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커머스 시장 규모 급성장…2023년 10조원 전망
친근함과 즐거움으로 무장해 90분에 11억원 매출 거뜬
홈쇼핑과 유사하지만 규제 없어…허위·과대 광고 우려도
전문가 “라방 본질도 결국 커머스, 소비자 피해 없어야”

바야흐로 라이브커머스, 즉 라방의 시대다. 소비절벽 가운데서도 매출 잭팟을 터뜨리며 유통가 전 방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라방은 강자와 약자의 구분이 없는 혼전을 거듭하며 순위를 가릴 수 없다는 점에서 마치 춘추전국시대를 연상케 하기도 한다. 소상공인부터 대기업까지 너나 할 것 없이 새로운 쇼핑의 매개체로서 활용되고 있지만, 형식이 자유롭고 규제가 전무하다시피 한 만큼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투데이신문>은 유통계 신흥 강자 ‘라방’의 현주소와 구조적 한계,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짚어보기로 했다. 

 

ⓒ게티이미지뱅크

【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무심히 스마트폰을 켠다. 열심히 스크롤을 내려야만 볼 수 있던 상품들이 별안간 생생히 살아 움직인다. 

“상품이 잘 안보이는데 안쪽도 보여주세요” “이거 방수도 되는 제품인가요?” 

모두에게 열린 채팅창에는 질문이 쏟아지고 수천, 수만명의 시청자들은 실시간으로 반응하는 쇼호스트의 설명에 집중한다.  

라이브커머스, 쉽게 말해 라이브 방송(이하 라방) 얘기다. 라이브커머스는 라이브 스트리밍과 전자상거래(이커머스)의 합성어로서 모바일 방송을 통해 상품을 판매하는 플랫폼을 이른다. 

라방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로 인한 소비절벽을 가뿐히 뛰어넘으며 커머스 업계 신흥 강자로 자리 잡았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국내 라이브커머스 시장 규모는 지난해 4000억원에서 올해 약 2조8000억원으로 7배가량 늘어날 것으로 점쳐진다. 오는 2023년에는 10조원 규모까지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실시간 동영상 스트리밍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방식이 소비자와의 핵심 접점으로 떠오르면서, 유통업계는 물론 대형포털, SNS까지 너도나도 라방에 뛰어들고 있다.

중국서 건너온 라방, 이제는 안 하는 게 바보?

라방은 어디서부터 시작됐을까. 현재 라방의 형식은 중국의 인플루언서인 왕홍(网红)들의 SNS(Social Network Service·사회 관계망 서비스) 판매 방식과 매우 유사한 형태를 띤다. 

중국 왕홍들은 SNS 내 자체 라이브 방송 등을 활용해 시청자와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상품을 판매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판매고를 무섭게 올렸다. 이에 기업들은 왕홍과 함께 협업하며 새로운 마케팅 방식에 뛰어들었다.

중국 라방 시장 규모는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과 알리바바 연구원은 지난 2017년 366억위안(약 6조2500억원)이던 중국 라방 시장의 규모가 올해는 1조500억위안(약 179조16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3년 만에 173조원 불어난 수치다.

또 중국 인터넷정보센터(CNNIC)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중국의 온라인 라이브방송 이용고객은 약 6억1700명으로 2020년 3월보다 5703만명 늘어났다.

국내 라방 시장의 시작과 성장세 또한 중국과 별반 다르지 않다. 오프라인 위주의 쇼핑이 온라인으로 개편되면서, 주로 SNS 내 인플루언서나 개인사업자들이 SNS 라이브 방송을 통해 소통을 강점으로 상품판매 활로를 개척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유통기업들이 라방을 상품을 파는 하나의 플랫폼으로 도입하기 시작하면서 판이 커졌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소비 채널이 성장하면서 비단 유통가 뿐 아니라 네이버·카카오 등 대형포털까지 가세했다. 

국내 라방 시장은 크게 5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먼저 인플루언서의 인기과 역량에 기반하는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틱톡 등 SNS 기반 라방이다. 다음으로 쿠팡과 위메프, 티몬, 11번가, G마켓 등 기존 이커머스 라방이 있다.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 홈쇼핑브랜드 등 대형 유통업체가 운영하는 라방에 이어 네이버와 카카오로 대표되는 대형포털의 라방 또한 한 축을 차지한다. 마지막으로 스타일쉐어, 그립 등 라이브커머스 전문 플랫폼의 라방이 있다. 

