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금융권 첫 메가뱅크 인사 포문…다시부는 '낙하산 바람' 영향 주목

▲ ⓒ뉴시스

【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KB금융지주가 차기 회장 선임 절차에 본격 착수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금융권 인사가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첫 ‘메가뱅크’ 인사 포문을 열었다는 점에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현재 윤종규 회장의 연임 여부를 비롯해 금융권에서 불고있는 ‘낙하산 인사’ 논란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주요 관심 포인트로 꼽히고 있다.

KB금융지주는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에서 ‘확대 지배구조위원회’를 열고 1차 회장 후보 심사를 진행한다.

이번 1차 심사에 이름을 올린 후보군에는 내‧외부 출신이 모두 포함됐다. 내부 출신 인사 뿐 아니라 헤드헌팅 회사 등에서 추천한 외부인사까지 더해 총 20명 수준으로 알려졌다.

사외이사 7명으로 구성된 확대지배구조위원회는 심사를 통해 후보를 5명 내외로 압축한 뒤 면접 등을 거쳐 최종 1명을 뽑을 계획이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오는 11월 20일로 임기가 만료됨에 따라 경영 공백을 방지하기 위해 가급적 이른 시일 내 최종 후보를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이르면 10월 추석 전에 윤곽이 나올 것으로 점쳐진다.

윤종규 회장 연임? 교체?

차기 회장 후보군에는 윤 회장도 포함됐다. 이번 KB금융 이끌 차기 수장 선출 과정에서 가장 큰 관심사는 윤 회장의 연임 여부다.

금융권에서는 윤 회장의 연임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윤 회장은 과거 임영록 전 회장과 이건호 전 은행장간의 경영진 간 갈등으로 불거진 ‘KB사태’ 직후 구원투수로서 등판해 빠르게 조직을 안정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실적에서도 취임 직후 순익과 시가총액 등 주요 지표가 개선되는 등 나쁘지 않은 성적표를 받고 있다. 올 2분기에는 9901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신한금융(8920억원)을 앞서며 리딩뱅크 자리를 되찾기도 했다.

변수는 노사관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KB금융은 국민은행 노조위원장 선거에서 일부 임원이 부당하게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갈등이 촉발됐다.

노조는 지난해 실시된 노조위원장 선거에서 박홍배 노조위원장의 당선을 막기 위해 임원들이 직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노조는 해당 임원들이 선거과정에 부정개입한 정황이 담긴 녹음파일 등을 언론에 공개하고 서울남부고용노동청에 사측의 노조 선거개입과 연장근로 문제의 근로감독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하는 등 대립각을 보였다.

▲ 윤종규 KB금융 회장 겸 국민은행장

하지만 윤 회장이 의혹을 받은 임원에 대해 사임 형식을 빌어 노조의 해임 요구에 대응, 선거를 앞두고 노사 갈등 봉합 수순을 밟았다. 여기에 윤 회장은 또 노조가 요구한 초과근무시간 제한 폐지 및 보상, 임금피크제 적용 하위등급 직원 임금 삭감 폐지, 근무시간 단축을 위한 PC 오프 제도 시행 등에도 합의하며 노조에 달래기에 힘을 쏟았다. 하지만 노조가 아직까지 윤 회장 연임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어 노조의 지지를 속단하긴 힘들다.

또 내외부 경쟁자의 위협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회장 후보로 민병덕 전 국민은행장, 박인병 전 KB부동산신탁 사장, 김정민 전 KB부동산신탁 사장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이 밖에 외부 인물 중 윤 회장을 위협할 경쟁자가 나타날 가능성도 남아있다.

‘낙하산 트라우마’ 文 정부 외풍 ‘주의보’

윤 회장의 연임을 예단키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금융권에 불고 있는 ‘낙하산’ 바람이다. 윤 회장은 조직 내부에서 금융권의 고질적인 낙하산 인사 근절에 일조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하지만 이제 도리어 외풍의 영향권안에 들어오게 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첫 금융권 인사가 본격화 되면서 덩달아 고질적인 ‘낙하산’ 논란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BNK금융 회장 인선이 낙하산 논란으로 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금융감독원장에 금융경력이 없는 김조원 전 감사원 사무총장이 유력하게 거론되면서 새 정부의 금융권 인사개입 우려도 높아진 상태다.

과거 정부와 마찬가지로 또 다시 금융권에 코드‧보은인사 바람이 부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특히 KB금융은 과거 정부에서도 ‘낙하산 인사’에 대한 아픈 기억을 안고 있다. 이명박 정부 당시 사외이사들이 추대했던 강정원 국민은행장이 퇴임하고 이 전 대통령의 모교인 고려대 총장을 지낸 어윤대 회장이 자리에 오르면서 논란이 거셌다. 또 2014년엔 기획재정부 출신으로 모피아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임영록 전 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인연이 있다고 알려진 이건호 국민은행장도 이에 해당된다. 임 전 회장과 이 전 은행장의 다툼은 ‘KB사태’라는 상처로 남았다.

이번에도 하마평에 오르고 있는 인사 중 상당수가 ‘문재인 캠프’에 발을 담갔던 인사들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같은 우려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이에 업계에서는 새 정부 첫 메가뱅크 인사인 KB금융 인사에 정부의 입김이 작용할 가능성도 유념해서 보고 있다.

이 밖에도 지주회장과 은행장 분리 가능성도 주목받고 있다. KB금융은 주요 금융그룹 가운데 유일하게 회장과 행장을 겸임하고 있다. 정부도 지주 회장의 은행장 겸직에 부정적인 것을 감안하면 KB금융도 이번에는 은행장을 별도 선임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KB금융 관계자는 <투에이신문>과의 통화에서 “회장과 은행장 별도 선임에 대한 목소리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까지 결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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