 탄핵안 심리를 하기 때문에 헌법재판소에서 광장민주주의 위력을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이제 정치권은 광장민주주의와 대의민주주의의 절충점을 찾아낼 수 있는 그런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통령의 퇴진 문제는 단순히 국회가 탄핵안을 가결하고, 헌법재판소가 탄핵 심리를 하는 방식이 아니라 국민투표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아울러 국회의원 주민소환제도 필요하다는 여론도 있다. 한번만 선출하면 4년 임기가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국회의원이 잘못을 하면 주민들이 소환할 수 있는 국회의원 주민소환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한 검찰의 지검장을 주민직선제로 선출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대의민주주의와 광장민주주의의 절충안이 점차 구체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만약 대의민주주의가 광장민주주의를 외면한다면 또 다시 광장민주주의는 불타오를 수밖에 없다. 이는 단순히 4년 중임제, 이원집정부제, 내각제 등의 정부시스템에 대한 개헌의 문제가 아니라 광장민주주의를 담아내는 그런 개헌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키워드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