왼쪽부터 네이버, 쿠팡, 카카오의 쇼핑라이브 화면 ⓒ사이트 캡처

뜨거워진 인기만큼 라방은 여러 기업에서 뛰어들어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네이버 쇼핑라이브 누적 시청 횟수는 3억뷰를 넘겼으며 카카오 또한 방송 당 브랜드 평균 거래액 1억원 수준을 기록하며 국내 라방 플랫폼 중 최고 수준의 효율을 내고 있다. 다만 대형포털 라방의 양대산맥을 이루는 두 기업을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기는 어렵다. 네이버는 소상공인의 자유로운 참여가 가능하도록 진입장벽을 낮췄고, 카카오는 일일 자체 방송 횟수가 최대 5회인 만큼 높은 구매효율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7월 말 문을 연 네이버 쇼핑라이브는 열 달 만에 누적 거래액 2000억원을 넘겼다. 카카오 또한 지난해 12월 진행된 90분 내외의 방송에서 SPC그룹 파리바게뜨와 배스킨라빈스의 크리스마스 케이크 4만세트를 팔아치우며 1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그립의 타임딜 라이브는 10분간 최대 2억원의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으며, 이베이코리아에서 지난달 10일 가수 신동을 앞세워 신규 오픈한 예능형 라방 ‘장사의 신동’은 방송 3회 만에 누적 매출 15억원, 누적 시청자 100만명을 기록했다.

적은 비용으로 홈쇼핑 못지않은 인기를 끌다 보니 요즘은 라방을 진행하지 않는 기업을 찾기가 더 어려운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라방이 급성장할 수 있던 배경으로는 낮은 진입장벽과 비용, 그리고 간편함을 꼽을 수 있다”며 “자체 스튜디오나 큰 투자 없이 스마트폰만 가지고 쉽게 1인 라방에 도전할 수 있는 요즘은, 오히려 라방을 진행하지 않는 것이 시대에 뒤처지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특히 라방의 원조 격인 TV홈쇼핑 기업들조차 잇따라 모바일 중심의 라방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모양새다.

CJ오쇼핑은 ‘CJ온스타일’ 브랜드를 론칭하며 사업의 무게 중심을 TV에서 모바일로 옮겼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의 가장 먼저 노출되는 화면을 기존 TV 홈쇼핑에서 라이브 커머스로 교체하고, 평일에 하루 5시간씩 하던 라방 시간을 10시간으로 늘리기도 했다.

롯데홈쇼핑도 지난 4월 모바일TV의 채널명을 4월 ‘엘라이브’(Llive)로 변경했고 GS샵 또한 모바일 앱에서 제공하던 라이브 커머스 채널을 ‘쇼핑의 즐거움은 끝이 없다’(Shopping is Happy)는 뜻의 ‘샤피라이브’(Shoppy Live)로 바꿨다. 현대홈쇼핑 또한 매년 라방 횟수와 시간을 두 배 이상씩 늘리며 모바일 중심의 쇼핑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

소통과 친근함으로 성공했지만…소비자 피해 우려도 

모바일 중심의 이커머스 업계를 넘어, 기존 고객층이 비교적 두터운 홈쇼핑에서도 잇따라 라이브 방송을 강화하는 이유는 뭘까.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발표한 국내 홈쇼핑방송 환경 분석 보고서에서도 이 같은 현상의 배경을 짐작할 수 있다. 지난해 1분기 국내 홈쇼핑의 전체 거래액을 살펴보면 디지털 채널이 차지하는 비중은 49%로, TV 채널(47.9%)을 처음으로 앞질렀다. 

흔히 비대면 방식에 생방송으로 상품 판매가 진행된다는 점에서 라방과 홈쇼핑이 비슷하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라방에는 기존 홈쇼핑에는 없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

바로 소비자가 지루할 틈 없이 콘텐츠가 다양하고 양방향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특히 기존 홈쇼핑과는 달리 실시간으로 댓글을 남겨 쇼호스트와 즉각적인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은 라방의 최대 강점이다. 

