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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윤혜경 기자】 “하나투어가 고객에게 저가 ‘패키지여행’ 상품을 팔 동안, 우리는 제대로 된 비용을 못 받아 굶어 죽고 있습니다”

태국, 베트남 등에서 활동하는 한인 가이드들이 국내 여행사의 도가 지나친 ‘메꾸기’ 때문에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메꾸기는 말 그대로 고객의 여행 경비 중 부족한 금액을 현지 가이드가 메꿔야 한다는 뜻이다.

현재 국내 여행 업계 1위인 하나투어를 비롯해 모두투어 등의 여행사가 서로 경쟁하듯 초저가 패키지여행 상품을 내놓고 있다. 문제는 이 초저가 패키지여행 상품에는 소위 ‘지상비’라 불리는 호텔비, 식대, 차량, 현지 가이드 비용 등이 정가로 책정된 게 아니라는 것이다. 때문에 가이드들은 손님을 받을수록 적자를 보는 구조다. 그런데도 가이드들은 국내 여행사의 ‘보복’이 두려워 울며 겨자 먹기로 손님을 받고 있다고 토로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결국 한인 가이드들은 노조를 결성한 뒤 한국노총에 가입해 한국통역가이드연합본부를 설립하고 국내 여행사를 상대로 임금 개선 요구를 해오고 있다. 특히 대표적인 기업으로 하나투어를 지목, 각종 사례를 제시하며 갑질을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하나투어는 이 같은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어 해외 가이드에 대한 착취 논란은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 태국에 이어 베트남 가이드들도 노조에 가입했다 <사진 제공 = 한국노총 한국통역가이드연합본부 박인규 본부장>

가이드노조 “갑질 때문에 무료봉사하는 상황”

태국에서 통역 가이드로 일하는 노동자 200여 명은 지난 6월 30일 노동기본권 및 실질임금 쟁취를 위해 한국통역가이드노조(이하 가이드노조)를 결성한 뒤 지난달 7일 한국노총에 가입해 한국통역가이드연합본부를 설립했다.

현재 가이드노조는 ▲지상비 지급 ▲메꾸기 금액 축소 ▲가이드 팁 정상화 ▲근로기준법에 의거한 노동시간 보장 및 초과근무수당 인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 대형 여행사들이 판매하는 저가 패키지상품은 왕복 항공권 정도의 금액만 책정됐을 뿐 현지에서 들어가는 숙박 등의 지상비가 제대로 포함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박리다매식인 저가 패키지상품의 이익은 여행사에만 고스란히 돌아가고, 그들이 판매한 티켓으로 여행 온 손님을 응대하는 가이드 노동자들은 정작 지상비를 메꿔야 해 되레 적자가 나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가이드노조는 하나투어를 비롯한 대형 여행사에 위와 같은 사항을 요구하고 있다.

하나투어에서 지난 1998년부터 20년가량 태국에서 가이드로 일한 해외통역가이드노조 박인규(48) 본부장은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한국 대형여행사에서 저가 패키지 상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근데 그 상품들은 ‘지상비’가 거의 포함되지 않은 금액이라 가이드들은 무료봉사를 하고 있다”고 25일 주장했다.

▲ 가이드‧기사 경비 항목이 불포함 내역으로 분류돼 있다 <하나투어 공식 홈페이지 캡처>

하나투어 홈페이지에서 3박 5일 기준 태국 방콕‧파타야 관련 패키지 상품을 검색하면 항공사와 옵션에 따라 최저가 38만9000원부터 최고가 160만2900원까지 다양한 상품이 나온다. 옵션과 가격이 각양각색임에도 공통적인 부분이 있다. 바로 불포함 내역의 가이드‧기사 경비 항목이다.

하나투어는 고객에게 패키지여행 상품을 판매할 때 가이드와 기사 경비는 포함되지 않았다고 안내하면서 고객에게 인당 USD 40~50(한화 약 4만5400원~5만6800원)으로 책정된 ‘팁’을 가이드와 기사에게 지급하라고 고지한다.

하지만 막상 가이드들은 이 금액마저 제대로 가져가지 못하고 메꾸기에 사용하는 실정이라고 한다. 애초에 국내 대형 여행사에서 지상비를 한 푼도 안 주거나, 주더라도 30% 정도만 지급하기에 손님을 받고 관광을 하면서 생긴 70~100%가량의 적자를 메꾸기 급급하다는 게 가이드노조 측의 설명이다. 결국, 손님에게 받은 팁은 손님을 받으므로 하여금 생긴 적자를 막는 데 사용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메꿔야만 한다’는 구조 때문에 한 가이드는 5개월간 20팀을 받았지만, 구멍 난 금액을 메꾸지 못해 급여를 받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가이드 목을 조르는 ‘메꾸기’의 악순환

이 같은 악순환이 끔찍한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최근 베트남 다낭에서 20년가량 가이드로 일했던 A씨(48)는 생활고를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전해졌다. A씨의 지인에 따르면 A씨는 돈을 벌지 못해 주변에 밥값과 방값을 자주 빌렸다.

박 본부장은 “손님 1인 당 30만원가량 적자가 난다. 평균 25명이 한 팀인데, 한 팀을 받으면 750만원 정도를 메꿔야 한다. 그렇게 10팀을 받으면 그중 2~3팀에서 쇼핑이나 선택 관광 등으로 이윤이 난다. 하지만 이윤이 나는 경우는 굉장히 드물다”라고 말했다.

