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업자의 이란 자금 세탁 행위 수년간 감지 못해 
기업은행 “시스템 부실 지적, 이란 제재 위반 아냐”

【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IBK기업은행이 이란의 자금을 외부로 유출시킨 기업의 거래를 제대로 감시하지 못해 미국 내 자금세탁방지법 위반으로 8600만달러(한화 약 1059억원)의 벌금을 물게 됐다. 

22일 기업은행에 따르면 미국 검찰 및 뉴욕주금융청은 현지시간 20일 수년간 진행된 한‧이란 원화경상거래 결제업무 관련 조사를 마무리 짓고 벌금 부과를 결정했다. 8600만달러의 벌금은 미 검찰과 뉴욕주금융청에 각각 5100만달러, 3500만달러씩 납부될 예정이다. 

앞서 기업은행은 국내에서 A업체를 운영하는 무역업자 케네스 정(Kenneth Zong)이 기업은행 뉴욕주 맨해튼지점 원화 결제계좌에서, 원화를 달러로 인출한 후 제3국으로 송금하는 과정을 제대로 감시하지 못해 제재의 대상이 됐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은 이란이 군사적 투자를 위해 현금을 사용할 것이라는 명목으로 국제적 제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기업은행은 정씨가 이란 자금을 타국으로 송금하기 위해 위조한 대리석 타일 수출 계약과 송장의 허위 여부를 파악하지 못해 미국 내 자금세탁방지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았다. 정씨는 이 같은 방식으로 지난 2011년부터 이란과 10억달러(한화 약 1조2000억원) 이상의 불법거래를 했으며 이 과정에서 1700만달러(한화 약 209억원)의 수수료를 받았다.  

이에 따라 정씨는 미국의 이란제제를 모두 47번 위반한 것으로 미 검찰에 의해 기소됐으며 한국에서도 2018년 말 세법 위반으로 유죄 판결을 받아 수감됐다. 정씨의 아들 역시 자금 세탁 공모 혐의로 기소돼 징역 30개월, 벌금 1만달러(1200만원)를 선고받았다. 

다만 한국 검찰은 정씨의 허위거래는 인정했지만 기업은행 직원들이 공모하거나 범행을 묵인한 정황은 없는 것으로 수사를 종결했다. 미 연방검찰 역시 기업은행의 자금세탁방지 프로그램이 부실했다는 점은 인정했지만 이란 송금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고 판단해 기소유예를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당시 기업은행은 정부의 허가를 받아 이란 결제계좌를 갖고 있었다. 아무 자금이나 송금되는 건 아니고 거래물품 내역이나 송장 등 증빙서류를 확인해 판단하도록 하는 건데 이 서류를 위조했던 것”이라며 “결론적으로 기업은행은 미국의 이란 제재를 위반한 것은 아니고 자금세탁방지를 위한 시스템이 미비했다는 지적을 받고 이에 대한 제재금을 받아다”고 말했다. 

이어 “이란 제재를 위반한 걸로 판결됐다면 제재금이 훨씬 더 클 수 있었던 만큼 업계에서는 예상보다 좋은 결과가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라며 “현재 미국의 요구에 맞게 필터링 프로그램을 갖췄고 추가적인 위반사항이 나타나지 않으면 기소유예 2년도 자동으로 소멸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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