홈쇼핑의 전문 쇼호스트와 다르게 상품을 판매하는 소상공인에서부터 연예인, 인플루언서 등 다양한 구성을 보이는 라방의 쇼호스트 또한 인기 요인이다. 

엄격한 가이드라인에서 벗어나 날개를 단 쇼호스트는 지역 산지를 직접 찾아 수확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영업시간 밖의 백화점 매장에서 물건을 판매하는 등 다양한 방식의 콘텐츠를 제공한다.

이는 유튜브 스트리밍 방송에 익숙한 MZ세대를 끌어들이는 요인이기도 하다. 지루함을 떠난 재미있는 콘텐츠는 즉시 구매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쇼호스트와 상호 소통하며 라포(Rapport, 친근감으로 만들어진 관계) 형성을 이루는 데도 높은 성과를 보인다. 노골적인 판매 방송보다 예능 프로그램을 연상케 하는 구성은 소비자의 거부감과 진입장벽을 낮춘다.

왼쪽부터 예능형 라이브 방송 장사의 신동, 라방 전문 플랫폼 그립 ⓒ사이트 캡처

다만 라방이 높은 조회수와 대박 매출에 취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그로 인한 부작용이 존재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라방은 정규 채널을 가지고 방송법 하에서 운영되는 TV홈쇼핑과는 달리 엄격한 규제를 받고 있지 않아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의 심의 대상이 아니기에 방송·통신 관련 규제를 받지 않으며, 방송을 통한 송출이 아니기에 방송발전기금 납부 등의 부담도 없다.

그래서 일부 방송에서는 매출 욕심에 허위·과장 광고 방송이 실시간으로 송출되는 등 소비자 피해 우려가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10월 진행된 라이브 방송 120건을 모니터링한 결과, 부당광고 의심 표현이 등장한 방송이 30건을 차지했다.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전체 방송의 25%를 차지하는 이같은 수치는 홈쇼핑의 방심위 제재 건수와 비교해 보면 굉장히 높다는 점을 체감할 수 있다.

지난 2019년 방심위가 한해 동안 홈쇼핑 방송의 부적절하거나 잘못된 표현에 대해 제재 조치를 의결한 것은 총 132건이다. 여기서 홈쇼핑 채널 12개가 365일간 24시간 내내 1시간에 1건 방송을 진행했다고 가정하면 같은 기간 방송된 홈쇼핑의 총 건수를 추산할 수 있다. 즉 10만5000건에 달하는 방송 중 100여건이 제재를 받는 셈이다. 이를 백분율로 전환하면 0.001% 정도다.

소비자가 구매 취소나 환불 요구를 할 때, 전자상거래법 통신판매업자인 TV홈쇼핑의 경우 소비자에 대한 취소·환불 의무를 가지며 소비자 피해 시 손해배상의 책임을 지고 있다. 그러나 라방 사업자는 통신판매중개업자인 만큼 직접적인 책임이 없다. 

라방은 실시간으로 송출되는 만큼 콘텐츠가 휘발성을 띤다는 점도 문제다. 방송 이후에는 콘텐츠가 보관되지 않아 허위광고에 대한 근거를 마련하는 것조차 쉽지 않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도 서서히 규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양정숙 의원은 지난 2월 ‘전자상거래 등에서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전문가들도 조심스럽게 라이브 방송 규제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한국유통학회장을 맡고 있는 정연승 단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무엇이 됐든 라이브 방송은 상품을 파는 커머스 모델이고, 소비자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만큼 양질의 상품을 판매해야 하고 소비자 피해가 없어야 한다”며 “방송의 내용이 정직하고 위해가 없어야 한다는 관점에서는 홈쇼핑에서 방송 내용을 심의받는 것처럼 어느 정도의 통제가 필요한 영역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시장이 성숙하지도 않았는데 규제부터 들이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이며, 이는 추후 정부가 조심스럽게 할 일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라방이든 홈쇼핑이든 본질은 소비자에게 정보를 알려주고 판매하는 것인데, 그 과정에서 문제가 있어선 안 될 것이기에 최소한의 가이드라인 도입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그러나 준비 없이 어떤 규제가 시행된다면 부작용이 있을 수 있기에, 시범 운영 기간을 두고 유예기간을 가지면서 업계관점에서는 시장 활성화를 도모하고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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