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가지 정치적 부담 컸던 것으로 보여
한 때 MB 사면 고려했던 문재인 대통령
부정적 여론 높아 국민적 정서 고려한 듯
정경심·김경수와 맞물려 사면 쉽지 않아
윤석열 정부로 넘어간 MB 사면 숙제는

이명박 전 대통령. [사진제공=뉴시스]
이명박 전 대통령.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말 마지막 사면 카드를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그동안 이명박 전 대통령,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김경수 전 경남지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등을 오는 8일 부처님 오신 날에 특별사면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끝내 하지 않기로 했다. 특히 지난 주 청와대 국민청원 글에 대해 문 대통령이 직접 대답하면서 사면을 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있었지만 끝내 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청와대 국민청원의 마지막 답변을 했다. 해당 질의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면에 반대하는 내용이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이 전 대통령의 사면을 찬성하는 여론도 많다고 답변하면서 사실상 이 전 대통령의 사면을 결심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쏟아졌다.

지난 2일이 사면 마지막 고민의 날이었다. 이날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 소집 통보를 했어야 했다. 하지만 사면심사위는 열리지 않았다. 3일이 마지막 국무회의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날 사면심사위가 열리지 않았다는 것은 사면을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사진제공=뉴시스]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사진제공=뉴시스]

사면 단행 안하기로

사면심사위는 회의에서 대상자의 사면 적절성 여부를 판단하고, 청와대에 이를 보고하고, 국무회의에서 의결해야 한다. 이처럼 사면심사위가 열리지 않았다는 것은 사면을 하지 않겠다는 문 대통령의 결심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뜻밖이라는 분위기다. 불과 지난주까지만 해도 사면을 단행할 것처럼 내비쳐졌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며칠 사이에 과연 문 대통령에게 무슨 일이 발생했기 때문에 사면 찬성에서 반대로 돌아섰는지에 대해 궁금하다는 반응이 뜨겁다.

사실 정치권은 물론 종교계, 시민단체, 재계 등 각계 인사에서 사면을 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이들은 윤석열 정부에 정치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이들의 사면을 문 대통령이 단행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리고 문 대통령이 사면을 결심한 것처럼 보였다. 청와대 국민청원 답변까지만 해도 사면 가능성은 충분히 열린 듯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청와대 국민청원에서는 이 전 대통령의 사면에 반대 글이 넘쳐났고,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정 전 교수나 김 전 지사의 사면에 반대하는 여론이 많았다.

누구를 사면하고 누구를 사면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인 문 대통령으로서는 핀셋 사면은 그야말로 엄청난 반발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이들을 한꺼번에 사면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오히려 사회적 혼란은 가중될 것이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이 전 대통령의 사면에 대해서는 긍정적 여론이 많았지만 정 전 교수나 김 전 지사의 사면은 반대 여론이 뜨거웠다. 이런 점을 비쳐볼 때 문 대통령의 고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사면의 복잡한 속내

사실 정치인은 사면 하지 않고, 경제인만 사면하는 방식도 사용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꼼수 사면이 될 수도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사면을 잘못 단행할 경우 퇴임 이후 정치적 부담을 고스란히 문 대통령이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 전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같이 건강에 이상이 생기면 사면을 하겠지만 그런 것도 아니다.

또한 김 전 지사와 정 전 교수의 사면 반대 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이 전 대통령과 한꺼번에 묶어서 사면을 한다는 것 자체도 고민스러울 수밖에 없다.

더욱이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건 때문이지만 이 전 대통령은 경제사범이라는 점에서 사면 요건이 다르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경제사범에 대해서는 관용을 베풀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여왔던만큼 이 전 대통령을 사면할 경우 자신의 원칙을 깨부스는 것이 되기 때문에 사면에 대해 깊은 고민을 보여올 수밖에 없었다.

당장 정치권은 실망스런 분위기다. 국민의힘은 문 대통령이 이 전 대통령의 사면을 단행함으로써 윤석열 정부의 부담을 덜어주기를 기대했었다.

사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이 전 대통령의 사면을 단행하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 정 전 교수와 김 전 지사의 사면까지 단행하기에는 더욱 부담이 갈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두 사람 모두 검찰총장 재직 시절 기소한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다만 또 다른 일각에서는 윤 당선인이 두 사람의 희생을 발판삼아 정지적 자산을 늘려나갔고, 그에 따라 대통령에 당선됐기 때문에 대통령 임기 동안 두 사람의 사면을 단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는 두 사람의 유죄 확정이 과도하다는 평가와 함께 윤 당선인의 정치적 야망의 희생양이라는 평가도 있다. 이런 이유로 윤 당선인이 대통령 이후 사면을 단행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 [사진제공=뉴시스]
김경수 전 경남지사. [사진제공=뉴시스]

광복절 특사?

일각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이나 신동빈 회장의 사면을 하루라도 빨리 단행해야 한다는 점을 비쳐볼 때 올해 광복절 특사가 되지 않겠냐는 이야기도 있다.

경제위기 상황 속에서 두 사람의 사면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경제계의 목소리다. 하지만 두 사람의 사면만 단행할 수 없기 때문에 이번 광복절 특사에서 이 전 대통령의 사면을 단행할 가능성이 매우 높고, 이 전 대통령의 사면이 단행된다면 정 전 교수나 김 전 지사의 사면도 함께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임기 초반에 이들의 사면이 과연 적절하냐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보수와 진보로 완전히 갈려서 서로 상대 인사에 대한 사면 단행은 안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을 모두 사면시킨다는 것은 정치적 부담이 상당하다.

다만 이들을 모두 사면시키는 것이 국민통합을 위해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이들을 모두 사면하고,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국민통합 정치를 해나가는 것이 윤 당선인의 숙제라는 것이다.

어쨌든 이들의 사면은 이제 문 대통령에게서 윤 당선인으로 넘어갔다. 이런 이유로 윤 당선인은 앞으로 고민이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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