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공사 분할해 발주…부실공사 빌미 됐나

지난해 4월 촬영한 성산대교 북단 하단부. ⓒ투데이신문
지난해 4월 촬영한 성산대교 북단 하단부.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성산대교 남·북단 성능개선공사가 총체적 부실공사로 드러난 가운데 공사계약 과정에서도 위법 사항이 지적됐다. 서울시 감사위원회는 도시기반시설본부에 고발조치까지 요구한 상황인 만큼 명백한 진상규명을 위해서는 추가적인 조사뿐 아니라 수사기관의 개입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16일 서울시 감사 결과와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성산대교 남·북단 성능개선공사는 계약과정에서도 다수의 문제들이 포착됐다. 실제 서울시 감사위원회가 지난해 12월 23일 공개한 성산대교 성능개선공사 추진실태 조사결과를 보면 각종 계약과 관련한 사안에도 상당한 분량을 할애하고 있다. 서울시 감사위는 도시기반시설본부가 성산대교 성능개선공사를 북단, 남단, 본교로 각각 분할해 발주한 것부터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이하 지방계약법) 시행령 제77조는 ‘지자체는 동일 구조물공사 또는 단일공사로 확정된 공사는 공사량을 분할해 계약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분할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예외사항에 해당돼도 행정안전부에 보고를 해야 한다.

감사 결과를 보면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는 당초 사업 계획 단계에서는 분할계약 여부를 검토하지 않았는데도 공사 발주를 앞둔 지난 2016년 12월 성산대교 성능개선공사를 3개 공사로 분할 발주했다. 또한, 분할계약을 체결한 이후 행안부에 이를 보고하지도 않았다.

뿐만 아니라 도시기반시설본부는 입찰참가자격을 전문공사업인 ‘시설물유지관리업’ 업체로 제한해 종합건설사는 참여할 수 없도록 못을 박았다. 이 때문에 대한건설협회 서울시회가 재공고를 요청하자 남단 및 본교 공사는 종합건설업 ‘토목공사업’ 또는 ‘토목건축공사업’으로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감사위는 “결과적으로 특정업체가 공사를 수주할 수 있게 제한했다는 불필요한 민원을 야기했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도시기반시설본부장에 관련규정 준수와 앞으로 해당 건설공사와 부합하는 건설업으로 자격을 제한하라는 주의 조치를 내렸다.

업계에서는 분할 발주부터 예사롭지 않다고 보고 있다. 한 업계 전문가는 “(감사 결과의)이면을 보면 단일공사는 덩치가 크니 우량업체가 맡게 된다. 그런데 3개로 나누면 그 지점에서 이권을 만들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라며 “어떤 오더가 있어서 나눠 발주했을 가능성이 있다. 어떻게 보면 부실공사가 된 근본적 원인이기도 하다”고 진단했다.

한편, 성산대교 북단 성능개선공사는 혜영건설이 건설사 2곳과 함께 수주해 뒷말이 나오기도 했다. 혜영건설은 당시 박덕흠 국회의원이 지분 51%를 보유한 전문건설사로 입찰참가자격 제한의 수혜를 받은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다. 종합건설업까지 부분적으로 자격 제한이 풀린 성산대교 남단 성능개선공사는 한신공영이 건설사 2곳과 함께 수주했다.

서울시 감사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성산대교 성능개선공사 추진실태 조사결과를 공개했다. [자료출처=서울시 감사위원회]
서울시 감사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성산대교 성능개선공사 추진실태 조사결과를 공개했다. [자료출처=서울시 감사위원회]

PC바닥판(프리캐스트 콘크리트 바닥판) 관련 하도급 계약 면모를 보면 더욱 통상적이라 보기 어려운 정황들이 포착된다. 가장 먼저 시작한 북단공사는 시공사와 A사가 2018년 6월 PC바닥판 제작 및 설치공사에 대한 계약을 맺었다. 남단공사도 2019년 11월 시공사가 역시 A사와 같은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A사가 계약을 수주한 이유는 PC바닥판 관련 특허기술로 전문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앞서 도시기반시설본부는 2017년 1월 성산대교 성능개선을 목적으로 ‘PC바닥판 모듈’ 특허공법 특허보유자인 B사와 신기술·특허 사용협약서를 체결한 바 있다. A사는 해당 특허공법 전용실시권자인 B사 및 특허권리자 C사와 성산대교 성능개선공사 특허기술 사용협약을 체결해 하도급 승인이 적절한 것으로 평가됐다.

서울시 감사에 따르면 당시 A사는 2016년 9월 설립한 회사로 2018년 1월에야 철근·콘크리트 건설업 등록을 마친 신생회사다. PC바닥판을 직접 제작한 시공실적도 없는데도 타 업체의 실적을 자사의 실적으로 허위 기재해 시공사와 감리사에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감리사는 A사의 실적이 타 업체 실적임을 확인하고도 A사가 특허권자(통상실시권자)란 이유로 하도급 적정 의견을 낸 것으로 밝혀졌다.

이어 A사는 PC 바닥판 제작을 임의로 재하도급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허권자란 이유로 계약을 수주했으면서 정작 제작은 재하도급에 맡긴 것이다. A사는 북단공사에서 철근·콘크리트 공사업 면허도 특허 실시권도 없는 업체에 재하도급 계약을 맺었다. 시공사는 A사가 아닌 타 업체에서 PC 바닥판을 제작하는 현장을 점검까지 실시했으면서도 이를 시정하지 않았다.

A사는 남단공사 역시 철근·콘크리트 공사업 면허도 특허 실시권도 없는 업체에 재하도급을 시행했다. 정작 PC 바닥판은 A사도 재하도급 업체도 아닌 다른 업체가 제작했다. 남단 시공사도 A사가 아닌 타 업체가 PC 바닥판을 제작하는 현장 점검까지 했으면서 이를 시정하지 않았다.

서울시 감사위는 시공사들이 하도급 계역내용 등을 거짓으로 통보하고 하도급 관리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행위는 입찰참가제한, 영업정지 등(과징금), 과태료 적용대상에 해당한다고 결론내렸다. 또, A사에 대해선 입찰 참가자격 제한과 함께 과징금 등의 행정처분, 그리고 고발조치를 하라고 도시기반시설본부에 통보했다. 도시기반시설본부장에게는 주의요구 처분을 내렸다.

본보는 시공사와 A사에 감사 결과에 대한 입장을 확인하려 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A사 핵심 관계자는 지난해 5월 전화통화에서 “균열은 어디서나 볼 수 있다. 언론에 나온 것이 전부”라며 말을 아꼈다.

감사 결과를 보면, 시공사와 A사 등은 특허권을 보유한 A사가 주관이 돼 업자에게 단순 자재를 위탁·제작·납품한 것으로 각각 자재 제작 능력과 자격있는 업체가 제작했다고 주장했다. 또, A사 소속 기술자가 제작 공장에 상주하며 품질관리와 기술지도 등을 관리해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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