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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영남권 인사들 모임, 정체성 혼동으로
갈팡질팡한 정체성, 결국 지지층은 등 돌아서

탄핵 선고 이후 상당한 변화 불가피한 상황
당 활력 불어넣기 위한 안간힘…그 결과는

최근 가장 위험한 정당을 꼽으라고 한다면 바른정당이 된다.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은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역시 몰락하지 않고 버티고 있으며, 국민의당은 호남을 기반으로 버티고 있다. 정의당은 튼튼한 조직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바른정당은 지지율도 정체이고, 지역 기반도 없고, 튼튼한 조직력도 갖추지 않고 있다. 때문에 바른정당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바른정당의 구성원을 살피면 크게 수도권 인사와 영남 인사로 나뉜다. 탈당할 당시 주도를 했던 인물은 김무성 의원과 유승민 의원 등 영남 인사이다. 하지만 상당수의 구성원은 수도권 인사로 돼있다. 이것이 태생적 한계를 불러일으켰다. 수도권과 영남은 다른 정치적 성향을 갖고 있다. 수도권은 다소 개혁적인 목소리가 강하게 작동되고 있다. 반면 영남은 다소 보수적인 목소리가 강하게 작동된다. 자신의 정치를 하겠다는 사람이라면 지역 민심을 듣지 않을 수 없다. 수도권에서도 농촌 지역은 다소 보수적이다. 반면 도시 지역은 개혁적이다. 그야말로 수도권에서도 상당히 갈릴 수밖에 없다. 바른정당은 그런 지역적 태생의 한계를 갖고 있다. 야권의 경우에는 정체성에 대해 특별히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 왼쪽으로 기울어져도 지역적 기만의 민심이 왼쪽으로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고민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반면 여당은 보수적인 영남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수도권 진출이라는 목표가 있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적절한 조화가 필요했다. 그런데 바른정당은 수도권 인사가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영남의 목소리 보다는 수도권 목소리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영남을 포기할 수는 없다.

지역적 한계 드러내

이런 이유로 인해 정체성이 갈팡질팡할 수밖에 없었다. 선거연령을 18세로 낮추는 것에 대해서도 입장이 뒤바뀐 이유도 이런 부분 때문이다. 개혁적인 목소리를 내면서도 당내 보수적인 목소리도 함께 담아내야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에 초반에는 18세로 낮추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를 했다가 유보로 돌아선 것도 이런 이유다. 특검 연장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목소리를 내면서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에 대해 반대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자유한국당과의 통합에 대해 유승민 의원은 찬성을, 남경필 경기지사는 반대를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즉, 수도권 인사와 영남 인사가 섞이다보니 정체성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면서 바른정당 역시 좌우로 왔다갔다하는 모양새가 됐다. 이에 결국 당의 지지율이 급락을 하면서 최근에는 정체 현상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당 지도부가 확실하게 중심을 잡고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당 지도부의 리더십 부재도 한 몫을 하고 있다. 때문에 당 지도부 전원 사퇴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현 당 지도부가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당 지도부를 선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탄핵이 인용되면 곧바로 대선을 치러야 하기 때문에 새로운 당 지도부를 선출한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현 지도부가 계속 유지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탄핵심판 선고

바른정당은 일단 탄핵 심판 선고가 변곡점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탄핵이 기각되면 전원 의원직 총사퇴를 하겠다고 이미 공언했다. 따라서 탄핵이 기각되면 바른정당은 공중분해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반대로 탄핵이 인용되면 바른정당은 살아날 기회를 얻게 되는 셈이다. 탄핵이 인용되면 자유한국당 내에 친박 인적 쇄신 작업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문제는 자유한국당이 그대로 유지되느냐 아니면 해체되느냐의 기로에 놓이게 되는 셈이다. 아무래도 강성 보수층을 제외한 보수층은 자유한국당 대선 바른정당을 지지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다보면 자유한국당 일부 인사들이 탈당을 해서 바른정당으로 옮겨 탈 가능성이 높다. 더 나아가 자유한국당과의 통합 가능성도 보인다. 자유한국당에서 친박 청산이 완료되면 보수정당의 재결집 시도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보수 지지층을 두고 굳이 분열할 이유가 없다면서 통합의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바른정당으로서는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기회를 얻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그것은 바른정당의 바람일 뿐이다. 바른정당은 탄탄한 정당으로서 갖춰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현재의 모습이라면 개혁보수를 대변하는 정당이라고 이야기하기 어렵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체성부터 먼저 찾아야 한다. 개혁적인 성향과 보수적인 성향이 만났기 때문에 갈팡질팡할 수밖에 없는데 이를 정리해야 한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을 배신한 정당이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 프레임이 일부 보수층을 바른정당이 흡수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일부 강성 보수층은 바른정당이 박근혜 대통령을 배신해서 탄핵 찬성표를 던졌다면서 배신자라고 손가락질 하고 있다. 또한 자유한국당에서도 이 프레임으로 바른정당을 옭아매고 있다. 따라서 이 프레임을 벗어나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또한 다른 야당과의 관계도 설정을 해야 한다. 특히 국민의당과의 관계 설정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바른정당이나 국민의당이나 정체성이 비슷하기 때문에 관계 설정을 분명히 해야 한다.

바른정당 살려라

바른정당도 이런 위기를 알기 때문에 돌파구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당 지도부는 전략홍보본부를 구성하고 본부장에 황영철 의원을 임명했다. 또한 창당 주역인 김무성 의원이 전략홍보본부 부본부장이라는 직책을 맡았다. 그동안 김무성 의원이 아무런 직책을 맡지 않았다는 점에서 김무성 의원이 직책을 맡았다는 것은 그만큼 바른정당이 위기 상황이라는 것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매일 밤 전략회의를 개최했고, 그 전략회의 결과가 오전 당 지도부 회의에서 그대로 메시지로 전달되면서 메시지의 선명성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지금은 야당이기 때문에 여당을 향한 분명한 메시지를 던져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그러하지 못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여당에 대한 메시지가 분명해지기 시작했다. 바른정당은 탄핵심판 선고 국면에서 매일 비상총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이는 소속 의원들과 원외당협위원장들이 모이는 회의다. 그야말로 바른정당이 바뀐다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래야만 바른정당이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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