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과거 황우석 교수의 논문조작 사건에 연루됐던 박기영 전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을 과학기술혁신본부장으로 임명한 것을 두고 각계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야 4당도 한 목소리로 비판하고 나섰다.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9일 국회의원-원외위원장 연석회의에서 “박 본부장은 황우석 사태에서 엄청난 책임을 지고 있는 사람”이라며 “줄기세포 연구에 관여한 바도 없으면서 공동연구자로 이름을 올리고, 연구비를 2억5000만원 받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을 할 당시에는 황우석 사태를 조기에 해결하지 못하고, 기회를 다 놓친 사람”이라며 “심지어 진보진영에서도 박 본부장 인사 철회 얘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이용호 정책위의장도 이날 열린 비대위에서 “신설된 과학기술혁신본부는 매년 20조원 규모의 국가 R&D 예산을 다루는 컨트롤타워”라며 “전대미문의 과학사기사건 공범을 본부장에 앉힌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자유한국당 정태옥 원내대변인도 지난 8일 논평을 통해 ”박 본부장은 과거 황 박사의 연구 논문 공동저자였고 연구비를 부당하게 타낸 전력이 있는 사람”이라며 “이런 분을 중요한 자리에 앉히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그럼에도 인사를 강행하는 것은 현 정부의 인사 난맥상을 다시 한 번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의당 최석 대변인 역시 같은 날 논평에서 “국가과학기술 전략수립·조정, 연구예산 관리·투자기획 및 성과평가뿐만 아니라 과학기술혁신을 진두지휘할 자리에 연구윤리와 연구비 관리에 문제가 있었던 인사를 앉히는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가 진정 촛불민심에 따라 적폐청산과 혁신을 하려고 하는지 다시 한번 묻고 싶다”고 했다.
반면 여당인 민주당은 박 본부장에 대해 논평을 하지 않았다.
정치권 외에도 박 본부장 임명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 회원 168명과 과학기술자 60명은 9일 긴급 성명을 내고 “박기영 교수는 황우석 사태의 최정점에 그 비리를 책임져야 할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성찰도 보여주지 않았다”며 박 본부장 임명에 반발했다.
이들은 “(박 본부장이)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어떤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보냈는지, 과학기술계를 위해 어떤 희생을 했는지 분명하지 않다”며 “과거로부터 배우지 못하는 자는 미래를 만들 수 없다”고 거듭 날을 세웠다.
이에 앞서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은 지난 8일 ‘한국 과학기술의 부고를 띄운다’는 성명을 통해 “박기영 교수는 황우석 사태를 불러일으킨 핵심 인물로, 온 나라를 미망에 빠뜨리고 노무현 대통령의 눈과 귀를 멀게 한 장본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연구 부정행위를 저지르고 연구윤리를 심각하게 위반했으며, 자신의 잘못에 대해 일말의 책임감도 반성이나 사과도 없었다”며 “문재인 정부는 정치권을 맴돌며 그럴듯한 4차 산업혁명의 미사여구와 얄팍한 쇼로 장밋빛 환상을 설파하던 자를 혁신본부장으로 임명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건강과대안, 녹색연합, 보건의료단체연합, 서울생명윤리포럼, 시민과학센터, 참여연대, 한국생명윤리학회, 환경운동연합, 환경정의 등 시민단체도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이번 인사는 정부의 과학기술정책에 대한 신뢰를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것”이라면서 “역사에 남을만한 과학 사기 사건에 책임이 있는 인물을 과학기술정책의 핵심 자리에 임명한 것은 촛불민심이 요구한 적폐세력 청산에 배치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박 본부장은 참여정부 시절인 2002~2003년에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2분과위원회 위원, 2004년부터 대통령비서실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을 지내다 2006년 1월 황우석 교수의 논문조작 사건에 연루돼 청와대를 떠났다.
그는 당시 논문조작으로 밝혀져 취소된 황우석 교수 논문의 공저자 중 한 명이었다. 당시 청와대 내에서 황 교수의 연구비 퍼주기를 이끌었고, 논문조작 진실의 규명을 막아 황 교수를 비호하는 일에도 앞장섰다는 비판을 받았다.
박 본부장이 임명된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국무회의에 참석할 수 있는 차관급 자리로, 20조원의 정부 연구개발비를 심의 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