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황주홍, 문병호 최고위원, 박지원 신임 당 대표, 김영환, 손금주 최고위원 ⓒ뉴시스

박지원 신임 당 대표 선출, 노련미를 선택한 당원들
탄핵 정국 과정에서 국민의당 지지율은 급전직하로

자강론과 연대론 사이에서 고민하는 당 지도부
안철수 살려내지 못한다면 국민의당도 함께 폭망

국민의당이 지난 15일 박지원 신임 당 대표를 선출했다. 뻔한 스토리였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어쨌든 박지원 당 대표가 선출됐다. 국민의당이 박지원 당 대표를 선택한 것은 위기의 당을 박지원 당 대표가 구출해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국민의당은 현재 당이 위기 상황에 놓여있다. 대선 정국에서 사라질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이 강하게 작동되고 있다. 호남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호남에서조차 외면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지난해 4월 총선 녹색바람을 타고 화려하게 정치권에 입문한 국민의당이다. 38석이라는 의미 있는 숫자의 의석수를 확보하면서 제3 정당으로 우뚝 섰다. 물론 김수민-박선숙 의원 리베이트 의혹 파문으로 한때 꺾이기도 했다. 안철수·천정배 두 공동대표가 물러나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그리고 박지원 현 당 대표가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를 도맡아하면서 노련한 정치력을 발휘했다. 박지원 당시 비대위원장은 노련한 정치력을 발휘해서 국민의당을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는 정당으로 만들었다.그리고 그 캐스팅보트 역할은 지난해 국정감사 등에서 맹활약을 하게 했다. 이어 지난해 연말 탄핵 정국에서도 유감없이 발휘했다.

하지만 탄핵 정국 이후에 지지율이 급락했다. 국민의당 지지율은 물론 안철수 전 대표의 지지율도 급락했다. 호남 민심 역시 차갑게 변하기 시작했다. 그 근본적인 이유는 박지원 현 당 대표 때문이라는 것이 이번 전당대회에서 불거졌다. 지난해 12월 2일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탄핵안 발의를 하자고 요청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비주류가 탄핵안의 2일 발의에 대해 비협조적으로 나가면서 박지원 당시 비대위원장은 새누리당 비주류의 협조가 없으면 탄핵안 2일 발의는 어렵다면서 9일 탄핵안을 가결하자고 요구했다. 이것이 와전되면서 국민의당은 탄핵안 발의 자체를 거부하는 것으로 국민은 오해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국민의당과 안철수 전 대표의 지지율이 급전직하했다.

국민의당의 선택

전당대회에서 반박지원 후보들은 이 점을 들어서 박지원 현 대표를 공격했다. 박지원의 일명 원맨쇼 때문에 국민의당이 위기에 놓이게 된 것이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탄핵안을 발의했느냐 아니냐의 문제보다는 ‘자강론’과 ‘연대론’ 사이에서 연대론에 너무 비중을 많이 뒀다는 점이다. 자강론은 국민의당 스스로 대선 후보를 키워서 대선 승리를 일궈내자는 것이고, 연대론은 국민의당 후보뿐만 아니라 외부 인사들과도 연대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1위를 달리고 있으니 문 전 대표를 제치고 승리하기 위해서는 연대론이 필요하다.

하지만 국민의당이 연대론을 주창하는데 있어 제3지대론을 펼쳤다. 제3지대론이란 말 그대로 국민의당이 아닌 제3지대에서 후보 단일화 혹은 세력 통합을 하자는 것이다. 즉, 국민의당은 뒷전이 되는 셈이다. 지난해 4월 총선 당시 유권자들이 국민의당을 선택한 것은 제3지대에서 후보 단일화 혹은 세력 통합을 하라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당 중심으로 정권교체를 이뤄달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국민의당 지도부는 자신들이 갖고 있는 대선 후보를 키울 생각은 하지 않고 제3지대에서 후보 단일화만 생각한 모습을 보여왔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탄핵안 발의 당시 새누리당 비주류의 협조가 없으면 탄핵안 발의를 하지 않겠다는 생각이었다. 즉, 국민은 단순히 국민의당이 탄핵안 발의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해 실망을 한 것이 아니라 저러다가 혹여 새누리당 비주류와 통합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까지 하게 된 것이다. 유권자들이 그것은 용납할 수 없다면서 국민의당에 실망을 했고, 지지율이 빠지게 된 것이다. 때문에 자강론이 나오게 된 것이다.

