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 vs. 재건축 사업주, 책임소재 두고 갈등

▲ 개포 주공 4단지 아파트 입구에 위치한 단지 안내도 ⓒ투데이신문

재건축으로 거주민 이주 시작
집단이주로 대형폐기물 넘쳐나

관리사무소, “강남구서 처리해야”
강남구, “지자체에 처리 책임 없어”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재건축으로 지난 8월 16일 이주가 시작된 개포 주공 4단지 아파트. 서울시 강남구 개포동에 위치한 이곳은 1982년 12월 입주한 아파트 단지로 최고 5층, 58개동, 총 2840가구 규모로 이뤄져 있다.

집단이주가 시작된 이곳에 최근 이주민들이 폐기물을 무더기로 무분별하게 버려두고 가 미성숙한 시민의식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더불어 관리사무소에서 이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폐기물을 버릴 경우 양을 줄이는 등 배출 감소 노력을 해야 하지만 지난달 말까지는 관리비를 납부하면 관리사무소에서 처리하기로 돼 있었기에 이주민들이 폐기물을 무분별하게 배출했다. 때문에 이달부터는 폐기물 처리 비용을 받지 않고 개별 정산해 폐기물 배출을 진행하고 있다.

예전보다 나아졌지만 여전히 아파트 곳곳엔 폐기물이 무더기로 쌓여있다. 관리사무소에서 폐기물 전문업체와 계약해 폐기물을 처리하고는 있지만, 양이 너무 많아 처리하기 버거운 것이 현실이다. 무엇보다 지방자치단체인 강남구와 재건축 사업주가 서로에게 폐기물 처리 책임이 있다며 엇갈린 주장을 하고 있어 원활히 처리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떠나는 자로부터 시작된 이 갈등은 재건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도 전에 사업주와 지자체의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 폐기물 처리업체 직원들이 배출된 폐기물을 분류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생활폐기물 vs. 사업장폐기물

지난 11일 기자는 개포 주공 4단지 아파트를 찾았다. 입구에서 만난 주민 A씨는 기자에게 “처음에는 주민들이 그냥 버려놓다보니 나중에는 쓰레기가 너무 많이 나온다고 신고필증을 받더라고요”라며 “신고를 받고 나서는 잘 처리되는 것 같은데, 애초에 잘 했어야죠”라고 말했다.

단지 입구에서 조금 올라간 곳에 위치한 쓰레기더미에서 폐기물을 철거하는 업체의 직원들을 만날 수 있었다. 직원 B씨는 “우리 회사가 9월부터 계약을 맺고 처리하고 있는데, 물량이 많아서 처리하기가 쉽지 않아요. 한꺼번에 이렇게 쏟아져 나오니…”라고 말했다. B씨는 말을 하면서도 주민들이 버린 폐기물들을 옮기기 위해 분류작업을 이어갔다.

취재 도중 만난 개포 주공 4단지 아파트 관리소장은 “폐기물은 지정된 곳에 배출하도록 하고 있다”며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이 폐기물 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비난은 사실과 다르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관리소장에 따르면 생활폐기물의 경우 관련법에 따라 처리하는데, 지난달 26일 이주가 시작되면서 폐기물이 많이 발생하자 강남구는 ‘인력과 장비가 부족하다’며 폐기물 수거에서 손을 뗀 상황이다.

그는 “강남구는 주민들이 이주하면서 내놓는 폐기물이 생활폐기물이 아니라 사업장폐기물이라고 말한다”며 “재건축 사업주가 민간업체와 계약해 폐기물을 수거해야 한다고 하는데, 폐기물관리법 4조에 따르면 강남구에서 처리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 ⓒ투데이신문

생활폐기물의 경우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처리 책임이 있으나 사업장폐기물의 경우 사업주에게 책임이 있기에 의견이 엇갈리는 것이다.

이에 관리소장은 환경부에 질의해 ‘생활 폐기물이 맞다’는 답을 얻었으나 강남구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폐기물관리법 4조1항은 ‘(자치구의) 구청장은 관할 구역의 폐기물 배출 및 처리상황을 파악해 폐기물이 적정하게 처리될 수 있도록 폐기물처리시설을 설치·운영해야 하며, 폐기물 처리방법의 개선 및 관계인의 자질 향상으로 폐기물 처리사업을 능률적으로 수행하는 한편, 주민과 사업자의 청소 의식 함양과 폐기물 발생 억제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관리소장은 “기존에 계약했던 업체가 물량을 다 소화하지 못해 9월부터 새로운 업체와 계약해서 처리를 하고 있다”면서도 “생활폐기물인데 구청에서 처리하는 것이 맞지 않나”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 개포 주공 4단지 아파트에 부착된 대형폐기물 처리비용 개별정산 안내문(왼쪽)과 이주일정 및 공가처리 안내(오른쪽) ⓒ투데이신문

강남구 “치울 능력·의무 없어”

그러나 강남구는 폐기물을 처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생활 폐기물 처리는 구청의 의무가 아닌 서비스 제공 차원이라는 이유에서다.

강남구청 청소행정과 관계자는 “재건축 현장의 경우 대부분 조합에서 업체를 선정해 폐기물을 처리한다”며 “설사 생활폐기물이 맞다 해도 구청에서는 이를 처리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관리사무소의 주장은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이어 “기존에 수수료를 받고 폐기물을 처리한 것은 구청의 의무사항이 아니지만 서비스 차원에서 제공한 것”이라며 “4단지처럼 한꺼번에 600가구가 폐기물을 내놓으면 구청은 치울 능력도 안 되고, 의무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폐기물관리법 15조를 보면 ‘생활환경 보전상 지장이 없는 방법으로 그 폐기물을 스스로 처리하거나 양을 줄여서 배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지키지도 않고 구청에 떠넘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 ⓒ투데이신문

환경부 “지자체에 처리책임 있는 생활폐기물”

반면 환경부와 서울시는 지자체에 책임이 있다는 입장이다.

환경부 폐자원관리과 관계자는 “생활폐기물의 경우 지자체장에게 처리 의무가 있다”며 “주민들이 이주하면서 내놓는 폐기물은 생활폐기물이 맞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자원순환과 관계자는 “생활폐기물인지, 사업장폐기물인지에 따라 처리의무자가 달라진다”며 “생활폐기물의 경우 구청장이, 사업장폐기물의 경우 사업주체가 처리하게 돼 있다”고 전했다. 이어 ‘생활폐기물이라도 구청에 처리 의무가 없다’는 구청 관계자의 주장에 대해서는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구청장이 처리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 폐기물 처리업체에서 이주한 주민들이 놓고 간 냉장고를 수거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환경부의 말대로라면 현재 개포 주공 4단지 아파트의 폐기물은 강남구청에 처리 책임이 있다. 하지만 강남구에서는 손을 놓은 상태고, 관리사무소는 업체를 선정해 폐기물을 처리하고 있다. 그러나 배출되는 폐기물이 많아 물량을 소화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개포 주공 4단지는 오는 12월 15일까지 이주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주민이 아직 생활하고 있는 이상, 관리사무소와 지자체가 해결방안을 하루 빨리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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