즉, 현지 여행사와 가이드들이 수익을 내는 방법은 사전에 연결된 쇼핑센터와 선택 관광지에서 나오는 수수료가 전부인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일부 손님들이 선택 관광과 쇼핑을 잘 하지 않는 경우도 있어 상황이 녹록지만은 않다.

▲ 하나투어가 운영하는 전용식당 한아랑 <사진 제공 = 한국노총 한국통역가이드연합본부 박인규 본부장>

하나투어가 운영하는 ‘한아랑’ 안 가면 해고?

국내 대형여행사들이 현지에서 드는 비용인 지상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아 손님을 받을수록 적자가 나는 구조임에도 가이드들이 저항을 쉽게 하지 못하는 이유는 ‘보복’이 두렵기 때문이다.

박 본부장은 “한국(대형 여행사)에서 보복이 있어 쉽게 시위를 하지 못 한다. 과거에 노조에 가입했거나 시위를 한 여행사에는 팀을 끊어버린 적도 있었다. 돈을 주지 않기 위해 손님을 아예 안 보내는 것”이라며 “현지에 있는 랜드사와 가이드들은 손님을 받아야 하는 입장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갑질을 당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노조 측은 국내 여행사 중 가장 ‘갑질’이 심한 곳으로 하나투어를 지목하고 있다. 하나투어는 자체적으로 ‘한아랑’이란 한식당을 운영해 가이드에게 무조건 그곳으로만 가게 지시한다. 뿐만 아니라 한아랑에서 판매하는 스낵팩을 사비로 구매해 손님들에게 나눠주라고도 강요한다.

하지만 음식의 질은 높지 못한 편이다. 이에 가이드들이 다른 식당을 이용한다고 하면 “퇴사 당하고 싶냐” 혹은 “손님을 안 보내겠다”라는 협박을 당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태국 일반 식당의 4500원짜리 도시락 (상) 과  하나투어 한아랑 6000원짜리 도시락(하) <사진 제공 = 한국노총 한국통역가이드연합본부 박인규 본부장>
▲ (좌) 가이드가 의무적으로 구입해 손님에게 지급해야 하는 9000원짜리 스낵팩 (우) 가이드가 동일한 제품을 할인마트서 6000원에 구매한 내역 <사진 제공 = 한국노총 한국통역가이드연합본부 박인규 본부장>

박 본부장은 “다른 한식당은 밥을 4500원에 판매하는데 한아랑은 6000원에 판매한다. 훨씬 더 비싸게 파는데 질이 몹시 안 좋아 손님들을 모시고 가기 민망할 정도다. 근데 (손님을) 다른 곳으로 데리고 가면 해고된다”며 “이게 바로 ‘밥도 바가지를 씌워서 돈 벌자’라는 게 아니겠냐. 하나투어는 항공권만 팔아서 돈 버는 여행사를 넘어 ‘하나투어’라고 명시된 모든 게 수수료다. 농눅빌리지에서 ‘하나투어 물 무료’라고 적혀 있지만, 실상은 가이드가 돈을 내는 구조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와 더불어 한국노총 중부지역공공산업노조 문현군 위원장은 “하나투어의 SM면세점이 최근에 적자를 보면서 부쩍 랜드사와 가이드의 고혈을 짜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드 보복 등으로 면세점이 좀처럼 이익을 내지 못하자 현지 여행사와 가이드에게 횡포를 부리고 있다는 것이다.

 

 

하나투어 “가이드, 현재 하나투어 소속 아냐”

노조에서 갑질이 심하다고 지목된 하나투어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하나투어 관계자는 “보통 여행 상품 가격만 놓고 봐도 우리가 제일 비싸다”라며 “그만큼 가이드‧현지 비용을 제일 많이 제공하고 있는 곳”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선행 보도된 내용은 오류가 많다. 현재 하나투어에는 29만9000원짜리 상품은 없다. 그들(가이드노조)이 말한 29만9000원짜리 상품은 우리가 아니라 다른 여행사 상품인데 마치 하나투어 상품처럼 보이게 나왔다”라며 “더구나 그분들은 하나투어 가이드 경력이 일부 있긴 하지만, 현재는 다른 데서 활동하시는 분들”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가이드들은 하나투어 소속이 아닌 데다가, 그들이 주장하고 있는 초특가 패키지에는 지상비가 없거나 극히 일부만 포함됐다는 내용은 오류가 있다고 전면 부인한 것이다.

최근 하나투어의 면세점 실적 부진으로 현지 여행사와 가이드의 메꾸기가 심해졌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그건 가이드(노조)의 주장일뿐 SM면세점은 별도의 회사다. 하나투어가 만든 다른 개념이다”라며 “SM면세점은 하나투어 지분이 들어간 별도의 회사”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하나투어가 갑질과 관련해 적극 부인한 가운데 가이드노조는 다음 달 17일 태국에서 1만5000여 개의 여행업체를 대표하는 한국여행업협회(KATA)와 간담회를 열 예정이다.

박 본부장은 “하나투어에서 다음 달 17일에 간담회를 갖자고 연락이 왔다”며 “그 간담회에 과연 실무진이 와서 협상할지가 관건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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