자강론 vs 연대론

전당대회 끝나자마자 빅텐트론이 나오고 있다. 이 빅텐트론이라는 것이 결국 친박-친문 세력을 제외한 모든 세력이 ‘국민의당’을 중심으로 똘똘 뭉치자는 것이다. 즉, 후보 단일화를 하더라도 국민의당 안에서 후보 단일화를 하자는 것이 이른바 ‘빅텐트론’이다. 자강론에 연대론을 혼합시킨 이론이다. 박지원 신임 당 대표가 취임 일성으로 한 말이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도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도 국민의당에 들어와서 대선 주자가 되도록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른바 자강론에 연대론을 혼합시킨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전제조건이 있다. 그것은 국민의당 대선 주자를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말해 안철수 전 대표를 키워야 한다. 현재 안 전 대표의 지지율이 너무 많이 빠져서 의미있는 지지율이 나오지 못하고 있다. 호남에서도 이재명 성남시장보다 더 낮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안 전 대표의 지지율을 키워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민의당 지지율을 키워야 한다. 국민의당에 들어간다고 해도 대선에서 과연 승리할까라는 의구심이 들게 된다면 대선 주자들은 국민의당에 들어갈 생각을 하지 않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국민의당은 결국 제3지대에서 후보 단일화를 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을 과연 국민의당 지지층이 용납을 하겠느냐는 것이다. 때문에 자강론이 반드시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안 전 대표의 지지율을 반등시켜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국민의당 미래

국민의당으로서는 난감한 상황이다. 사실 한번 떨어진 지지율을 반등시키기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더욱이 국민의당 내부 문제는 복잡하다. 국민의당은 안철수계와 호남계로 나뉜다. 안철수계는 자강론에 무게를 싣고 있지만 호남계는 연대론에 상당한 무게를 싣고 있다. 연대를 통해 정권교체를 이루는 것이 주요 목표이다 보니 굳이 안 전 대표를 키워야 할 이유가 있냐는 생각을 가졌다. 하지만 최근 지지율이 답보상태에 빠지면서 안 전 대표를 키워야 한다는 생각을 호남에서도 갖고 있다. 그 생각을 과연 얼마나 오래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호남계에서 안 전 대표란 자신의 정권교체를 위한 도구이지 목표는 아니다. 반면 안철수계는 안 전 대표가 정권교체의 목표이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국민의당 내부의 상황은 복잡하다.

이제 남은 숙제는 호남 지지율을 어떻게 반등시킬 것이냐는 것이다. 호남 지지율을 반등시키는 위해서는국민의당 중심으로 정권교체를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줘야 한다. 국민의당을 지지하면 정권교체가 이뤄진다는 시그널을 제대로 보여줘야 한다. 그러지 않는다면 호남에서 국민의당은 영원히 외면받게 된다. 때문에 지금부터가 가장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박 당 대표가 어떤 식의 행보를 하느냐에 따라 국민의당 미래가 달라진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2~3위 최고위원이 안철수계라는 점을 살펴보면 국민의당 당원들이 호남계를 견제하기 위해 안철수계 인사를 2~3위 최고위원으로 앉힌 것이다. 이것이 견제와 균형으로 제대로 운영이 된다면 국민의당은 지지율 반등의 기회를 얻게 된다. 하지만 계파 싸움으로 바뀌게 된다면 아마도 국민의당 지지율은 또 다시 급전직하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당은 앞으로 2주가 중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설 연휴 동안 어떤 민심의 방향을 읽느냐에 따라 국민의당 운명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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