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안보와 김장겸 사이 자유한국당

▲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뉴시스

김장겸 체포영장 발부 반발 자유한국당 ‘전면 보이콧’
북한 핵실험 도발에도 안보 정당 이미지는 어디로?

김이수 헌재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는 어디로
자유한국당의 최종 선택은 과연 무엇을 선택하려고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자유한국당이 MBC 김장겸 사장의 체포영장 발부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정기국회 의사일정을 전면 보이콧하기로 했다. 김 사장의 체포영장 발부는 언론자유를 침해하고, 자유민주주의를 훼손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자유한국당이 단순히 김 사장의 체포영장 발부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보이콧을 선언하기에는 복잡한 셈법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전면 보이콧을 선언하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정기국회 전면 보이콧은 보수정당의 연례행사와 비슷한 양상이 됐다. 지난해 정기국회 때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지기 시작하면서 새누리당은 박근혜 정부 죽이기라면서 정기국회 전면 보이콧을 선언했고, 당시 이정현 대표는 단식 농성까지 했다. 하지만 싸늘해진 여론의 압박에 못 이겨 결국 일주일 만에 국회로 복귀해야 했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MBC 김장겸 사장의 체포영장 발부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정기국회 전면 보이콧을 선언했다. 이번 선언이 북한의 제6차 핵실험 직후 이뤄진 것이라는 점을 보면 안보를 우선시하는 정당으로서 이례적인 선언이라고 할 수 있다. 안보를 최우선으로 하는 보수정당이 안보를 팽개치고 국회를 마비시키겠다고 한다는 것은 자유한국당이 이번 전면 보이콧으로 인해 얻을 수 있는 것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복잡한 자유한국당

이는 자유한국당의 복잡한 내부를 들여다봐야 할 문제다. 자유한국당은 현재 박근혜 전 대통령의 출당 문제를 놓고 시끄럽다. 이번주 박 전 대통령의 출당 문제를 마무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아무래도 박 전 대통령의 출당 문제를 놓고 친박과 비박의 갈등이 표출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박 전 대통령의 출당뿐만 아니라 친박 인적 청산으로 불이 옮겨붙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렇게 되면 계파 갈등으로 증폭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혁신위원회의 혁신안 문제를 놓고도 계파 갈등은 계속 표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자유한국당으로서는 이 복잡한 내부 문제를 밖으로 돌려야 하는 상황이다. 외부의 적이 나타나게 되면 내부는 단결하게 된다. 김 사장 체포영장이라는 이슈로 내부의 단결을 꾀하겠다는 것이 당 지도부의 생각이다. 김 사장의 체포영장 발부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정기국회 전면 보이콧을 선언함으로써 계파 갈등을 일단 봉합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는 흡사 지난해 정기국회 보이콧과 비슷한 양상이다. 당시 이정현 대표가 단식농성까지 한 이유는 단순히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항의 차원이 아니라 계파 갈등을 봉합하기 위한 용도가 아니었냐는 분석도 있었다.

마찬가지로 북한 핵실험 도발이라는 안보 이슈가 터져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전면 보이콧을 선택한 것은 그만큼 당내 사정이 복잡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외부의 적을 만들어 내부의 갈등을 봉합시키는 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물론 이 전략이 얼마나 효용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워낙 안보 정국이 중차대하기 때문이다. 안보를 최우선으로 하는 보수정당이 안보 위기 정국에서 정기국회 전면 보이콧을 선택했다는 것은 그야말로 도박이나 마찬가지다. 실제로 자유한국당도 이런 리스크를 알고 있기 때문인지 일부 상임위원회는 복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미 싸늘해진 여론을 얼마나 돌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안보 정국에서 안보를 내팽개치고 정기국회 보이콧을 했다는 사실은 자유한국당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을 차갑게 만들고 있다.

▲ 북한 조선중앙TV가 지난 3일 북한 노동당 군수공업부의 '대륙간탄도로켓(ICBM) 장착용 수소탄 시험단행 및 성공에 대한 중대발표를 보도하고 있다. ©뉴시스

안보는 팽개치고

또 다른 셈법은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 동의안 처리 문제다. 지난 1일 이유정 전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전격 사퇴하면서 여야는 4일 국회의장의 인준안 직권상정에 잠정적으로 동의했다. 하지만 그날 저녁 자유한국당이 정기국회 전면 보이콧을 선언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하게 될 경우 그 부담이 상당히 커질 수밖에 없다. 자유한국당을 제외시킨 상태에서 직권상정할 경우 자유한국당은 정기국회 의사일정 자체를 완전히 거부하고 장외투쟁으로 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정 의장의 고민은 깊어진다.

그러나 여기에 북한 핵실험 도발이라는 변수가 발생했다. 이 안보 정국에서 자유한국당이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을 위한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는다면 그 싸늘한 여론은 고스란히 자유한국당의 몫이 된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상태에서 인준안 통과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김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은 재석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으로 의결되는데,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제외하고 충분히 통과시킬 수 있다고 판단된다. 국민의당은 김 후보자에 대해 당론 없이 자유투표를 방침으로 내세운 상황이지만 호남 의원들이 다수인 국민의당이기 때문에 김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이 쉽게 통과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으로서는 정기국회 전면 보이콧을 한 실익이 없게 되는 셈이다.

자유한국당은 MBC를 언론의 마지막 보루라고 판단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하에서 공정언론을 표방하며 여러 언론들이 지난 보수정권의 적폐를 청산하고 새롭게 거듭나겠다고 밝히면서 언론 환경이 상당한 변화를 겪고 있다. 여기에 MBC도 사장이 교체되면서 공정 언론을 표방한다면 자유한국당으로서는 상당히 곤란한 상황이 된다. 때문에 정기국회 전면 보이콧을 선언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역시 이명박 정부 당시 KBS 정연주 사장을 축출한 전력이 있기 때문에 현재 김 사장의 축출에 대한 반발이 정당성을 갖추기는 힘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한 9월 정기국회 의사일정의 첫 번째 일정은 교섭단체 대표연설이고, 두 번째 의사일정은 대정부질문이다. 교섭단체 대표연설은 야당 대표가 나서서 현 정부의 실정에 대해 고스란히 비판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그리고 이 연설은 언론을 통해 생중계된다. 때문에 정기국회 의사일정 전면 보이콧할 경우 이 기회를 놓치게 된다. 또한 대정부질문 역시 현 정부의 실정에 대해 비판할 수 있는 기회다. 현역 의원, 특히 초·재선 의원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그런데 의사일정 전면 보이콧을 하게 되면 그 기회를 상실하게 된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자유한국당의 의사일정 보이콧의 시점이 잘못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뉴시스

명분 없는 파업

결국 자유한국당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정기국회 보이콧을 하면서도 일부 상임위는 복귀하는 방안이다. 그렇게 정국을 끌면서 김이수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처리까지 갈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김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처리가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나느냐에 따라 향후 정국이 풀릴 것이냐 계속 냉랭함을 유지할 것이냐의 결론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이유로 현 정국이 장기전으로 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전면 보이콧이 자유한국당에게는 결코 유리한 정국은 아니라는 것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정기국회 복귀론이 나오고 있다. 특히 집권여당은 물론 다른 야당들도 정기국회 보이콧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언론들도 자유한국당을 향해 맹비난하고 있다. 댓글들도 자유한국당을 비난하고 나섰다. 어느 누구도 자유한국당의 보이콧에 대해 호의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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